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이 만들어낸 국립공원

쉐난도어 국립공원

by 질경이

미국에 대공황이 없었다면 이 국립공원도 없었다.

남쪽에서 올라 가면 블루릿지 파크웨이(Blue Ridge Parkway)의 북쪽 끝인 락 피시 갭( Rockfish Gap)에서 시작해 북으로 프런트 로열(Front Royal)까지 105마일 스카이라인 드라이브(Skyline Drive)와 그 길 주변이 쉐난도어 국립공원(Shenandoah National Park)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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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미국은 경제 대공황으로 절망에 빠져있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 딜 정책으로 만들어 낸 CCC (Civilian Conservation Corps) 캠프가 최초로 설치된 곳이 바로 여기다.

18세에서 25세의 독신 남자들을 모집해서 군복 같은 노동복과 하루 세끼의 식사, 그리고 한 달 월급 30불, 그중 25불은 부모에게 보내고 나머지 5불을 본인에게 주며 군대의 감독 아래서 일을 시켰다. 전국에서 많은 지원자가 몰려왔다.


아팔라치안 산맥의 능선에 길(Skyline Drive)을 만들고 길이 무너지지 않도록 축대도 쌓고 나무도 심고

죽은 나무는 잘라내고 주차장과 캠핑장, 산불 감시 탑, 화장실 등을 만들고 전기와 전화도 끌어왔다.

군대식으로 일을 하다 보니 부작용도 있었다. 지금의 국립공원 안에 보금자리를 틀고 살던 사람들을 반 협상, 반 강제로 몰아내고 그들이 다시 돌아올 것을 우려해 그들이 살던 과수원, 집, 담장... 등 모든 것을 흔적도 없이 없애버렸다. 그곳에서 농사짓고 살던 사람들에게도 그 나름대로 문화가 있었을 텐데 새마을운동으로 초가집을 다 없앤 것만큼이나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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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던 시절 젊은이들이 만들어 놓은 초원에서 지금은 사슴들이 평화롭게 놀고 있다.

빅 매도우즈(Big Meadows ) 캠핑장 역시 그들(CCC Boy)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Shenandoah는 "Daughter of the Stars"라는 뜻의 인디언 추장의 이름이다. 그리고 이 공원의 서쪽 아래 흐르는 전설적인 강이름이기도 하다. 미주리강 근처를 카누를 타고 다니던 모피상 중에 이 추장의 딸을 사랑한 사람이 불렀다는 이야기가 있고, 배 타고 다니던 사람들의 뱃노래라는 이야기도 있다. 학교 다닐 때 합창반에서" Oh Shenandoah, I long to hear you away you rolling river..."를 부를 때 아주 낭만적인 사랑을 상상했었다. 내가 이 언덕에서 쉐난도어 계곡을 내려다보며 이 노래를 흥얼거릴 날이 올 것이라는 상상은 하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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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매도우즈라지 숙소에 체크 인하고 루이스 폭포 트레일을 해 보기로 했다. 바로 이 장소가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에서 카츠가 사람들을 모아놓고 영웅이 되어 잘난 척을 하던 곳이다. 그만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이 트레일의 절반은 아팔라치안 트레일과 같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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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그려 놓은 하얀 페인트가 아팔라치안 트레일 마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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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폭포다.

여기까지 오기 힘든 것에 비해 그 크기는 실망스러웠지만 조용하고 맑은 물이 더위를 씻어 주었다.

폭포가 더 잘 보이는 곳으로 올라가니

한 남자가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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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될까 봐 조용히 다가가니 먼저 말을 시작한다.

어느 쪽으로 올라왔느냐고 묻더니 거리는 좀 멀어도 온 길로 가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충고도 해 주었다.

반대편 길은 바위가 많고 경사도 급하다고 했다.

그래도 온 길은 2.1마일, 반대편으로 가면 1.3마일인데.. 충고는 고맙지만

잠시 생각하다 안 가 본 반대편 길로 가기로 했다.

그 사람의 말대로 역시 길이 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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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도 아프고 무릎도 시큰시큰해 왔다.

쉐난도어 국립공원에 오는 사람들의 90% 이상은 차를 타고 그냥 지나만 간다고 한다.

그래도 차로 그냥 지나가는 것보다는 트레일을 하니 쉐난도어가 더 몸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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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구비 보이는 산등성이 신비할 정도로 아름답다. 내가 정말 첩첩산중에 와 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 전날 국립공원 레인저가 추천해준 다크 할로우 폭포(Dark Hollow Falls)를 가 보기로 했다. 전날 갔던 트레일보다 길이 잘 다듬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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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오른쪽으로 계속 개울이 따라온다.

새벽 산길에는 아무도 없다.

전 날 본 루이스 폴 보다는 조금 더 크다


미끄럼 같은 폭포가 내려와 물이 고이는 신선이나 선녀가 목욕할 것 같은 물가에 앉아 보았다.

맑은 물소리에 내 마음의 때가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다.

왕복 1.4마일 트레일, 내 모습을 보고 이 트레일을 추천해 준 레인저가 이해된다.

힘들이지 않고 이런 폭포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여행을 다니며 포기해야 하는 때를 종종 만난다.

요즈음은 카메라를 놔두고 전화기만 들고 갈 때가 많다. 무거운 짐을 지고 갈 때보다 조금 더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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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공원에는 개미도 없다고 하려 했더니 개미 한 마리 무거운 짐을 지고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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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인 드라이브를 북쪽으로 향했다.

비 온 다음 날은 참 깨끗하다.

전망대 나오면 가다 서다 어렵던 시절 집을 떠나 이 길을 만들어 준 젊은이들을 생각하며 쉐난도어 국립공원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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