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움직이는 봉우리들

피너클스 국립공원, 캘리포니아

by 질경이


여기는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이 제청하고 미국 의회가 통과시켜 59번째 국립공원이 된 피나클스 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단한 것을 기대하고 가면 실망할 정도로 큰 볼거리는 없다.

서쪽으로 들어가는 입구와 동쪽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는데 그 두 길이 서로 만나지도 못한다.

한적한 시골길로 가면서 여기가 국립공원 가는 길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빈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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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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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입구


2300만 년 전 이 동네에 어마어마한 화산이 터졌다.

한 번만 터진 것이 아니고 수백만 년에 걸쳐 터졌다.

땅속에서 모래와 바위와 불덩어리가 쏟아져 나와 서서히 식으며 이런 바위를 만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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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봉우리(피나클)들이 195마일(312 킬로미터)을 밀려 내려왔다...

원래 이 봉우리들이 195마일 남쪽에 있었는데 산 안드레아 폴트를 따라 슬금슬금 북쪽으로 일 년에 3~6센티미터를 움직였고 지금도 움직인다고 한다. 이해는 잘 안 되지만 과학자들이 그렇다니까 믿어야지.


바위가 비바람에 부서져 내려 흙이 되고 그 자리에서 나무와 열매들이 생겨났다.

열매를 먹고 벌과 박쥐, 토끼 같은 작은 짐승이 생기고 그것들을 잡아먹는 마운튼 라이언, 코요테, 콘도르 도 생겼다.

그리고 만년 전부터는 사람도 살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은 만년 동안 도토리, 치아씨, 먹고 토끼 잡아먹고 입고 동굴 속에서 살았다.

1770년 스페인 사람들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샬론족이 900명, 뮤탄족이 3000명 정도 살고 있었고

샌디에이고에서 소노마까지 30만 명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스페인 선교단이 캘리포니아 해안에 21개의 성당을 세우고 인디언들을 선교하는 동안

인디언들의 절반 이상이 유럽에서 온 병균으로 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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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 일어나 바위가 굴러 내린 아슬아슬한 길을 간다.

이 국립공원은 드라마틱한 경치는 없어도 산책로가 많이 있다.

바깥세상은 한 여름인데 어쩐지 여기는 가을 느낌이 들었다.

어디선가 인디언이 나올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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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영화에 나오는 고스트 같기도 하고..


이 국립공원은 고속도로 101번 킹 시티(King City)에서 들어간다.

킹 시티는 존 스타인벡의 외가가 있던 곳이고 에덴의 동쪽의 주인공 아담의 농장이 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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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동쪽에 나오는 아담과 해밀턴의 농장이 있는 킹 시티 근처.

그 농장은 이제는 개인 소유라서 가 볼 수는 없지만 왠지 이런 느낌 일 것 같다.

차를 세우고 서서 황량한 길을 바라보았다.


피나클스 국립공원을 나와 존 스타인벡의 고향 살리나스(Salinas)로 향했다.

마침 점심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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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벡이 태어나 살던 집이다. 지금은 국가유적으로 지정된 작은 레스토랑이다.

집안은 깨끗하고 옛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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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의 옷을 입은 웨이트리스가 음식 주문을 받으며 이 집의 역사를 듣기 원하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니 스타인벡의 가족과 그가 살던 당시의 이야기를 음식이 나올 때까지 해 준다.

음식은 깔끔하고 맛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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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린 사진이 스타인 벡의 부모인데 처음에 어머니가 오른쪽에 있던 걸 그의 자녀들이 와서 보고

아버지는 늘 어머니를 바라보시며 사셨으니 아버지 사진이 어머니를 보고 있게 해 달라고 해서 자리를 바꾸었다고 했다. 옆 자리에 앉은 가족은 영국에서 왔다고 했다. 이들도 스타인 벡을 좋아한다고 했다


에덴의 동쪽에 나오는 소설 속의 해밀턴이 스타인 벡의 실제 외할아버지다.

그는 이 집의 3층 다락방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 집에서 태어나 스탠퍼드 대학에 갈 때까지 여기서 살았다.

에덴의 동쪽 소설 속에 아담이 해밀턴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문상을 왔던 바로 그 집이다.


얼마 전 읽은 스타인 벡의 에덴의 동쪽을 생각한다. 책은 방대해서 읽는데 두 달이 걸렸다.

책의 주제는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사랑과 미움, 그리고 강함과 약함이다.

아담이 아버지의 유산을 가지고 캘리포니아로 와서 킹 시티에 정착한다. 이 마을에서 존경받는 해밀턴이 그들의 정착을 도와준다. 아담의 아내 케이트는 쌍둥이를 출산한 후 집을 나간다. 만류하는 남편 아담을 총으로 쏘고 나가 살리나로 가서 창녀촌 주인이 된다.

쌍둥이의 이름을 성서에 나오는 갈렙과 아론으로 지었다. 쌍둥이는 현명하고 충실한 중국인 하인 '리'가 키운다.

이 책에서 중국인 하인 '리'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제임스 딘이 나오는 엘리아 카잔이 감독한 영화 '에덴의 동쪽'에서 리의 존재는 매우 미약하다. 그 영화를 만들 즈음 동양인들의 위상이 약해서 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팀 쉘(Timshel)"의 해석을 놓고 해밀턴과 리가 하는 토론이 흥미로웠다.

Thou Mayest와 Thou Shalt의 차이점.

신이 우리의 죄를 무찔러 줄까?

신이 우리의 죄를 우리에게 무찌르라고 명령하는 걸까?

신이 우리에게 선과 악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는 걸까?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해밀턴은 신은 우리에게 악을 물리치고 선을 행해야 한다고 명령(Shalt)한다고 했다.

중국인 리는 몇 달 동안 성경을 연구하고 이해가 안 되는 때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현자들의 모임에 가서 의논하고 돌아와 신은 우리에게 선과 악을 선택(Mayest)할 능력을 주었다고 말한다.

"누구나 노력하면 죄를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력하지 않으면 죄는 우리의 문 앞으로 옵니다. 죄는 언제나 우리를 향하고 우리는 죄를 물리칠 수 있습니다."

동양의 지혜가 담긴 '리'의 성경해석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지정한 국립공원에 와서 2,300만 년 동안의 땅의 움직임을 보고 난 후 생각 난 사람이 중국인 하인 "리"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의 비약 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피나클 국립공원의 봉우리들처럼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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