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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윤작가 Nov 24. 2021

32_캐나다 초등학교 행사들 II

다양한 행사들 2탄

Field Trip

우리 딸은 캐나다에서 2학년과 3학년을 보냈는데,  2학년 때는 가을에 Pumpkin patch(호박밭) 소풍, 이듬해 봄에는 초콜릿 공장 견학, 그리고 2학년이 끝나가던 여름 초에는 Queen’s Park로 소풍을 다녀왔다. 3학년 때는 필드 트립이 거의 없었다. 그 해에 거의 1년 내내 교사들 파업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 여파였다.


Queen's Park field trip

2학년의 마지막 소풍.. 운전할 학부모가 부족하다 하여, 소풍 라이드를 했다. 울 딸과 친구 한 명을 태우고.. (앞자리 조수석엔 아이가 못 앉게 되어 있고, 부스터에 앉아야 하는 연령이기에 보통 세단 차에는 두 명밖에 못 태운다) 물놀이도 했지만 6월 말 치고는 좀 추웠다. 공원 안에 있는 petting zoo(만질 수 있는 동물원)도 들어가고, 체육관에 가서 다 같이 체조도 하며 알찬 시간을 보냈다.





체조할 때, 난 같이 간 다른 엄마랑 수다 떠느라 못 봤는데, 울 만수가 로프를 엄청 잘 탔던 모양이다. 캐나다 체육관에는 대부분 천장에 밧줄이 매달려 있다. 그 밧줄을 타고 제법 잘 올라갔던 모양이다. 옆에 있던 같은 반 엄마 아빠들이 앤젤라가 원숭이처럼 로프를 아주 잘 탄다며 대단하다고 칭찬을 한다. 그때부터 체육소녀였다. ㅎㅎ




합창단(choir) 활동

딸아이는 3학년이 되면서 학교 합창단원이 되었다. (3학년부터 가능하다) 일주일에 두 번씩 연습하고(주로 점심시간에) 이런저런 행사 때 공연을 하곤 했다. 행사 때 공연을 한다고 하면, 우리나라 같으면 어떨까.. 지금은 다를지 모르겠지만 나의 학창 시절을 생각해보면 점심시간뿐 아니라 학교 끝나고 남아서도 연습하고 수업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도 연습에 연습을 하지 않았던가.. 여긴 절대 그렇지 않다. 굳이 다른 시간을 할애해서 완벽을 기하려고 하진 않는다.


Remembrance Day(현충일) 공연

그 전년도 2학년 때 Remembrance Day(캐나다의 현충일은 11월 11일이다)에는 스카우트 캐나다 일원으로 퍼레이드와 기념식에 참가했는데(에피소드 #14), 3학년 때는 합창단 일원으로 학교에서 기념 공연을 했다. 가슴에 포피(poppy: 현충일을 기념하는 양귀비꽃)를 달고 나는 모르는 노래지만 정성 들여 추모 노래를 들려주었다.  





크리스마스 로히드 몰 공연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울 동네 로히드 몰(Lougheed Mall) 내 런던 드럭스(London Drugs) 앞에 무대를 설치해놓고 여러 학교와 단체에 속한 합창단들이 돌아가며 공연을 한다. 만수네 학교도 매년 참가하는데, 그 해엔 울 만수도 어엿한 합창 단원으로 참가. 아이 학교가 첫 스타트를 끊었다.




쇼핑몰 치고는 이른 시간(오전 11시)이었는데도 사람들이 꽤 많이 모였다. 학부형이나 관계자가 아니어도, 캐나다 사람들은 이런 작은 공연에도 꽤 관심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캐나다에서 아이들이 무슨 공연을 할 때마다 항상 적응이 좀 안 됐었다. 미안한 얘기지만, 사실 우리나라 같으면 무대에 올리지 못할 수준이다. ㅎㅎ 우리나라식 학예회나 공연에 다년간 익숙한 나로선 사실 낯이 뜨거울 때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캐나다 관중들은 박수와 휘파람을 아끼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문화충격을 느끼곤 했다. 사실 그게 맞는 거지.. 내가 뼈저리게 반성한 부분이다. 아이들의 노력을 인정하기보단 보여주기 위한 결과만 보려고 했던 나쁜 습관..



Primary Days of Music & Dance Performance

합창단 공연과 댄스 클럽 공연이 있던 날이었다. 원래는 세컨더리(고등학교)에 가서 공연을 하는

연중행사인데, 교사들의 파업 때문에 이런 행사 하나하나까지도 지장이 많았다. 그냥 아이 학교에서 공연.. 울 딸은 두 개 공연에 다 참여하는지라, 안 가볼 수가 없었다는.. 춤추는 거는 동영상만 찍어서 사진이 없는데 'Reach'라는 노래에 맞춰 잘~ 췄다.



 



Assembly Talent Show (조회 시간 장기자랑)

아이 학교에서는 한 달에 한 번 gym(체육관)에서 전교생이 모이는 assembly(조회)가 있었다. 우리나라 학교 조회를 생각하면 안 된다. 사회도 7학년들이 두 명씩 돌아가면서 보고, 그 달의 생일자를 불러일으켜 축하도 해주고, 또 학부형도 마음대로 참관할 수 있는 열린 행사였다.


