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숲 with IntoBlossom Oct 08. 2023

[우리 반 문병욱] 내 안의, 우리 안의 문병욱

거울 앞 그림책 여섯 번째


서명: 우리 반 문병욱

저자: 글 이상교/ 그림 한연진

발행: 문학동네 (2023)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 아이들의 모습은 무척 다양합니다. 어른들은 대개 단정하고 예의 바르며 태도가 바른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가르치지만 아이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한 명 한 명 다른 아이들이니까요. 나는 나고 너는 너입니다. 규칙 아래 큰 문제가 없다면 아이의 관심과 개성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만의 독특한 행동이 있다면 오히려 관심을 가져줘야 합니다. 그런데 사실... 어른들이 간과하기 쉬운 부분입니다.


 단순하지만 정감 있는 아이의 말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이상교 작가님을 좋아합니다. 수많은 동시와 그림책과 동화를 통해 작가님의 글이 점점 더 아이와 가까워지는 느낌입니다. 문학동네의 새 그림책 [우리 반문병욱]

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우리 반 '문병욱'을 표현하는 방식과 이해해 가는 과정을 어른이 아닌 아이들 스스로 찾아가게 하는 진행이 현명합니다.



 문병욱은 이상한 아이입니다. 말도 별로 없고 무엇보다 항상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닙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병욱이를 따라다니는 소문은 현재의 병욱이에게 집중하지 못한 채 이미 병욱이를 이상하고 바보 같은 아이로 만듭니다. 하지만 예지의 생각은 다릅니다. 약간 다르다고 해서 '이상하다' '바보 같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미처 보지 못해 놓쳐버리는 병욱이의 따뜻함을 먼저 발견하고 말을 걸며 다가갑니다.


 [우리 반 문병욱] 안 교실의 모습을 살펴보면 굉장히 다양한 모습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친구와 몰려다니는 아이, 비행기를 정신없이 날리는 아이, 조용히 앉아있는 아이 그리고 문병욱과 같은 아이가 있지요. 새 학기 새 반에 모여든 아이들은 '낯선 다름'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때론 그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고 가까이 가려하지 않아요.


 비단 아이들만 그럴까요? [우리 반 문병욱]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아이들만 못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의 편견대로 병욱이를 대하고 심지어 사과조차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병욱이의 손을 주머니에서 꺼내주는 건 아이들입니다. '왜'라고 따지기 전에 '어떻게' 다가가고 함께 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이렇게 묵직한 주제를 이상교 작가는 아이의 말로 보여줍니다. 한연진 작가의 친숙하고 귀여운 그림체에 제 마음이 녹습니다. 나 역시 우리 역시 우리 반 문병욱이었던 기억이 있겠지요? 당신의 손을 빼내준 사람을 추억해 보세요. 그리고 우리 아이의 숨겨진 손도 함께 생각해 보며 그림책 [우리 반 문병욱]을 감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어느새 우르르 친구들과 함께 하는 병욱이의 미소를 바라보면서 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장벽과 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