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감정을 흘려보내는 내 수챗구멍은 바늘구멍이나 다름없어서 한참을 고여있곤 했다. 배수가 잘 되지 않아 물이 빠지길 기다리며 샤워기를 잠그고 배수구로 물이 다 빠져나가길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꿀렁거리며 흐르는 그 감정들을 가만히 바라본다.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다 멈추면 축축한 수증기에 체온을 빼앗겨 서늘한 추위가 느껴지는 것처럼, 나는 그때마다 답답한 서늘함에 숨이 막혔다. 그렇게라도 다 흘러가길 절박한 심정으로 기다린 적도 있었다. 어느날은 분명 다 떠내려 버린줄 알았건만 어느 순간 불쑥 물때처럼 눈에 띄어서 나를 거슬리게 하는 일이 왕왕 있었다.
행복한 감정의 수챗구멍은 냇가 아이들의 뜰채같아서, 부유하는 그 감정들을 조금만 떠올리려고 해도 물기만 어린 그물처럼 감정의 원형보다는 곧 증발할 방울만 맺혔다. 나는 그 뜰채 사이사이를 메우려고 바느질을 해보았지만 성근 그물을 빽빽하게 채우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주르륵 빠져나가서 똑똑 떨어지는 알알의 기억들을 보자니 허무함마저 들었다. 그땐 아주 많이 행복했는데. 아니 행복했다고 생각을 했던가? 나에게 행복은 감정이 아니라 생각이었나? 그때 그랬지 즐거웠지 하며 몇마디 단어로 사용하기에는 내 행복이 아까웠다.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 더 섭섭했다. 조금 더 오래 손에 쥐고 있고 싶은데, 수챗구멍으로 가차없이 떠내려가는 그 감정들이 아까웠다.
수챗구멍끼리 바뀐다면 좋을 텐데. 그러면 내 망상도, 마음가짐도 좀더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나를 덜 옥죄지 않을까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