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가기엔 너무 먼

랭겔 -세인트. 일라이어스 국립공원

by 질경이

캘리포니아의 남쪽 끝 부분 윈체스터를 출발해서 캐나다를 지나 일주일 만에 알래스카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알래스카 시간대다, 시간을 한 시간 뒤로 돌렸다. 캘리포니아보다 한 시간 늦고 동부와는 4시간 차이다.

캐나다 국경에 있는 토크(Tok)에서 자동차에 기름 넣고 커피도 한잔 사고 간단한 먹을 것, 1 갤론들이 물도 샀다. 주유소 화장실에서 더운물에 손을 씻으며 감격했다. 대 자연의 품은 아름답지만 거칠었다. 그 품에서 며칠 지내더니 그사이 인간 세계의 작은 것들이 아쉬웠나 보다.



넓고 넓은 테나나강을 지나

테틀린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Wild Life Refuge) 안내센터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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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보온을 위해 지붕에 잔디를 덮은 지붕 위로 파란 하늘이 참 맑기도 하다.

안내 센터에서 1불 주고 알래스카 전체 캠핑장 지도를 샀다. 알래스카 여행에서 가장 효율 좋은 1불이었다.


토크에서 알래스카 하이웨이와 작별하고 알래스카 1번 글랜 하이웨이로 들어섰다

왼쪽으로 미국에서 제일 큰 랭글- 세인트. 일라이아스국립공원이 보이기 시작한다.

슬라나 국립공원 사무실에 갔더니

"점심 먹으러 나감" 조그만 쪽지 하나 붙어있다. 아무도 없다. 직원이 한 명뿐인가 보다.

차를 돌려 국립공원 카퍼센터로 향했다.


이 국립공원은 미국에서 제일 큰 국립공원이다. 얼마나 크냐면.. 1320만 에이커.

옐로스톤과 요세미티와 스위스 전체를 합한 것만큼 크다.

이 신비로운 국립공원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공원 안에 길이 없어 들어가서 돌아다닐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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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5천 미터나 되는 블랙 마운튼이 가장 가까이 보이는 지점에서 바라본 렝겔스 -세인트 일라이아스국립공원.

미국에서 가장 높은 산 16개 중 9개가 이 국립공원 안에 있다.

화산이 터져 만든 저 산들은 5005미터의 보나 산을 비롯해 4000미터가 넘는 산이 5개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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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가 뭉둑해 보이는 드럼산은 원래 5000미터 되는 산이었는데 24만년에서 10만년 전 사이에 화산이 폭발해 꼭대기가 날라가 버려 지금은 3661미터라고한다.

미국의 랭겔-세인트. 일라이어스, 글레이 시어 배이 , 캐나다의 클루 안 국립공원, 타센쉬닉-알섹주립공원 네 곳이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세계에서 가장 큰 보호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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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안내소와 그 앞에 전시된 연어잡는 시설. 거대한 소쿠리를 돌려 연어를 건진다.

비지터센터 건물 뒤에 있는 산책로를 걸으며 공원을 건너다보고 돌아섰다.


1불 주고 산 지도를 보며 찾아간 곳에 폭포가 있었다. 리버티 폴(Liberty Fall) 캠핑장이다.

꽐꽐 흐르는 물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이 캠핑장에는 폭포 주변에 텐트 칠 자리가 딱 열 개 있는데 아직 몇 자리가 비어있다.

자리 하나가 들어가 잡으려 하니 나뭇가지에 "Reserved"라고 써 붙인 메모가 보였다. 두 번째로 맘에 드는 곳에 자리 잡고 입구에 있는 등록 박스에 캠핑료 15불과 장작 값 8불을 봉투에 담아 집어넣고 텐트를 쳤다. 텐트를 치고 왼쪽으로 난 오솔길로 따라가니 바로 폭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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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폭포가 오늘 하루 다 내 것 같은 느낌이다. 두 번째 좋은 자리인 줄 알았는데 젤 좋은 자리다.

캐나다와 알래스카의 캠핑장에는 물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물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 물통에 물 길러다가 밥과 찌개를 끓였다.

오랜만에 넉넉한 물로 설거지도 하고 식탁보를 비롯해 몇 가지 간단한 빨래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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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 값은 냈는데 장작을 줄 캠프 호스트가 부재중이다.

전날 쓰고 남아있던 장작 조금과 주변에서 나뭇가지 주워다 불을 피웠다. 장작은 끝내 오지 않아 좀 속이 상했지만 어쨌거나 주어서라도 불을 피웠으니 그렇게 억울할 것도 없다는 생각에 8불은 기부한 셈 치기로 했다.


물을 길러다 덥혀서 머리 감고 세수하고 다 해결했다. 물티슈 두장으로 해결한 날도 있었는데 캠핑 일주일 만에 문명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우린 그동안 너무 편하게 많은 것을 소비하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로 인해 파괴되는 자연과 대기오염은 결국 우리 몫으로 돌아오겠지.


천둥 같은 폭포 소리를 들으며 잠도 잘 잤다.


케네컷을 가 보고 싶었다. 그곳에 가면 1911년부터 1938년까지 세계 제일의 구리광산이던 곳이 있다

지금은 폐허가 되었지만 한때 골드러시 못지않은 탄광촌이었다고 한다.

거길 가려면 포장이 안된 길을 60마일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비지터센터에서 반드시 직원에게 길 상태를 물어보고 가야 한다. 레인저가 그날의 길 상태를 사진으로 보여주며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만약에 한번 더 알래스카에 올 기회가 있다면 다시 한번 시도해 보리라 마음먹고 발길을 돌렸다.


이번에는 렝겔 세인트 일라이어스 국립공원 안의 다른 캠핑장을 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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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칠성이 그려진 길 안내판을 따라 4번 길 북쪽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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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안에서 다니지는 못했어도 공원 외곽을 뺑 돌아 나베스나의 켄데스니 캠핑장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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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나 안내소(Slana Visitor Center)다. 이번엔 OPEN,열었다.

나베스나 길을 들어가려면 여기 들어가 길 상태를 물어보아야 한다. 한 시간이나 포장이 안된 험한 길을 들어갔다 캠핑장에 자리가 없으면 낭패다.

하루에 몇 명 오지 않는 안내소에서 레인저가 친절히 대답해 준다.

캠핑장에 12개의 자리가 있는데 아직 자리가 남아 있다고 걱정하지 말고 들어가라 한다. 공원을 설명해 주는 CD를 주며 시속 25마일로 가면 지나가는 곳에서 보이는 국립공원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오른쪽으로 높은 산들과 호수를 바라보며 설명을 들으며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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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데스니 캠핑장.

렝겔 세인트 일라이어스 국립공원 안에 있는 유일한 캠핑장이다.

그리고, 이렇게 훌륭한데 공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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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 안에 작은 배를 띄우고 낚시를 하거니 카누를 즐길 수도 있다. 그러고 싶은데 배가 없다.


관리도 잘 되어있고 널찍하고 조용하다.

산책을 한 후 장작불 피우고 밥해서 편안하게 저녁시간을 즐겼다.

어둡지는 않아도 밤이 되니 캠핑장이 꽉 찼다. 다음 날 아침에 산책을 하면서 보니 어떤 이는 캠핑장 입구에 차를 세우고 밤을 지낸 이도 있었다.

어두워지지 않는 알래스카의 하룻밤, 미국에서 제일 넓은 랭겔 세인트 일라이아스 국립공원 안, 작은 텐트 속에서 편하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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