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포기했던 곳, 그래서 더 좋았다

레이크 클락 국립공원

by 질경이

아침에 앵커리지에 있는 이글 리버 캠핑장 안에서 해가 더 잘 드는 곳으로 텐트를 옮겼다. 젖은 채로 차에 싣고 다녀 텐트에서 냄새가 심해서다. 물과 얼음도 사다가 채웠다. 한 곳에 사흘째 머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날마다 옮기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 이 캠핑장은 3일 이상 머무르지 못한다. 앵커리지에서 가까워 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레이크 클락 국립공원으로 가는 비행기는 12시에 예약되어 있는데 11시까지 오라고 했다.


사무실에 들어가 30분간 여행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말이 없고 젊잖은 호주에서 온 의사 부부와 함께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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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조종사 빌은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 가족 이야기에서 시작해 알래스카의 모든 것을 여행 내내 이야기해 주었다. 원주민 이야기, 석유 나오는 곳, 낚시하는 사람들... 등등 설명을 듣다 보니 어느새 레이크 클락 공원 안으로 들어와 있다.

비행기가 치니트나베이 자갈밭에 착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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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에 도착해 발을 딛는 느낌은 말로 하기 힘들 정도로 감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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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호머 북쪽의 스타 리스크 캠핑장에서 이쪽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었다.

비용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미국의 국립공원을 다 보는 것을 포기했었다. 본토에 있는 국립공원만 다 가 본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었다.


2504613757C1243B30 스타리스크 캠핑장에서 건너다보던 레이크 클락 국립공원.


몇 년이 지나고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렸다. 명품가방이나 비싼 옷을 가져 본 적은 없어도 갖고 싶다는 열망도 없었다. 그런데 죽기 전에 미국의 국립공원을 완주하겠다는 마음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다른 것을 포기하더라도 강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직접 와서 내 두 발로 서서 보니 더 감격스럽다. 간절하게 해 보고 싶은 일이 있으면 삶에 활력이 생긴다.

여행 계획 짜고 준비할 때는 내 나이도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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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56번째 국립공원, 내가 본 국립공원 간판 중 가장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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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아버지, 자기.. 3대가 국립공원 레인저라는 다이애나. 얼마나 자기 직업에 만족했으면 3대가 할까. 국립공원 레인저 중에 대를 잇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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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빌이 다이애나 주려고 옥수수 몇 개 선물로 가져왔다.

여기서는 싱싱한 야채나 과일이 귀해 가장 좋은 선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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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를 꼭 껴안고 작별인사를 한다. 그녀의 해맑은 미소가 이곳과 아주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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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곰들이 자주 나타나는 곳이라고 벤치에 앉아서 기다렸다.

평화로운 곳에 있는 곰들은 착해 보인다. 엄마곰과 아기곰인데 캐트 마이에서 본 곰들과 좀 다르다.

엄마가 애들과 약간의 거리를 유지하는 걸로 보아 이 애들은 두 살, 곧 독립할 수 있는 나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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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이 어디 얘요?

"여기요"

어떤 사람이 이렇게 자연 친화적이고 귀여운 화장실 표시를 만들었을까? 좀 전에 헤어진 다이애나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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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가 되어 바닷가에 간단한 상을 차리고 가져온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하는데 빌이 벌떡 일어나더니

"먹던 음식을 들고 얼른 비행기로 가세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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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음식 냄새를 맡고 숲에서 나온 거다.

여차하면 비행기 안으로 뛰어들어 가려했는데 다행히 곰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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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곰 발자국이 있다.

그 옆에 내 발자국 찍어 놓고 왔다.

조종사 빌은 우리를 땅에 세 번 내려 주었다.

치니트나 베이 바닷가,

레인저 스테이션,

실버 새먼 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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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다 건너편에 호머 가는 길이 있고 스타 리스크 캠핑장이 있다.

우리를 보고 누군가 다가온다. 이 구역을 담당하는 드레셔라는 레인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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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데서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 존경스럽다.

이날로 알래스카의 여덟 개 국립공원을 다 본 걸 축하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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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건드리지 않은, 자연 그대로 남아있는 소중한 지구의 일 부분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는 발길을 돌려 그의 일을 하러 간다.

베틀스에서 만난 페기 할머니가 말했다.

"내가 국립공원에 반해서 찾아다니는 이유는 가는 곳마다 하나도 같은 곳이 없고 모두 특징이 있기 때문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번에 본 알래스카의 국립공원도 모두 나름대로 특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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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하늘 길, 레이크 클락 국립공원 안에는 북쪽에서부터 알래스카 산맥, 치그미트 산맥, 그리고 알루이샨 산맥이 흐른다.

높이 2500미터에서 3000미터의 산들이 줄 지어있다.

알래스카의 거의 남쪽 끝에 위치하는데 북극권 북쪽에 있는 케이트 오브 더 악틱(Gate of the artic) 보다 더 많은 빙하가 남아있다.

곧 새로 내린 눈으로 덮이겠지.

이번에 본 알래스카의 공원 중 가장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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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가 스키장처럼 흘러내린다. 알래스카의 빙하가 몇 년 안에 다 없어질 것이라는 말을 믿고 싶지는 않지만 머지않아 올 것 같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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