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sa Zsa Zsu Feb 20. 2024

인사

이왕 예의 차릴꺼면 영혼좀 담아주심 안돼요?? 네?


하루에도 몇번 씩 복도에서 마주치는 마주치는 사람, 매일 수차례 메일이나 메신저를 주고받는 사람을 다른 이들은 어떻게 대하는지 궁금해서 절친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살짝 화두를 던졌다가 몸서리쳤던 일이 있다.


"야, 너넨 업무 메일 하루에도 댓번 주고받는 사람이 아예 서명에다 등록해놓은 것 처럼 매번 말머리에 똑같은 '안녕하세요. ㅇㅇㅇ 입니다'를 써서 보내는 거 어떻게 생각해? 또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데 좀 애매한 사이인 직원이 복도에서 만날 때 마다 안녕하세요 하고 지나가는 건 괜찮아? 아침에 출근해서 인사도 없이 스윽 자리에 앉아 일하고 갈 때도 스윽 짐싸서 나가는 유령같은 동료는?"



"인사는 잘하고 봐야한다. 인사 많이 한다고 싫어하는 사람 못봤다" 라는 친구,

"그런 사람에겐 나도 그냥 똑같이 하는거지 뭐..회사 사람들에게 뭘 바라냐? 대충이라도 인사 해주는게 어디야"는 친구,

"인사가 뭣이 그리 중헌디. 이 꼰대야:" 개인적으로 젤 싫었던 대답이었다! 버럭!!

"아침에 인사 했는데... 뭘 또해요? 그러구 지나가"는 친구,

"난 마주칠 때마다 인사하는 거 너무 어색해서 별로던데" 라는 친구,

심지어는 "내가 자기한테 가까워질 수 없는 애매한 존재라는 걸 굳이 굳이 반복해서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아 점점 어색해진다" 며 오바하는 친구까지.

마지막 친구에겐 모두가 "어우 야~~~!" 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어쨌든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며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건, 인사를 안 하는 사람은 모두에게 그닥 호감가는 대상은 아니라는게 중론이라는 놀랍지만 뻔한 사실. 그리고 나는 문득 그 자리에 있었던 일곱 친구의 의견조차도 그렇게 제각각인데, 과연 세상 사람들의 그 많은 생각들은 각기 얼마나 다를까 가늠도 되지 않았다.


나?

난 기본적으론 인사가 값어치 있으려면 표정, 눈빛, 그리고 마음까지 오롯이 담겨야 한다는 인사에 몹시도 엄격한 스타일이었다. 게다가 인사에는 TPO에 맞는 Variation마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날 인사를 하고 또 다시 마주쳤을땐 "또 만났네요~" 같은 가벼운 대화나 따뜻한 미소, 끄떡하는 목례만으로 충분하고, 업무 상 수 차례의 메일 끝엔 짧은 농담이나 커피 한 잔 하자는 다정함을 보여주는게 더 좋은 것 같았다. 나에게는 그게 상대방과 친밀해지는 방식이었다.


근데 요즘은 그게 쉽진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굳이 타인과 친밀해지고자 하지 않는 사람도 많은것 같고 해서 되도록 그 '인사'라는 것을 가볍게 생각하려고 한다.

직접적인 표현에 점점 서툴어지는 사람들, 서로 마주보고 하는 대화나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유쾌한 목소리의 대화가 어려워지는 사람들이 주위에 너무 많아서 내 이런 가치관을 그들에게 적용하는게 꽤나 폭력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어쨌든 그 대화들은 나에게 제법 오랜 시간 생각이란걸 강요했고 결국 조금은 치졸하고 얄팍한 나름의 기준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일단 먼저 매우 반갑게 인사를 건네본다.
그리고 촉을 발동해 그 사람을 파악한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내 인사에 반응했던 그 사람의 모습 그대로 똑같이 대한다.


예를 들어 어색하게라도 받아주는 사람에게는 나도 주구장창 어색어색하게 인사하고

친밀한 사람들에겐 매번 다른 방식의 장난스럽고 친밀한 표현을 하게 되고,

왜인지 흘끗 쳐다보고 네. 하고 지나가거나 (왜 인사를 꿀꺽 삼켜버리냔 말이다!), 눈도 마주치지 않고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대충 답하는 사람은 쌩하니 지나가는 삼중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아.....쓰고 보니 몹시... 짜친다.

누구에게도 예의없어 보이긴 싫었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그런 마음가짐도 변하는지 어느새 사람 가려가며 인사하고 있는 내 모습이 참 줏대도 없고 딱하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변해버린 나도 단 한 경우에 만큼은 초연해지지 않는다.

인사좀 해...라는 말도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로 요즘은 하면 안된다고 하긴 하더라만...

처음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생 초짜 신입들에게만은 아직 잔소리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인사좀 해~~~~"라고 타박하면 "했는데요..."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다.

그러면 난 늘 이렇게 말한다.


상대방이 못 알아챈 인사는 인사가 아니야~~~


믿기지 않겠지만 어렸을 적 몹시 내성적이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주변 어르신들께 인사하고 엄마 꽁무니 뒤에 숨던 내게 엄마가 늘 하시던 말씀이었는데, 어느새 나도 똑같이 하고 있다.

꼰스럽다, 옛스럽다 해도 어쩔 수 없다.

사회생활 만렙의 영업 비밀을 이제 뭐라도 흡수해야 하는 이 애기들에게만은 꼭 알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은 사라지질 않는다.


아가~~~~

먼저 진심의, 밝은 인사를 건네는 것는 절대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란다.

인.사.좀.해!!!

작가의 이전글 젊꼰 주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