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이디아 국립공원
미국의 가장 동쪽에 있는 국립공원에 해가 뜬다.
대서양 해안에서 가장 높은 산, 캐딜락 마운튼 정상이다.
화산이 폭발해 용암이 흐르고 빙하가 흘러내리며 모양을 만들었다. 그리고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이어 이런 모양이 되었다. 바위틈에 풀도 자라고 꽃도 피었다. 바위 사이를 조심스럽게 걸어 다녔다.
5000년 전부터 사람들이 살았다. 와바나키 인디언은 겨울이면 숲 속에서, 여름이면 바닷가에 나와서 살았다.
1604년 프랑스인들이 왔다. 원래 살던 사람들의 도움으로 정착한 후 원주민을 밀어내고 이 땅을 차지했다. 프랑스 루이 14세가 캐딜락이라는 사람에게 이 땅을 하사했다. 그는 더 서쪽 디트로이트로 가서 자동차산업을 일으켰다. 캐딜락 자동차의 바로 그 캐딜락이다.
100년 후 영국 사람들이 왔다. 영국과 프랑스가 싸웠다. 영국 사람들이 이겼다. 뉴 프랑스가 뉴 잉글랜드가 되었다. 캐딜락의 손녀딸이 유럽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에게 이 땅을 팔았다. 이 곳의 아름다움이 뉴욕 부자들에게 알려져 록펠러, 모르건, 포드, 밴더빌트, 카네기 같은 부호들이 여름 별장을 짓고 겸손하게 '오두막(cottage)'이라 이름 붙였다. 100년 전이었다면 나는 이 근처에 오지도 못했다. 미국에서 재벌 정도 되는 사람들의 별장들이 모여있던 곳이다.
사람 1,
'아케이디아 국립공원의 아버지' 조지 도어
조지 도어(George Dorr)는 보스턴의 섬유재벌집 아들이다. 15세에 아버지와 이곳에 왔다가 바닷가 58 에이커의 땅을 사서 방 30개나 되는 저택을 지었다.
하바드와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하고 1910년부터 이곳을 보호하자는 일을 시작했다. 이 곳이 소수의 부자들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넓은 땅을 사 모아서 보호하려 해도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워싱턴으로 가서 환경보호운동을 했다. 그의 노력으로 1919년 미시시피강 동쪽에서 최초로 라 페이옛(La Fayette)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10년 뒤 아케이디아 국립공원이 되었다. 부자들의 사유지가 많아 시작은 지금만큼 크지 않았다. 국립공원의 감독으로 일하며 그는 월급도 받지 않고 자신의 재산을 털어 이 공원을 지키는데 썼다. 자신의 재산이 다 소진된 후 국립공원의 직원으로 월급을 받았다. 노년에는 시력도 잃었고 자신이 살던 집을 고칠 돈도 없었다. 그는 그의 일생과 가진 것을 모두 이 국립공원에 바쳤다. 그가 죽었을 때 재산은 가족들이 몰래 간직해 놓았던 단 2000불 남아있어 장례비로 썼다는 이야기다. 그는 무덤도 없이 아케이디아 공원 안에 뼈를 뿌렸다. 공원 안을 다니며 그의 자취를 만났다.
사람 2 록펠러
공원 안에 45마일(72킬로미터)이나 되는 '마차길Carriage road)'이 있다. 석유왕 록펠러의 아들이 만든 길이다. 록펠러 1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미국 전체의 정유산업을 90% 이상 독점했던 사람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돈이 많았고 가장 미움을 받았던 사람이다.
그의 아들 록펠러 주니어는 부친이 이룬 사업에 관여하지 않고 36세부터 돈을 잘 쓰는 일을 했다. 그리고 그 일을 아주 잘했다. 이 근처의 땅을 사들여 10,000 에이커를 아케이디아 국립공원에 기부했다. 숲 속에 콘크리트나 철근은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고 자연에서 가져온 것 만으로 길을 만들고 다리를 만들었다. 가드레일 대신 돌멩이를 놓아 마차가 옆으로 빠지지 않게 했다. 사람들은 이 돌멩이를 '록펠러의 이빨'이라고 부른다.
아침 일찍 캠핑장을 나와 '마차길'을 걸었다.
자동차를 다니지 못하게 해서 산책하기에 그만이었다. 100년 전이었으면 가까이 가지도 못했을 이 길을 걷게 해 준 록펠러에게 감사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내 집 마당을 걷는 것처럼 천천히 걸었다.
'마차길'은 조단 호수가를 지난다. 산책이 끝나고 호숫가 조단 하우스에서 이 집의 명물 팝오버와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면 부러울게 없다.
사람 3, 뱃 사람 피터
아케이디아 국립공원 주변을 배를 타고 돌아보는 관광상품이 있다
"낭만적인 석양의 크루즈(Romantic Sunset Cruise)" 다.
이 나이에 웬 로맨틱이겠느냐만..
쾌속정을 타고 섬을 한 바퀴 도는 것보다는 옛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돛단배를 타고 해 지는 바다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해 보기로했다.
사람들이 하나 둘 타기 시작하고..
배의 자리가 거의 다 차고 배가 작은 항구를 떠난다.
아직은 돛과 바람의 힘이 아닌 다른 힘으로 항해한다.
선장이 돛을 올리는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지원자를 원했다.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선원의 구령에 맞추어 밧줄을 잡아당겼다.
돛이 올라가고 바람을 맞아 배에 속도가 붙었다.
뱃사람 피터.
그는 몸놀림이 재빠르고 밧줄을 푸는 손이 정확했다.
돛을 올리고 내리는 일은 밧줄의 일이었다. 저 밧줄이 엉키면 일이 안된다.
피터는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였다. 빠른 동작으로 일을 마친 피터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선하고 얼굴에 생긴 주름은 웃는 모습으로 패어있었다. 해가 떨어진 후 온도가 떨어지고 바닷바람이 불어와 추웠다. 추워서 웅크리고 있는 나에게 담요가 있는 상자를 보여주며 덮으라고 했다. 고마웠다.
배는 순조롭게 나가고 잠시 그와 이야기를 했다.
그는 여름에는 배에서 일하고 날이 추워져 관광객이 없으면 무슨 일이든 닥치는 대로 하며 산다고 했다.
집수리도 해주고 하수도도 고치고 카펫을 갈아주는 일도 한다고 했다. 배에서 일할 때가 가장 즐겁지만 여름이 짧아 그 일만으로는 생활이 어렵다고 했다.
열심히 일해서 자기와 자기 가족을 돌보는 우리 같은 보통사람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도 없고 남들에게 알려질 만큼 훌륭한 일을 하지 않아도 그가 존경스럽다.
해가졌다.
Sunset Cruise 가 끝나간다. 붉은 보름달이 떴다. 뱃 사람 피터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배가 돛을 접고 천천히 항구로 접근한다.
아케이디아 국립공원의 관문 아름다운 항구 Bar Harbor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