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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일 Nov 06. 2023

3. 일확천금(一攫千金)

Lottery:


“Lottery: A tax on people who are bad at math.”

                                                                        - Ambrose Bierce   


로또는 수학을 못 하는 사람들에게서 떼는 세금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로또를 샀다.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금액을 제외하고 단순히 계산했을 때 매달 500만 원씩 약 17년 저축해야 10억이라는 돈이 모인다. 평수와 위치, 컨디션 등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10억으로도 84형 한 채 매매가 가능할까 말까이니, 로또라는 아주, 아주아주- 작은 가능성을 만들어 두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당첨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팍팍하게 느껴지는 세상의 시간 속에서 일주일의 기대와 천 원을 교환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일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건 바보 같으니… 가끔씩만 상상해 보기로 한다. 비록 나의 복권은 낙첨되더라도, 돌고 돌아 누군가의 행운에 더해지겠지. 


  플랫폼을 떠다니다 보면 단기간 3백만 원으로 10억 만들기라든지, 200% 수익 내기, 코인 투자로 300억 부자가 된 스토리 등 짧은 기간 동안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정보가 수도 없이 많다. 그들의 정보대로 공부하고 행동하면, 나에게 비슷한 운이 닿아줄까? (운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나저러나 그 결과는 오롯이 본인에게 있다.) 


  이런 일확천금에 눈이 가는 이유는 부동산, 특히 서울 아파트 매매가와 꽤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의 발달도 그 몫을 톡톡히 한다. ‘좋은’ 집에 대한 기준이 고착화되어 버린 것이다. 수많은 단지가 생겨나고, 사람들이 모이며 편리한 인프라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삶의 안전성을 고려해 매매로 전환하거나, 투자 가능성을 본 자들은 대출을 마다하지 않으며 부동산에 돈을 묶었고, 거래가 체결되는 금액은 점점 치솟았다. 매년 상승하는 물가는 덤이다. 가격이 뛴 만큼 내가 버는 금액으로는 ‘좋은’ 집에 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You Only Live Once(YOLO)라는 말이 유행하고, 가지지 못하는 것에 끌려다니기보다는 일확천금을 바라며 즉흥적 만족감을 주는 것들을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KB금융지주에서 발표한 22년도 부자보고서에서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을 ‘부자’로 정의했다. 돈으로 해결이 가능한 많은 분야에서 자유롭고, 외부의 간섭에 대한 대항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돈이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라, 없을 때보다 심적으로 여유로울 가능성이 높고 선택지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또한,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것이 인생사이지 않은가. 돈을 모은다는 것은 이를 대비하기 위한 수단이다. 돈이라는 도구로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현하거나, 나를 지키거나, 외부로부터 나의 범주에 속한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 가능하기에, 한 번쯤 일확천금과 같은 욕심을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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