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국립공원이냐고 누가 물으면

by 질경이

캘리포니아의 샌디에이고에서 북쪽으로 캐나다 경계선까지 2,000마일 넘게 태평양을 따라 길이 나 있지만 보통 사람이 바닷가로 내려가서 걸어 다니며 즐길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그냥 지나가며 바라볼 수 있을 뿐이다. 250년 전쯤 유럽에서 개척자들이 와서 12,000년 전부터 살던 사람들에게서 땅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서양 해안도 마찬가지이다. 스모키 마운트 근처에 호수가 많아 지도를 보고 가까이 가 보았지만 호숫가는 거의 다 개인소유지라서 가까이 가 볼 수도 없었다. 몇 억년을 지내온 이 땅을 200년이라는 짧은 시간 사이에 사람들은 구석구석을 차지해 자기 것을 만들었다. 그리고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남겨 놓지 않았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궁금해 여행을 다녔다. 문명이 발달한 여러 곳을 보았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로마의 콜로세움과 거대한 성당들, 인도의 타지마할, 중국의 만리장성.. 등등 인간이 힘을 자랑하기 위해 만든 가장 아름다운 것들을 보았다.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처음 가 본 자이언 국립공원에서 나는 그 웅장함에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 웅장한 자연이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때는 국립공원이라는 개념을 몰랐었다. 어느 날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 “미국의 국립공원, 미국이 가장 잘한 일(The National Parks, America’s Best Idea)”라는 켄 번스(Ken Burns)의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브라이스, 옐로우스톤, 그랜드 캐년, 요세미티, 세코이야 국립공원에서.. 사람들이 건드리지 않은 지구의 아름다움을 처음 느꼈다. 인간이 만든 것보다 인간들이 손대지 않은 곳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것이 자연이고 그 자연을 그 모습 그대로 지키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힘써 국립공원을 지켰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1800년 미국은 루이지애나 구입으로 미시시피강 서쪽 땅을 사들여 나라 땅을 두 배로 늘였다. 개척자들이 서쪽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1849년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되며 서부개척은 더욱 빠르게 진행되었다. 1864년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요세미티가 개척자들에 의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호법을 발령했다. 아직 국립공원 법이 없던 때였다. 동서를 이어주는 철도가 개통되며 개발과 파괴가 동시에 일어났다. 시오도어 루스벨트 대통령과 죤 뮤어가 만나 국립공원의 기틀을 세웠다. 록펠러 같은 사람은 돈으로, 환경운동가들은 시간과 노력으로 국립공원을 만들어내었다.

미국 지도를 펼쳐 놓고 국립공원을 표시해 가며 자동차 여행을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수억 년, 아니 수 십억 년 동안 변해 온 지구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만들 수 없는 아름다움이 그대로 있었다. 인간이 만들 수 없는 이 아름다움은 한번 훼손되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그 일을 한 사람들이 나에게는 피라미드와 콜로세움을 짓고 만리장성을 세운 사람들보다 더 고맙게 느껴졌다.

미국을 여행하며 내가 살고 있고 내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미국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미국에는 유럽이나 아시아의 역사가 깊은 나라에서 볼 수 있는 대단한 문화유물은 없다. 그러나 아주 다양한 자연 유산이 있다.


그곳에는 바다 밑이 솟아 올라와 산이 된 곳이 있고, 7천 만년 동안 강줄기가 고원을 파 내려가 만든 거대한 협곡이 있다.

2천 년 넘게 살아온 키 큰 나무가 있고 미국의 원주민들을 만년 넘게 먹여 살려 준 들소들이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들판을 평화롭게 돌아다닌다. 100년도 살지 못하는 우리가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곳이 미국의 국립공원이다. 그곳에 가면 나는 아주 작아지고 세상에서 겪은 일들도 별 것 아니게 느껴진다. 공원 안의 캠핑장에서 장작을 피우고 앉아 있으면 그 공원이 내 것 인양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그 자연 유산을 있는 그대로 보호하고 지켜 준 국립공원이라는 제도가 있다. 그리고 그 제도 덕분에 나에게는 살아 있는 동안 미국의 국립공원을 다 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고 운이 좋게도 그 꿈을 15년 만에 이루었다. 63개의 국립공원을 다 가보았다. 한 번만 간 곳은 25개, 가장 많이 갔던 곳은 25번을 갔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그랜드캐년, 투입 토로 윕





노스 캐스캐이드 국립공원






페트리파이드 포레스트 국립공원




아치스 국립공원






캐트마이국립공원







레드우드 국립공원


찍어 온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곳의 흙냄새, 나무 냄새가 그리워진다.

그래서 남은 생에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내 능력이 허락하는 한

국립공원들을 가고 또 가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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