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완벽주의자>를 읽고
당신은 완벽주의자인가요?
"한국인 2명 중 1명은 완벽주의자다!"라는 꽤 자극적인 책 띠에 이끌려 보게 됐다. 책엔 완벽주의자 자가테스트가 수록되어있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내가 완벽주의자인걸. 완벽주의자라 하면 다들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다소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완벽주의자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완벽주의자를 하나의 큰 수직선으로 보면 그 반대편에 있는 다소 ‘부정적’인 완벽주의자도 존재한다. 이렇게 완벽주의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불행한 완벽주의자와 행복한 완벽주의자.
불행한 완벽주의자는 완벽주의의 부작용이다. 예를 들면 스스로 만든 완벽함의 잣대에 빠져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목표를 세우고 자신을 통제하려 하며 결국엔 번아웃에 빠진다. 이러한 완벽주의는 몸과 마음 모두에 심각한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이런 불행한 완벽주의자가 되는 길을 조금 더 직관적으로 살펴보면,
1. 비현실적인 기준을 충족하려 자신을 몰아붙인다.
2. 하지만 기준이 비현실적이라 애당초 실패할 수밖에 없다.
3. 그럼에도 실패했으니 이 모든 화살은 자기 자신에게 돌린다.
‘내가 노력을 덜했어.’ ‘충분하지 않아.’라는 말로.
4. 또 자신을 더 채찍질하며 더 높고 비현실적인 기준을 잡으며 또 자책하며 번아웃을 경험하고 무기력해진다.
요즘은 덜하지만 확실히 학창 시절 나는 불행한 완벽주의자 그 자체였다. 새벽 2시까지 공부하고 다음날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독서실에 가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매일 새벽 세우던 그런 학생이었기에. 그러다 아침에 조금이라도 늦게 일어나서 계획이 실패하게 되면 모든 걸 하기 싫어지는 그런 이상한 상황에 놓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30분 늦게 일어나도 꿋꿋하게 일어나서 그다음 일정을 하면 된다. 하지만 그게 너무 싫었다. 계획이 틀어지면 하루가 망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누워서 내리 몇 분 동안 ‘난 왜 이럴까.’, ‘이러니까 실패할 수밖에 없는 거야.’라는 화살을 나에게 쏘곤 했다. 그러고 몇 시간 내리 무기력에 빠지다가 늦은 밤 갑자기 공부가 잘될 때를 이용하여 몇 시간 새벽까지 공부한다. 그러고 또 오전 6시에 일어날 계획을 야심 차게 세운다. 그 이후부터는 굳이 적지 않아도 어떤지 다들 알겠지만…
그러면 반대로 행복한 완벽주의자는?
목표를 융통성 있게 수정할 수 있으며 실패도 재해석하며 즉, 회복탄력성이 높다. 나는 지금은 나름 행복한 완벽주의자 성향이 강하다고 보는데, (성향이라고 하는 이유는 아직도 완벽주의 수직선 상을 부유하기 때문에. 가끔은 불행한 완벽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불행한 완벽주의 악순환에서 벗어난 건 언제였을까? 그건 바로 삼반수 시절이었다. 낮에 대학교를 다니면서도 여유롭게 밤에 스스로 계획을 세워 공부하던 그 시절. 왜 고등학교 때가 아니고 재수 시절이 아니고 왜 삼반수 시절이었을까? 아마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기에 인생에 여유로움이 조금 녹여있던 시절이라 그런 것 일 수도 있고. 아니면 국가고시 3번 만에 무기력한 나를 다루는 법을 드디어 깨달았을 수도 있고. 수능 시험 자체에 무뎌진 동시에 익숙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종합적인 이유가 있었겠지만 여러 번의 실패를 겪은 후 회복탄력성이 생겼던 것은 틀림없다. 아무튼 그 시절은 공부를 해도 재밌었고 계획을 분 단위로 하지 않고 나름 여유롭게 잡고 했기에 계획한 대로 잘 이행했던 시절이었다. 그 이후에 또 다른 국가고시인 임용고시를 봤을 때도 스트레스 크게 받지 않고 계획한 대로 했다. 그래서 학창 시절 전교 1등 친구가 중간고사 둘째 날 전에 ‘오늘 공부 다했어.’라는 말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임용고시 하루 전에 나는 정말 ‘공부를 다 끝냈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잠에 들었다. 계획을 큰 범위 안에서 융통성 있게 짰기 때문이다.
불행한 완벽주의자와 행복한 완벽주의자를 책에서는 조금 더 자세하게 네 명의 완벽주의자 유형으로 소개한다.
자기 평가 소재 locus of evaluation
: 나 중심 평가 vs 타인 중심 평가
자기 조절 초점 Self-regulatory focus
: 더 많이 얻으려는 자 (향상 초점) vs 가진 것을 지키려는 자(예방 초점)
위의 두 가지 요소를 x, y축으로 놓으면 네 가지 유형의 완벽주의자가 탄생한다.
1. 눈치 백 단 인정 추구형
: 누구에게든 쉽게 호감을 얻지만 완벽주의 수준이 가장 높아 타인에 대해 엄청난 신경을 쏟는 나머지 정작 자신에게 소홀하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완벽주의자 유형이라고 한다.
2. 스릴 추구 막판 스파트형 : 임기응변이 뛰어나지만 중요한 일을 맡았을 때 실패와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 일을 미루는 경향이 있는 유형이다. 학창시절 나의 모습 그 자체이다.
3. 방탄조끼 안전지향형 : 신중하고 성실해서 한국 사회에서 가장 환영받지만 안전과 현상유지를 중요시해 변화나 도전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유형이다.
4. 강철멘탈 성장지향형 : 자신감에 차 있고 주도적이지만 ‘조화’를 강조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일명 ‘튀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는 유형이다. 서양에서 가장 행복한 완벽주의자 유형으로 인식된다.
나는 방탄조끼 안전지향형 완벽주의자를 제외한 세 가지 유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어떨 때는 스릴 추구 막판 스퍼트형으로 살아가고 어떨 때는 눈치백단 인정 추구형 또는 강철멘탈 성장지향형을 지닌 완벽주의자로 살아간다. 책에서 스릴 추구 막판 스퍼트형이 행복한 완벽주의자인 강철멘탈 성장지향형이 되기 다소 쉽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Tdl 열심히 쓰고 강제적이지만 다양한 모임에 들어가 나의 계획을 꾸준히 이루도록 해야겠다.
그래서 게으른 완벽주의자에서 지속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나는 각종 모임에 많이 들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독서모임, 인라이팅 모임, 함성모임 등. 하고 나면 뿌듯한 모임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나의 의지를 나의 계획을 지키게 도와주는 모임들이니까. 앞으로도 이런 모임들을 가까이 해야겠다. 행복한 완벽주의자가 되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