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들의 세상에 사람이 가면

캐트 마이 국립공원, 알래스카

by 질경이

비행기가 8시에 예약이 되어 있는데 7시까지 오라고 연락이 왔다. 7시 정각 리걸 항공(Regal Air) 도착했다. 항공사라지만 경비행기 한대 가지고 아빠와 딸이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는 조그만 사무실이다.막상 도착하니 날씨가 나빠 출발이 지연될 예정이라고 기다리라고했다. 여긴 괜찮은데 도착지 사정이 좋지 않다고 했다.

아무도 불평하지 않고 기다린다. 알래스카를 여행하려면 이 정도 각오는 언제나 해야 한다.

한쪽은 물에서 뜨는 비행기가 손님을 기다린다.


한쪽은 땅에서 뜨는 비행기에 기름을 넣고 있다.. 여직원이 기름을 넣고 하늘을 바라본다.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다. 베틀스에서 게이츠 오브 악틱(Gates of the Artic) 국립공원 갈 때 탔던 것보다 훨씬 크다.

어때? 갈 수 있을 것 같니? 다행히 30분 후 출발한다는 기쁜 소식이다. 이런 비행기는 예약할 때 체중을 물어본다. 솔직하게 말해 주어야 한다. 좌석 배정은 없고 조종사가 쓱~~ 보고 무거워 보이는 사람부터 앞좌석으로 태운다.


버지니아에서 온 수학선생 부부, 플로리다에서 온 부부, 알래스카에서 사업을 한다는 공군 출신 두 남자. 우리 부부, 여덟 명이다. 버지니아에서 온 사람들은 3일 전 예약되어 있었는데 날씨가 나빠 이 날에야 간다고 했다. 그래도 다행이라며 좋아했다.


날씨 때문에 걱정하는 나를 위로해 주듯이 날개 위로 무지개가 떴다.



조종사 Doug은 쉴 새 없이 설명을 하며 타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앵커리지에서 킹 새먼(King Salmon)까지 290마일이다.



중간 기점인 King Salmon에 도착했다. 비행기 타고 물 위로 내려 보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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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다른 수상 비행기로 갈아타야 한다.




여기서는 보딩 수속이라는 것이 실제로 한 사람씩 무게를 재는 것이다. 예약할 때 거짓말로 체중을 말했으면 여기서 들통이 난다. 플로리다에서 온 부부 중 여자가 난감해했다. 목에 카메라를 걸고 있던 한 남자는 " 이놈의 카메라는 왜 이렇게 무거운 거야? " 했다. 자기 체중의 3분의 1은 카메라 무게란다.


수상비행기는 대단히 민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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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온 일행 중 한 사람은 저 짐들과 함께 다음 비행기를 타야 했다.

여기서도 탑승은 몸무게 순이다. 내가 몇 번째로 탔는지는 말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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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트 마이 국립공원 비지터센터 도착했다.이 공원의 주인은 2,000마리의 곰들이다. 국립공원 사무실에서 곰에 대한 안전교육을 받아야 공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도착하니 바로 점심시간이다. 사람은 우리 안에 들어가 음식을 먹어야 한다. 곰들은 자유롭게 바깥에서 먹는다. 인간세상의 동물원과는 완전 반대다. 점심을 먹고 남은 음식은 이곳 창고 안에 넣어 두고 공원 안으로 들어간다. 주머니에 과자나 껌도 가져가면 안 된다.

가는 길에 곰이 나타나면 50미터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곰이 새끼와 같이 있을 때는 100미터.


곰이 나타나면 절대 가까이 가면 안된다.

먹을 것을 주면 범죄자가 된다. 알래스카 여행 사진이나 잡지에 곰이 연어를 잡아먹는 사진이 있다면 거의 확실하게 여기서 찍은 사진이다. 지금은 캐트 마이 국립공원에 간다고 하면 곰 보러 가는 걸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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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는 이렇게 많은 연어가 태어난 곳으로 가려고 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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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곰이 아기 곰과 호숫가에서 놀고 있다고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곰이 사라진 후에야 사람이 간다. 여기서 1마일만 가면 사진으로만 보던 바로 그 장소 브룩스 폭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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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근처에 가면 이런 통로가 시작된다. 이 통로에서는 계속 걸어가야 한다.앉아서 놀거나 서 있어도 안된다.

폭포가 내려다 보이는 플랫폼이 두 개 있는데 가까이 있는 플랫폼에 가려면 이름을 적어 놓고 기다려야 한다.

