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집 월세 구하기”
“이 방은 창문이 있어서 다른 호실보다 더 비싸요.”
중개인이 말을 건넸다.
“아, 그렇군요.”
누군가 말하지 못하게 한 것도 아닌데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단지 햇빛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임대인에게 주인 없는 햇빛 값을 지불해야 하나, 주인이 김 씨도 아닌데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 월세방 구하기가 이렇게 힘든가-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당연하게 형성된 가격인가 싶다가, 다른 방도 둘러보고 온다는 말을 남기고 출출해진 배를 달래기 위해 근처 감자탕 집으로 가서 뼈 해장국과 소주를 한 병 시켰다.
자취 10년 차, 이사 횟수가 쌓이면서 집을 고르는 데 있어 자연스럽게 보는 것들이 생겼다. 출퇴근 거리를 가늠해 보고 부동산 앱으로 예산범위를 확인한 뒤, 적당하다 생각하는 동네로 간다. 공인중개사무소를 찾아가기 전에 동네를 한 바퀴 돌아야 한다. 낮과 밤의 모습은 어떤지, 근처에 마트는 가깝게 있는지, 병원과 학교가 있는지, 교통은 어떤지 겪어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거 공간은 인간생활의 기본 요소 중 하나인데, 이를 챙기는 것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다. 위치를 선정했다면 가까운 중개사무소로 들어간다. 직거래 형식도 꽤 많지만 사무소를 선호한다. 중개인은 근처 가게와 동네 분위기 등을 꿰고 있는 데다가 집만 보았을 때 알 수 없는 것들을 물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전 세입자는 왜 이사했는지, 임대인의 성향은 어떤지 등에 대한 것인데 이는 의사결정할 때 튼튼한 주춧돌이 되어 준다. 물론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수가 쌓이다 보면 유용한 경험이 된다.
보는 매물량이 많아질수록 지친 몸에 이끌려 결정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기 때문에 체력이 고갈되지 않도록 안배를 잘해야 한다. 중개인과 차를 타고 다니는 경우가 있는데, 만약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대중교통이라면 걸어서 이동하는 게 좋다. 가까워 보였던 거리가 끝없어 보일 수도, 높지 않았던 언덕이 태산처럼 느껴질 수 있다.
혹자는 최대한 발품을 많이 팔아보라고 하지만,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 무엇인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좋다. 신축/구축, 엘리베이터의 유무, 옵션 유무, 대중교통과의 거리, 수납공간, 주방 등 생활하면서 충족되지 않으면 정말 불편하겠다고 느끼는 포인트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타협점은 사람마다 다 다르고, 나와있는 모든 집을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자신의 니즈를 잘 확인해야 한다.
자원이 한정적이기에 ‘합리적이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한 달에 5 ~ 10만 원 더 내는 게 대수겠어?라고 생각하면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 1년이면 60 ~ 120만 원이고, 세전 3%짜리 1년 예금에 2,000만 원 ~ 4,000만 원을 넣어두어야 이자로 발생하는 돈이다. 차근차근 모아 나가야 하기에, 빌려 사는 공간의 기대치를 제한하고 자기계발에 투자하거나 차라리 맛있는 식사를 하겠다. 역세권 청년주택이나 행복주택과 같은 제도를 알아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디 당첨되는 게 보통 쉬운가? 된다 하더라도 기간에 맞춰서 이사하는 게 편하지만은 않다. 계약조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기존 계약이 있어 복비를 물어주어야 한다던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줘야 한다던지, 구해지기 전까지 이중 월세를 내야 하는 등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있다.
판을 치는 부동산사기에 당하지 않기 위해 세입자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나의 작고 귀여운 보증금을 지켜내야 하기 때문이다. 집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다면 금액은 얼마인지, 구하는 집의 시세에 비해 몇 퍼센트정도 되는지 등을 확인한다. 계약금 일부(많은 사람들이 가계약금이라고 표현하는 것, 임대인과 계약을 맺겠다는 의미로 금액은 협의에 따라 달라진다.)를 떼어 먹히지 않도록 유의하며, 최우선변제권 범위를 확인하고, 경매 시 우선권을 갖기 위해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집주인이 작정하고 문서를 위조해 근저당 잡힌 내용을 말소시키거나, 대항력이 생기는 시기를 교묘하게 노려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할 수도 있다. 계약 조항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조심할 부분은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아, 나는 나를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