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 국립공원에는 서른번쯤 갔다.
캘리포니아 살 때 7시간 정도 걸리는 여기를 참 좋아해 마음만 내키면 단숨에 달려갔었다.
열몇 번쯤 갔을 때, 갈 때마다 가고 싶었지만 두려워서 못 가본 더 내로우(The Narrow)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크게 마음먹고 가는데 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시도해 보았다.
사우스 캠핑장에서 캠핑을 하고 이 날 아침까지도 결심을 하지 못해 망설이다가 일단 입구까지만 이라도 가 보자 하고 셔틀버스의 종점인 시나와바 템플에서 내려 리버사이드 트레일을 걸었다.
몇 번이나 왔서도 자신이 없어 바위에 기대 서있는 지팡이를 들었다 놓았었다.
국립공원 안내소에 들어가 물어보니 이 날의 물의 높이는 보통이라고 했다.
보통이 얼마큼 이냐고 물으니 무릎에서 허리까지라고...
10미터든, 100미터든 갈 수 있는데 까지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물속으로 들어서서 걷기 시작했다. 언제나 첫발을 내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행히 물은 그리 차갑지 않았다.
콜로라도 고원을 흘러내리며 부드러운 사암을 파내려 가 이렇게 깊은 협곡을 만들어 낸 버진 강(Virgin River)이다. 7월 8월에 비가 내리면 갑자기 물이 불어나 위험하고 봄에는 눈 녹은 물이 내려와 물이 차가워서 할 수가 없고 9,10월이 물속을 걸어야 하는 The Narrow 트레일의 가장 좋은 시기이다.
물이 깊지는 않아도 물속에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많아 조심해서 걸어가야 했다.
Mystery Fall(신비한 폭포?)
바위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발밑에 흐르는 물 보다 따뜻했다.
혹시 물속에 넘어질까 봐 자동차 열쇠와 지갑, 갈아입을 간단한 옷을 비닐백에 넣어 백팩에 넣고
큰 카메라는 포기하고 똑딱이 하나만 달랑 들고 걸었다.
물속을 걷는 곳이 대부분이다. 얼마나 깊은지 알고 싶으면 앞에 사람이 건너가는 것을 보면 안다.
저기 구부러 지는데 까지만 가볼까.. 하고 가 보면 조금 더 가보고 싶고..
신발에 모래와 돌멩이가 차면 앉아서 씻어내고..
그렇게 점점 깊이 들어가게 되었다.
강줄기가 한 번씩 꺾일 때마다 경치가 달라지고
감탄하고.
한굽이만 더 가봐야지.. 하며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한 시간.. 또 한 시간
전 날 밤 비가 내려 물이 맑지는 않았다.
이 강은 바위 깎은 물을 담고 흘러 흘러 내려가다가 어딘가에 그것들을 내려놓을 것이다..
그렇게 수 천년, 수 만년, 아니 수 천만년이 흘러 어디선가는 산이 되고 언덕이 되고 사막이 되었을 것이다.
두 시간 반..
Narrow라는 이름이 걸맞게 두 바위가 거의 붙어있는 곳이 나오고
조금씩 더 깊이 들어 갈수록 양쪽 절벽은 서로 가까워졌다.
이 지역을 "월가(Wall Street)"라고 부른다.
비가 내려 물이 갑자기 불어나도 피할 수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미네소타에서 은퇴하고 유타주로 이주해 와서 자이언을 자기 산책로 삼아 즐긴다는 저분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 나와 속도가 비슷해서 경험이 많은 저분이 가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의 뒤를 따랐다.
젊은이들은 참 빨리도 갔다...
젊음이 언제나 부러운 것은 아닌데 이런 때는 좀 부럽다.
벽과 벽사이만 좁은 게 아니다. 여기선 하늘도 "네로우"다.
젊은이들은 하루에 빅 스프링( Big Spring)까지 갔다 온다는데
오더빌 캐년(Orderville Canyon) 가는 길이 나왔다.
작은 폭포가 있고 거기는 가슴까지 찰 만큼 깊다.
내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도 대견하다.
여기서부터 물은 더 깊어지고 물살도 더 세졌다. 여기서 그만 돌아가자.
갈 때는 두 시간 반 걸렸지만 돌아 나올 때는 내리막이고 물살이 뒤에서 밀어 주어 2시간 걸렸다.
강물과 절벽, 파란 하늘,
바위 사이로 나온 이끼들, 풀들, 그리고 나무들..
모두가 아름다웠다.
일생 한번 살며
사람들마다 보고 지나가는 것들이 다르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도 다르다.
보고 싶은 사람을 다 보는 것도 힘들고
보고 싶은 곳을 다 보는 것도 힘들다.
내 나이에 좀 무리를 했지만 보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곳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