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출렁이는 황금빛 파도

더 웨이브(The Wave)

by 질경이


미국에서 여행과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꼭 한번 가고 싶어 하는 곳이 이곳'더 웨이브'다.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서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허가증을 받고 넉 달을 기다렸다.

비가 오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서 가슴을 조이며 날씨가 좋기를 간절히 바랐다.

다행히 날씨는 좋았다. 89번 고속도로에서부터 여기 오기까지 더 웨이브 가는 길이라는 안내판은 단 하나도 없었다.

연방정부에서 관리하는 이곳은 하루에 20명만 입장을 허용한다. 4개월 전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한 달 동안 신청자를 모아 월말에 추첨을 해서 10명만 뽑는다. 그리고 하루 전 카납(Kanab, arizona))에 있는 국토관리부 사무실에서 10명을 뽑는다. 경쟁은 치열하다.

당첨이 되면 허가증과 함께 길 안내서가 우편으로 온다. 가는 길 사진 여섯 장, 돌아오는 길 사진 여섯 장이 프린트되어있다.

주의 사항에는

모든 위험사항에 대해서는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

안내표시가 없으니 알아서 찾아갈 것.

길을 잃은 사람을 찾는데 하루에서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종종 목적지를 찾지 못해 Wave를 못 보고 나오는 이들도 있다

물과 먹을 것을 넉넉하게 가지고 갈 것.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말 것.

해 지기 전에 나올 것 (해가 지면 구조대원도 못 찾는다)

큰길에서 주차장까지 비 포장도로이니 비가 오면 들어갈 수 없다.

휴대전화는 터지지 않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차 허가증을 앞 유리창 아래 놓고 한 발 한 발 나아갔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표시도 만들어 놓지 않았다. 보내준 사진한장 들고 3.2마일을 걸어서 찾아가야 했다.


주차장은 유타주에 있고 The Wave는 애리조나주에 있다.


처음 시작하는 곳에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있어 따라가지만

여기서부터는 발자국이 없어 보내준 사진을 보며 찾아가야 한다.

자연을 있는 그래로 보존하기 위해 간판이나 길 표시하나 없다.


쌍둥이 봉우리(Twin Butt)를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가라고 하는데

둘러보면 쌍둥이 봉우리가 한 둘이 아니다.

여름이면 붉은 사암이 열을 받아 화씨 100도가 훌쩍 넘는다.


저 멀리 보이는 오른쪽 언덕의 검게 갈라진 곳(The Black Crack)을 향해 가는 거다.

그 바로 아래 더 웨이브(The Wave)가 있다.


오른쪽으로 이런 바위산을 보며 걷는다.

목적지가 가까워지고 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여기 어디쯤 유타주와 애리조나 주 경계선이 있겠지?


색이 참 신비하기도 하다.

가까이 간 것 같은데 사진으로 보던 그 광경이 보이지 않아 불안했다.






모래밭, 모래 바위, 모래 강바닥을 지나

마지막으로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니

아... 여기다.


길을 찾는데 몇 번의 실수를 했지만 세 시간 만에 이 언덕에 도착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내가 느낀 감동은 숨이 멎는다는 말이 딱 맞는다. 발로 밟으면 부스러질 것 같은 황금물결이 출렁인다.



누가 붓을 들어 이 거대한 바위에 물결을 새겼을까.



어떤 부분은 얇은 종잇장 같아 손대면 바스러질 듯하다.

거대한 박물관에 들어가 보물을 보듯 조심스레 바라보아야 했다.


여기는 2억 년 전 모래사막이었다. 모래더미가 계절풍에 의해 옮겨 다녔다. 오아시스가 있었고 공룡이 살았다. 이 근처 어딘가에 공룡의 발자국이 천 개나 있다는데 나는 찾지 못했다.




운 좋게 당첨된 사람들이다.



1,500백만 년 전 콜로라도 고원이 솟아올랐다. 사막의 모래가 물과 광물질에 의해 시멘트처럼 굳었다.

단단하지 않은 모래 바위는 오랜 세월 바람에 깎이었다.

사막의 모래와 그 모래 속의 광물질이 황금물결을 만들었다.

이날은 우연히도 같이 간 친구의 생일이었다. 바로 이 자리에 앉아 '생일 축하'노래를 부르니 목욕탕 안에서 노래하는 것처럼 소리가 울렸다. 몇 명 되지 않지만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축하해 주었다.




1,500만 년 동안 바람이 모래 바위를 스치며 만든 작품이다. 발로 밟고 다니기가 미안했다. 이 섬세한 황금물결이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바스러질걸 생각하면 안타깝다. 인도의 타지마할에 갔을 때 대리석 바닥이 상한다고 신발을 벗고 천으로 된 덧신을 신게 했다. 타지마할은 3백 년 전 인간이 만든 대단한 작품이다. 그래도 인간이 만든 것은 인간이 다시 만들 수도 있다.

자연이 만든 것은 인간이 파괴하면 회복이 안된다. 이 모습 이대로 오래 오래 남아있기를 바라며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