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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한 달빛 Nov 24. 2021

상상이 현실이 될 때

달빛 아래에서 그림책 ⑨ - 아네테 멜레세의 <키오스크>

갑자기 올가의

세상이 뒤집혔어요.

- <키오스크> 중에서 -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앙드레 말로-


산을 오르다 우연히 푯말에 적힌 앙드레 말로의 글귀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산을 오를 때마다 보게 되면서 마음 한 구석에 무언가 뭉클함이 꿈틀거렸다.


나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아직도 그 꿈을 간직하고 있을까? 아마도 그 '꿈'은 어느 순간 이런저런 현실과 부딪히면서 사치가 되고 뒷걸음치며 멀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꿈이 없는 사람보다 그 '꿈'을 간직하며 조금씩 만들어 가는 사람을 볼 때면 행복해 보인다. 속도가 느린 거북이걸음이라도. 그렇게 하다 보면 앙드레 말로의 말처럼 그리고 있던 꿈을 이루는 순간을 맞이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월터의 이야기를 보면 늦더라도 꿈꾸는 삶은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된다.


월터는 라이프(Life) 잡지사에서 필름 현상을 담당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특별할 것 없는 월터의 인생에서 유일한 취미는 '상상하기'. 그 '상상' 속에서 그는 용감한 영웅이 되기도 하고 로맨틱한 사랑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자신의 꿈보다는 집의 가장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중 회사의 구조조정을 겪게 된다. 여기에 사진작가인 숀 오코넬의 25번 필름이 사라지고 그 필름을 찾지 못하면 그는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는 필름을 찾기 위해 인생에서 처음으로 모험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아프가니스탄으로 숀을 찾기 위한 여정 속에서 잊고 살았던 자신의 삶을 찾게 된다.


그가 경험한 위험천만한 모험은 때론 현실에 주저하게 만들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위기에 봉착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일한 취미인 '상상하기'는 멈칫하는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한 장면



현실과 타협하면서 살아가면 내 앞에 펼쳐진 세상은 그 현실만큼만 보이게 되는 것 같다. 인생에서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생각보다 내가 서 있는 그 거리만큼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유일한 삶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정말 불행한 삶 아닐까? 자신의 꿈보다 가족의 삶을 위해서 살았던 월터가, 무언가 해보기 위해 도전하기보다 '상상하기'로 만족하며 평범한 삶을 살았던 월터가, 지구 반대편을 여행하기로 결심한 순간이 바로 유일하다고 믿었던 자신의 프레임을 깨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월터와 같이 자신의 인생에서 생각지도 못한 여행을 떠나게 되는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그림 한 컷 따라 그리기 - "키오스크를 들어 올려 움직일 수가 있지 뭐예요">




바로 <키오스크>의 올가가 그 주인공이다. 올가는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 자신의 프렘임인 '키오스크'의 공간에서 가끔 꿈을 꾸며 만족하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우연히 찾아온 행운은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꿈을 찾는 여행으로 그녀를 인도한다.


올가의 일터는 그녀몸이 간신히 들어가는 길거리 간판 대인 키오스크*다. 신문, 잡지, 복권을 파는 키오스크는 올가의 인생이나 다름없다. 올가는 단골손님이 오면 그들이 원하는 것을 꿰뚫고 있어 척척 찾아준다. 하지만 가끔 키오스크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면 여행잡지를 읽으며 석양이 황홀한 먼바다 꿈을 꾸기도 한다.


그런데 뜻밖의 사건이 발생한다. 신문 뭉치가 평소보다 멀리 있어 그녀는 안으로 들여놓으려 애쓰고 있는 사이 남자아이 둘이 과자를 훔치려 하고 그것을 저지하려고 몸을 움직이다 키오스크가 뒤집히고 만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했던 키오스크를 들어 올려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후 키오스크와 함께 산책길에 나선 그녀에게 뜻밖의 사건이 또 한 번 발생한다. 목 줄을 달고 있었던 개 한 마리가 그녀 주위를 빙빙 돌더니 올가를 칭칭 감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균형을 잃은 그녀는 강가에 떨어진다. 그렇게 유유히 흘러간 올가는 큰 파도를 만나게 되고 바닷가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그리던 꿈을 이루게 된다.


"이제 올가는 해변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며 살고 있어요. 저녁이면 황홀한 석양을 바라보면서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월터가 짝사랑하는 셰릴은 이런 말을 한다.


"인생이란 곧 용기를 내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거예요."


꿈을 그리고 만들어 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행복한 일이다. 어떻게 보면 꿈을 이룬 순간 보다도. 그래서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보다 꿈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 더 행복해 보인다. 그리고 월터와 올가처럼 우연히 찾아온 행운에 기꺼이 내맡길 수 있는 용기 또한 필요하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황홀한 석양을 바라보는 올가의 눈에는 더 없는 행복이 느껴진다. 그리고 어쩌면 올가는 또 다른 꿈을 꾸고 뜻밖에 행운 앞에 용감하게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네테 멜레세의 <키오스크>


* 원래는 이슬람 건축에서   있는 원형 정자를 일컫는 말로 길거리의 간이 판매대나 소형 매점을 뜻하며 요즘에는 식당이나 카페에서 볼 수 있는 터치스크린의 무인 단발기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달빛 아래에서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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