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Crater Lake National Park)
길을 모르면 지도를 보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누군가 믿을만한 사람에게 물어야 한다.
요즘은 모두들 구글에다 묻는다. 아무리 구글이 편하고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나는 아직 종이지도와
국립공원 비지터센터의 레인저에게 묻는 걸 좋아한다.
1930년대 돌로 지은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 비지터센터다. 숲도 예쁘고 집도 예뻤다. 공원 안에 있는 모든 건물은 자연소재로 흙색과 나무색으로 칠해 국립공원의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지었다. 주로 레인저들의 숙소와 자연보호를 위한 연구소들이다. 내가 만난 레인저들은 대부분 내가 원하는 정보를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오랜 시간 차를 타고 와서 다리도 풀 겸 30분 정도 걸리는 작은 트레일부터 하기로 했다. 트레일 이름은 '숲 속의 숙녀'. 이름도 예쁘다.
개울에는 눈 녹은 물이 졸졸 흐른다. 낙엽이 쌓이고 또 쌓여 땅이 폭신폭신하다.
다시 차를 타고 호숫가로 올라가 호수를 딱 보는 순간 "아.."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어떻게 저런 물색이 가능하지? 미국에서 가장 깊고 가장 맑고 가장 푸른 호수다.
현대식 기기로 측정한 깊이 592미터, 120년 전 피아노 쇠줄로 측정했을 때 608미터, 거의 비슷하다.
해마다 평균 13미터의 눈이 내려 일 년에 8개월은 눈에 덮여있다. 눈과 비가 내리는 만큼만 증발해서 항상 같은 깊이를 유지한다. 물이 흘러들어오지도 흘러내리지도 않아 저렇게 맑고 깨끗하다.
7,700 년 전 마자마 산이 폭발했다. 해발 3,000미터가 넘던 산의 위 부분 1,000미터 정도가 날아가고 그곳에 물이 고여 호수를 만들었다. 미 대륙에서 64,000년 동안 발생한 화산 폭발 중 가장 컷을 것이라고 한다.
그 어마어마한 화산재 속에서 짚신이 수십 켤레 발견되었다고 하니 7,700년 전 이곳에 살던 원주민들은 그 일을 보고 겪었을 것이다.
이 국립공원은 4월부터 눈을 치우지만 때로는 6월까지도 다 치우지 못한다. 보통 6월 중순에 문을 열어 11월 1일이면 문을 닫는다. 그 보다 더 일찍 닫을 수도 있다.
산의 꼭대기 부분이 폭발하고 무너지고 남아있는 곳 중 rim에서 가장 높은 힐만 봉(Hillman peak)은 해발 2484미터다.
공원 안의 캠핑장은 시설도 좋고 관리도 잘되어 있는 대신 예약이 어렵다. 운 좋게 예약이 되어 하룻밤 캠핑하고 아침 일찍 림 드라이브로 호수를 한 바퀴를 돌았다.
East Rim에서 보이는 팬텀쉽.
어마어마한 화산재가 날아가서 쌓인 후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여 기이하게 변한 뾰족 봉우리 피너클스.
오래전 원주민들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달려 내려갔다는 악마의 등뼈 같은 내리막 길.
지금은 아무도 하지 못하게 한다.
호수 둘레는 걸어서 돌아볼 수도 있고 자전거를 타고 돌 수도 있다.
힘들면 그냥 이렇게 멋진 차가 아니더라도 차로 한 바퀴 빙 돌아도 된다.
가기 싫으면 "가고 싶은 사람만 가서 보고 와..." 할 수도 있다.
클리트우드 트레일을 걸어 내려가면 호숫가에 닿는다.
왕복 2.2마일, 경사가 급하고 고도가 높아 좀 힘들지만 호숫물에 손을 담가 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용기가 있다면 이 아이들처럼 뛰어내려도 된다.
혼자 하기 두려우면 둘이 해도 좋다.
조심조심 걸어 내려가 물에 손을 담가보니 물이 매우 차갑다... 젊은 아이들도 1분 이상 머물지 못한다. 그런데 1965년 이후 물의 온도가 조금씩 상승한다. 1965년 화씨 54도, 2015년 59도. 해마다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다. 물 온도가 올라가는 건 수영하는 사람에게는 좋을지 모르나 물속의 생태계에는 좋지 않을 수 있다. 공원 규칙에 수영은 해도 되는데 스노클링이나 스쿠바 다이빙, 긴 거리 수영은 금지되어 있다.
먹을 것을 가지고 와서 소풍 해도 좋다. 공원 안의 호텔 베란다에서 그냥 앉아 있어도 된다.
자릿세도 없이 피크닉 하기에 얼마나 좋은 자리인가..
호텔 안의 레스토랑에서 사 먹어도 된다. 음식 값은 아주 비싸지는 않다.
점심 먹고 시계방향으로 돌았다.
대 폭발 후로도 작고 큰 화산이 터져 호수에 또 하나의 화산, 위자드 섬을 만들었다.
오래전 이곳에 살던 원주민들은 회색 빛이나 검정 새가 이 호수에 들어갔다 나오면 파랑새가 된다고 믿었다.
죽은 나무 꼭대기에 검정 새 한 마리 앉아있다. 너는 물속에 들어가지 않았나 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