한 번에 3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다. 그날의 형편과 시간에 따라 기다리는 시간이 다르겠지만 이 날은 한 시간 기다렸다. 입장 후 한 시간이 지나면 레인저가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이름을 부른다. 다음 사람들을 위해 나와야 한다. 레인저들은 조용하게 움직이고 친절하지만 엄격했다.





이 근처에 사는 브라운 베어는 영양가 놓은 연어를 많이 먹어 300-350킬로그램까지 큰다. 알래스카 내륙에 사는 그리즐리 베어 보다 50킬로 정도 더 크다.



물속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고기를 잡아먹는 곰도 있고. 좋은 자리 잡고 앉아 가까이 오는 연어만 잡아먹는 곰도 있다. 아마도 저 곰이 왕초인 것 같았다.다른 곰들이 오면 으르렁거려 쫒아 버린다.



곰이 먹다 남은 연어를 먹으려고 새들도 자리다툼을 한다.

새한테 고기 한점 빼앗기고 화가 난 표정이다.


새끼 두 마리를 거느린 엄마 곰은 마음 놓고 고기를 잡으러 가지 못한다.

다른 곰들이 연어 잡아먹는 걸 바라만 볼뿐 새끼 곁을 떠나지 못한다.

아마도 사람들이 많아 더 불안한지도 모른다.




물속으로 조금 걸어 들어가다 그냥 제 자리로 돌아왔다. 곰은 6월에서 7월 사이 짝짓기를 하고 11월에 겨울을 지낼 굴로 들어간다.거기서 새끼를 낳으면 2년을 꼭 붙어 보호하고 보살핀다.

그 기간은 다른 새끼를 가지지도 않는다. 아빠 곰은 엄마 곰과 새끼곰을 전혀 돌보지 않는다.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는 눈물겹도록 처절해 보인다.바다에서 살다가 알을 낳을 때가 되면 그 옛날 자신들이 태어난 곳으로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다. 살던 바다에서 태어난 곳까지 천 킬로미터든 3천 킬로미터든 먹지도 않고 쉬지도 않고 물을 거슬러 헤엄쳐 간다. 가다가 사람들에게 잡히고 곰에게 먹히고 독수리에게도 먹힌다. 그래도 살아남은 것들은 자신이 태어난 차갑고 깨끗한 물에 이르러 강바닥 돌멩이 사이에 알을 낳고 제 어미들이 그랬던 것처럼 생을 마감한다.

얘들아, 뛰어오를 때 앞을 잘 보고 가야 해.

곰의 입으로 바로 들어갈 수도 있단다.


곰들은 추운 겨울을 나려고 열심히 연어를 잡아먹는다. 곰과, 연어와 새 구경을 하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조용히 부르며 걸어 다닌다. 시간이 다 되었다고 나가야 한다고 알려준다.

지금은 곰으로 유명한 국립공원이지만 104년 전 화산 폭발이 있기 전까지는 미국에서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고 한다. 1912년 캐트 마이산의 노바럽타 봉우리에서 화산이 터져 일주일 동안 불과 화산재를 품어 냈다 100마일 떨어진 코디액에서는 자기 손에 들고 있는 램프 불빛이 안 보일 정도로 깜깜했다고 한다.

인근의 40평방 마일 안에 있던 살아있는 모든 것은 화산재에 덮여 생명을 잃었다. 그런데 확인된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람이 살지 않았으니까...


1916년 지질학자들이 왔을 때 까지도 화산재 사이에서 수천, 수만 개의 굴뚝처럼 연기가 솟아났다고 한다.

그래서 주어진 이름이 "일만곳에서 연기가 나는 계곡(Valley of Ten Thousands Smoke)"이다.

만일 이만한 크기의 화산이 뉴욕에서 터졌다면 시카고까지 그 소리가 들렸고 토론토에 사는 사람들이 산성비에 화상을 입었고 맨해튼에는 살아남은 사람이 없었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추측한다.


브룩스 캠프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화산이 터졌던 곳까지 갈 수 있다는데 하루밖에 시간이 없는 우리는 갈 수가 없다. 약속한 시간이 되어 호숫가로 왔다. 오후가 되니 바람이 강해지고 파도도 높아졌다.

시간이 되어도 비행기가 오지 않아 불안해하고 있을 때 무전기를 든 청년이 다가와 리갈 에어를 기다리는 사람은 따라오라고 했다.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아 경비행기가 착륙할 수 없어 버스를 타고 부룩스 레이크로 가야 했다.


카메라 무게가 체중의 3분의 1이라는 부부도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다고 행복해했다. 8시간을 같이 보낸 일행.

서로 챙겨주는 좋은 그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