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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주로지 Jul 15. 2021

방한모를 쓴 수상한 아이가 전학왔다?

<수상한 아이가 전학왔다!>를 읽고

 전학 가보신 경험 있으신가요?



 아마 전학을 가보신 분들은 전학가는 날 떨리는 마음으로 새로운 교실에 들어설 때의 그 엄청난 중압감과 긴장감을 잊지 못하실 겁니다. 이미 친해진 친구들은 교실 안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고 본인은 교실 밖에서 선생님과 조용히 교실 문을 들어가기 전의 긴장감 말입니다.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삽시간에 조용해진 교실에 떠다니는 수많은 궁금증을 품은 낯선 눈들. 그때 선생님께선 “전학생, 자기 소개해주세요.”라고 하시죠. 그때 그 떨림이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떠올랐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토미도 전학생입니다. 근데 좀 특이합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수상한 아이입니다. 왜냐하면 전학 첫날인 월요일에 방한모를 쓰고 학교에 왔거든요. 그럼에도 콜리어리 초등학교 4학년 2반 친구들은 선뜻 토미에게 방한모를 왜 쓰는지 물어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점심시간까지 기다려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토미는 방한모를 윗쪽으로 살짝 들어 샌드위치를 먹습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더운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면서도 방한모를 벗지 않습니다. 그날부터 4학년 2반 친구들의 관심사는 오직 토미가 왜 방한모를 쓰는지가 되었습니다. 토미를 미행해보기도 하고 수업시간에 토미가 방한모를 쓰는 비현실적인 갖은 이유를 대면서 제대로 된 이유를 토미 스스로 말해주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토미는 일절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4학년 2반 친구들은 5학년 ‘악당’들이 토미를 인적 드문 창고로 끌고 가는 걸 발견합니다. 5학년은 토미의 방한모를 벗기려고 주먹으로 때리고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고 다리를 잡기까지 합니다. 토미는 있는 힘을 다해 방한모를 꽉 잡고 있었지만 역부족입니다. 조금 벗겨진 방한모 사이로 피도 보입니다. 이런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던 후 4학년 2반 친구들은 토미가 왜 방한모를 쓰는지 더 이상 물어보지 않기로 합니다. 대신 토미가 전학을 온 다섯째 날인 금요일에 멋진 계획을 준비하죠. 


 그건 바로 친구들 모두가 갖가지 종류의 방한모를 쓰고 토미를 맞이하는 계획입니다. 4학년 2반 모두가 말입니다. 모든 친구들이 본인처럼 방한모를 쓴 모습을 본 토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방한모 위로 눈가에 잔주름이 잡히며 웃고 있었기에 감동받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토미도 4학년 2반 친구들의 깜짝 선물에 드디어 자신이 왜 방한모를 썼는지 공개합니다. 그 이유 예상되시나요?


 토미는 아빠가 회사를 단기 계약을 거듭하는 바람에 일곱 개의 다른 학교를 다녀야 했습니다. 전학을 갈 때마다 전학생이 된다는 게 얼마나 끔찍했는지 토로합니다. 모두가 뚫어져라 쳐다보고 자기들끼리 속삭댈 때 얼마나 외롭고 동떨어진 기분이 드는지. 그러던 중 1월에 몹시 추운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됐는데 그곳에선 방한모를 써야만 했습니다. 그때 토미는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껴 이번에 전학올 때도 방한모를 착용했다는 겁니다. 말을 마친 토미는 방한모를 벗겠다고 말합니다. 4학년 2반 친구들은 놀라고 신나는 마음으로 하나되어 '방한모 소년!' '방한모 소년!'을 외칩니다. 토미가 방한모를 벗은 모습을 보고 모두가 다 놀랍니다. 그 이유는 방한모 사이로 보이는 건 곱슬곱슬한 갈색 머리 여자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누가 외칩니다. “방한모 소녀였어!”


 제가 이 책을 애정하는 이유는 전학생의 긴장감을 너머 책에 잘 녹여져있는 다양한 사회구조적 문제 때문입니다. 비정규직의 삶과 남녀 편견 등 말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열한 살 아이 시선에선 참 따뜻하게 해결해줍니다. 방한모 쓴 전학생을 악당 5학년에게서 구하려고 다같이 나서고 토미를 위해 다같이 방한모를 쓰는 멋진 계획을 세우는 것 등 말입니다. 또 축구를 잘하기에 자연스럽게 '방한모 소년'이라고 칭했던 토미가 여자인걸 깨닫고 단번에 '방한모 소녀'라고 정정하는 모습도 멋집니다. 아마 콜리어리 4학년 2반 친구들은 토미가 여자이든 남자이든 방한모를 쓰든 안 쓰든 자기 반에 전학 온 걸로 만으로도 환영해줄 겁니다. 이런 따뜻한 시선과 마인드, 혼란스러운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도 필요한 마인드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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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인지 상관없이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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