생일자 호명되어 일어선 모습 - 파란 티셔츠가 울 만수다


그리고 그 조회시간 끝 무렵에는 Talent Show가 있었다. 보통 두 명 정도가 앞에 나와서 자신의 재주나 장기를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 악기를 연주하거나, 태권도나 무술을 보여주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는 등 다양한 장기를 뽐내는 거다. 모든 아이들이 해야 하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자원해서 하는 거다. 허접해도 아무 상관없다. 아무도 야유를 보내거나 흉보지 않는다. 그저 칭찬과 박수갈채가 있을 뿐..


어느 날 울 만수가 자기가 이번 assembly 때 앞에 나가서 리코더를 불겠다고 했다는 거다. 왜 피아노 치지, 리코더를 분다고 했냐 물어보니.. 만수 왈, 피아노는 너무 많은 아이들이 이미 했다나.. 하지만 리코더를 분 아이는 없었다고.. (한국 학교에서 리코더를 불다가 캐나다를 간 바람에 리코더를 챙겨서 갔었는데.. 캐나다는 리코더 수업이 없었다)


아이가 성격이 활달하긴 해도 앞에 나서는 걸 좀 수줍어하는 성격이었기에 많이 놀랐다. 자발적으로 손들고 하겠다고 한 것도, 리코더를 선택한 경위도.. 게다가 피아노 악보에서 직접 자기가 곡을 골라서 혼자 연습을 했다는 것..


마침 딸아이가 리코더 연주를 하기로 한 그때가 11월 아이 생일 즈음이어서 아이 아빠가 와 있던 때라 같이 assembly에 참관을 갔다.


11월 생일자라고 일어나서 축하도 받고, 앞에 나가 전교생 앞에서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로 유명한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을 연주했다. 삑 사리가 날 때마다 한국 엄마 아빠인 우리 부부는 민망한 웃음을 웃곤 하는데, 옆에 앉았던 캐네디언 엄마는 당신 딸이냐 물으며 너무 잘한다 귀엽다 칭찬해주었다.





학교 연극 공연


영어반 연극 공연

3학년 영어 수업 시간에 셰익스피어를 배운다고 해서 너무나 놀랐는데, 셰익스피어 희곡으로 연극까지 한다고 학부형들을 초대하여 공연을 한 적이 있다.


라테 이즈 홀스, 영문과를 다닌 나는 대학교 3학년 때 처음 셰익스피어를 전공 필수로 접했었다. 워낙 유명한 극작가이자 시인이고 그의 작품도 4대 비극이니 5대 희극이니 해서 워낙 유명하니까 전공자가 아니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영문과에서도 3학년 때 접할 만큼 쉬운 작가, 작품이 아니라는 뜻일 거다. 영어도 16세기 영어라서 어렵고 내용 또한 심오하다. 영국이 인도를 다 준대도 셰익스피어와 안 바꾼다는 말이 괜히 나오겠는가.. 그런데 그런 셰익스피어의 희곡으로 꼬맹이들이 공연을 한다고?


아이들은 짧은 희극 한 편을 공연했는데(제목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3학년 영어반 아이들만의 교실 내 작은 공연이다 보니, 무대랄 것도 없고 그냥 교실에 둘러앉거나 서서 보는 거다. 셰익스피어 공연을 한다기에 내가 또 한국식으로 거창하게 생각한 거다. (참 적응 안 된다 ㅎㅎ)


이 공연 날 난 또 적잖은 문화 충격을 받았다. 연극하는 아이들이 그냥 평상복 그대로, 심지어 대본을 외우지도 않고 프린트물을 들고 읽으면서 연극을 하는 것이 아닌가. ㅎㅎㅎㅎ 그때의 그 신선한 충격이란.. 그런데 또 학부모들은 그걸 환호하며 기특해한다. 이렇게 아이들은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감을 채워가는가 보다.



A Bugz Christmas 공연

연중행사인 크리스마스 공연.. 전년도에는 고학년들이 공연하고, 그해(2011년)에는 킨더부터 3학년까지 저학년들의 공연이었다. (격년으로 돌아가면서 한다)


저학년 전체가 모두 참여하는 뮤지컬이라, 대사가 없는 아이들도 많고, 있어도 대부분 한두 줄이다. (킨더부터 7학년까지 전교생이 200~250명 정도였으니, 못해도 100명은 되지 않았을까) 울 만수는 다행히도 대사가 한 줄 있었다는... ㅋㅋ 제목부터가 'A Bugz Christmas’(원래는 Bugs'가 되어야 맞겠지만 Bugz로 표기되어 있었다) 즉, 벌레들의 크리스마스)'여서, 모든 아이들이 곤충 또는 벌레로 분장. 어찌나 귀엽던지..


울 만수는 귀뚜라미(Cricket)



역시나 연습은 정해진 음악시간에만 딱 했다는.. 그래도 몇 주 전부터 연습 자체를 너무나 즐거워했고, 오후와 밤 두 차례 공연을 하면서 아이들 스스로 즐기고 자랑스러워했다. 이 큰 공연에 저학년 전체가 빠짐없이 참가했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예상대로 완성도가 좀 떨어지는 공연이었지만 이젠 그런 생각조차 할 필요가 없고, 평가하면 안 된다는 걸 안다. 이게 캐나다스러운 거라는 걸 인정하고 완성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모든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듯, 아이들이 하는 어떤 퍼포먼스든 하는 그대로 가치 있게 보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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