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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진기행 Jul 13. 2021

거북이보다는 토끼인 시대


별안간 생각나는 콘서트장의 추억

지금도 많은 팬을 보유한 발라드 장인

열창을 마친 그는

숨을 고르며 관객들에게 넋두리를 시작한다

이상하게도 공연의 여러 명장면 중

그 자조 섞인 푸념이 요즘 유독 떠오른다


"나도 노래 좀 쓴다면 쓰는 사람인데

요즘 어린 친구들이 좋아하는 식으로는

도저히 못 만들겠다"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분명 적잖은 고민을 토로하는 것이었고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약간의 위기의식이었다


'저렇게 얘기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히트곡이 있는 거 아닌가?'

의아함도 잠시

음악은 듣는 것밖에 못하는 나조차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간이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

기 승 전 결

정 반 합


다른 건 다 잊혀도

이 프레임은 참 오래도 머문다

뇌리 속에


드라마 영화 음악 코미디

모든 것들은

누군가 오래전에 이론화시켰을

엄혹한 '틀거리' 안에 있었다


이런 규격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그 드라마는 내용 없는 전파낭비로 치부되었고

코미디는 맥락 없는 저질 콘텐츠로 외면당했다

하물며

노래는 잔잔하게 시작하다 서서히 끓어올라

절정에서 고음을 치고 내려와야

이른바 '유행가' 더 나아가 '명곡'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더랬다


하지만

요즘 노래는 참 다르다

듣다 보면 대부분

좀 멀멀하다

클라이맥스는 어디 있는지 찾기 힘들 때가 많고

중반 이후 고음을 지르는 것도

이제 불문율이 아니다

잔잔하게 시작해서

미디엄 템포를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노래는 끝나 있다


초반에는 다소 어색하고

이게 뭔가 싶다가도

어느새

이런 멀멀함이

내 생활의 BGM이 되어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덕분에 요즘은

절정 부분이 아닌 도입부부터

귀를 기울이게 된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와 닮아 있다

기성세대가 바라는 '바람직한' 마무리보다는

 '가치가 덜하다고 오해받아온'

단계 하나하나가 더욱 소중하다


개콘의 '완결성'보다

피식 대학의 '순간'이 각광받는 시대다

개연성을 따라 결말에서 '폭소'하는 대신

찰나의 공감이 만들어낸

'피식'에 요즘은 더 열광한다


꾸준히 자기 페이스를 유지해

승리를 거둔 거북이는 절대선인가?

자신의 능력을 플렉스하다

낮잠 자는 여유까지 부린 토끼가

오히려

과정은 즐기고 결과는 개의치 않는

이른바 요즘 스타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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