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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달빛 Dec 13. 2021

이렇게 같이 살지

달빛 아래에서 그림책 ⑩ - 김윤경의 <이렇게 같이 살지>

우리는 가만히 앉아 있기를 좋아해.

가만히 앉아 있으면 많은 생각이 떠오르거든.

...

우락부락하지만 마음 따스한 고릴라.

가시가 많지만 물처럼 잔잔한 선인장.

우리는 서로 토닥이며 함께 살아.

- <이렇게 같이 살지> 중에서 -







요즘 동물과 식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틈틈이 챙겨보고 있다. 세상에는 알지 못했던 다양한 동물과 식물이 있고 그 세계에서 일어나는 신비로운 현상들이 재미와 감동을 전해준다.


그러던 중 우연히 <버드나무와 말똥게의 공생>에 관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장항습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버드나무와 말똥게가 공생하는 곳이다. 말똥게는 갯벌에서 주로 서식하는 '육상게'에 속하는데, 온대 몬순기후 지역에서 생활한다. 그래서 겨울에는 주로 겨울잠을 자고 3월 중순 이후에나 활발하게 활동을 한다.


먹이를 찾기 위해 이곳으로 온 말똥게는 먹이터인 버드나무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버드나무 뿌리 주변을 파보니 안에 말똥게가 숨어 있었다. 말똥게의 굴과 버드나무 뿌리의 깊이는 일치하는 데 이곳에서 말똥게는 굴을 파서 집을 짓고 버드나무가 뿌리 호흡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서 버드나무의 생산량에 기여한다. 올해 '장항습지'는 람사르 습지* 등록되었다고 한다.



버드나무 군락
말똥게


또 다른 공생 관계인 쇠뿔 아카시아와 개미도 흥미롭다. 쇠뿔 아카시아에는 말벌과 비슷한 모양으로 매우 사납고 침을 가지고 있는 수도머멕스 개미가 산다. 수만 마리의 개미들이 사는 아카시아 나무는 공동주택의 역할을 한다. 또한 아카시아의 잎과 줄기를 연결하는 잎자루에는 많은 당분이 만들어지는 꿀샘이 있는데 이곳에서 개미들에게 먹이를 제공한다. 그래서 수도머멕스 개미는 다른 개미들처럼 멀리 갈 필요 없이 집 주변을 지키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아카시아 나무가 개미에게 집과 먹이를 제공한다면 개미는 다른 해충으로부터 아카시아 나무를 보호하는 경찰 역할을 한다.


쇠뿔 아카시아 나무는 다른 아카시아 나무보다 더 큰 꿀샘 분비선을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잎의 가장자리에 있는 영양체(벨트체)가 오직 개미에게만 음식을 제공하는 용도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카시아와 개미는 공생하면서 진화를 한 '공진화 관계'를 형성했다.



쇠뿔 아카시아와 개미
쇠뿔 아카시아는 개미에게 집과 먹이를 제공한다
개미는 다른 해충으로부터 아카시아 나무를 보호하는 경찰 역할을 한다


버드나무와 말똥게, 쇠뿔 아카시아와 개미의 공생관계는 욕망과 이기심으로 약자를 착취하는 인간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자신의 이익만을 취하지 않고 함께 어울리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진화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생태계를 이룬다.


그리고 함께 어울리는 관계를 너머 동물과 곤충이 식물의 꽃과 열매가 되어 한 몸을 이루는, 신기하고도 상상력 가득한 이야기가 있다.







김윤경의 <이렇게 같이 살지>에는 절대로 함께 살 수 없는 동물과 곤충, 식물이 함께 어울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열세 편의 시와 그림으로 표현했다.


<바다거북과 금낭화>, <코알라와 갯버들>, <부전나비와 누린내 풀>, <잉어와 연꽃>, <나리아와 괴불주머니>, <애벌레와 강아지풀>, <멧밭쥐와 참다래>, <두더지와 고구마>, <고슴도치와 밤송이>, <고릴라와 밍크 선인장>등 제목만 보아서는 엮일 수 없는 그들의 조합은 그림을 보는 순간 숨은 그림을 찾듯이, 꽃과 열매가 되어있는 동물과 곤충을 찾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소리 듣기를 좋아하는 바닥거북과 금낭화처럼, 진흙을 좋아하는 잉어와 연꽃처럼, 매달리기를 좋아하는 멧밭쥐와 참다래처럼, 냄새 맡기를 좋아하는 두더지와 고구마처럼... 서로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함께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의 만남은 상상을 초월해서 생경하지만 서로가 좋아하는 그 무엇에 관한 이야기와 동물과 곤충이 자연스럽게 꽃과 열매가 되어 있는 모습에 어느새 동화된다.



<그림 한 컷 따라 그리기 - '고릴라와 밍크선인장'>



고릴라와 밍크선인장


우리는 가만히 앉아 있기를 좋아해.

가만히 앉아 있으면 많은 생각이 떠오르거든.


높게 솟은 선인장이 딱 좋아 여기 앉았어.

큰소리치지만 겁이 많은 고릴라가 좋아 여기 불렀어.

겉모습은 가시투성이, 속은 맑은 물 한가득.

우리는 왜 겉과 속이 다를까?

오늘도 생각이 많아.


우락부락하지만 마음 따스한 고릴라.

가시가 많지만 물처럼 잔잔한 선인장

우리는 서로 토닥이며 함께 살아.

- <이렇게 같이 살지> 중에서 -


<그림 한 컷 따라 그리기 - '오징어와 풍란'>



오징어와 풍란


우리는 빛을 좋아해.

빛은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거든.


오징어는 깊은 밤바다를 밝히는 반딧불이.

빛을 내어 위험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나를 뽐내기도 해.

풍란은 가파른 언덕에서 길을 알리는 등대.

짙은 안개에 길 잃지 말라고 꽃향기를 먼바다로 보내.


바다를 떠다니며 무지개를 모아 선물하는 오징어,

바다에 부서지는 빛을 받아 향기를 내는 풍란.

우리는 스스로 불 밝히는 빛이 되어 함께 살아.

- <이렇게 같이 살지> 중에서 -







<이렇게 같이 살지>를 보다 보면 함께 살아가면서 얻게 되는 행복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든다.


"인간은 어느 누구도 그 자체로서 온전한 하나의 섬이 아니다"라고 했던 17세기 영국의 시인 존 던⟪김용규, 숲에게 을 묻다⟫의 말처럼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이기심이 자연을 훼손하고 이웃을 짓밟고 자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세상에서 살고 있지는 않은지 묻게 된다.


그리고 전혀 어울릴 수 없다고 생각한 존재가 있다면 마음을 활짝 열고 서로의 닮음을 찾아 떠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김윤경의 <이렇게 같이 살지>


* 전 세계를 대상으로 습지로서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람사르협회가 지정, 등록하여 보호하는 습지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람사르 습지로는 대암산 용늪, 창녕 우포늪, 신안 장도 산지습지 등 24곳이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버드나무와 말똥게 사진 및 내용 출처 : EBS 동영상

❇︎ 쇠뿔 아카시아와 개미의 공생 사진 및 내용 출처 : EBS 동영상




달빛 아래에서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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