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질경이 Feb 01. 2024

Coqueza 에서 하룻밤


남미여행을 하면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그 한가운데에는 성당이 있다.

환경이 열악할수록 성당의 모습에서 절절함이 느껴진다.



남보다  내가 더 잘살게 해 주십시오... 가 아닌 

어려움에서 잘 견딜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하는 기도가 있었을 것 같은 느낌.



소금사막 북서쪽에 우뚝 서있는 화산 아래 작은 마을 



저녁을 먹기 전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라마들이 나를 보고 깜짝 놀란다.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집에서 할머니가 달려 나온다.

낯선 사람이 자기의 라마를 해칠까 봐 경계하는 눈빛이다.







우리가 하룻밤 머물 민박집.



밤이면 영하로 내려가는데 난방이 없다.

집안에 전기가  어두워진 후에야 들어오는데  옛날 30촉 전구처럼  희미하게 들어온다. 방에서는 충전을 할 수도 없다.  충전을 하려면 식당에 가서 하는데 전압이 낮아 한눈금 올라 가는데 한나절이  걸린다.



그래도 여기서 우유니 시내까지 135킬로미터 

소금사막 안에서 잘 수 있다는데 조금 불편한 건 참을 수 있다. 이럴 때면 어렸을 적을 생각한다. 난 어떤 경우에도 뭐라도 할 수 있어.




나름 예쁘게 꾸며놓은 식당, 여기서 저녁을 먹었다.

죠니네서 준비해 온 재료로 이 집 주방에서 주인이 음식을 만들어 주었다.





오른쪽 왼쪽에 방 다섯 개가 전부이다.

준비해 온 슬리핑백을 받았는데 

미안한 이야기 지만 좀 찝찝해 덮을 수가 없어 옷을 겹겹이 껴 입고 이 집에서 준 담요를 덮고 자기로 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니 온도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물 한 컵 들고나가 이 닦고 세수는 물티슈로 해결하고 하늘을 보니 별들이 총총하다.

알래스카에서 캠핑하던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이 집에서 주는 빵 대신 비상식으로 준비해 간 누룽지를 끓여 오이지와 먹었다.  누룽지를 끓이기 위해 부엌에 들어가 냄비와 물, 그리고 그걸 끓일 불을 빌리느라고 손짓 발짓으로 사정했다.  모든 것이 귀한 이 동네에서 가스와 전기, 물은 다 귀하다. 부엌 사용비는 넉넉하게 드렸다. 


에쿠아도르에서 온 두 아가씨는 추위를 참지 못해 털양말, 털장갑, 털모자, 판초를 샀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여기서 산 털옷들과도 안녕이다. 


 




아침해를 받으며 화려하게 빛나는 화산을 향해 올라갔다.




구글로 본 화산


우리 가이드는 죠니가 가라고 한 곳만 아무 설명 없이 데려다준다.



차로 갈 수 있는 곳까지 간 후 산 중턱에 차를 세우고 이쪽으로 가면 산이 나오고 

저쪽으로 가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다.

화산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리냐고 묻자 모른다고.. 4시간에서 7시간까지 걸린다고 대답.

전망대로 가자고 결정. 

전망대 쪽으로 가는데 이런 사인이 있다.




이게 뭐냐고 물으니까 아무 말 없이 고갯짓으로 들어가 보란다.

우리 가이드는 "뭐 이런 걸 보려고 하세요?" 하는 표정이었다.



동굴이 있고 안에서 사람 소리가 들린다.

조금 기다리니 사람들이 7~8명 나온다.



안으로 들어갔다.

놀랍게도 미라 가족이 앉아있다.

해설자가 설명해 준다.

츌파묘지는  페루 남쪽 푸노 근처와  볼리비아 북쪽에 살던 초야(Cholla People) 귀족들의  무덤이다. 

잉카시대 이전 서기 500~950년 아이마라 문명 때   동굴이나 땅 위에 돌을 쌓아 영혼의 집(Uta Amaya)을 만들어 시신을 태아의 자세로 둔다.

입구는 동쪽을 향하고 있어  태양이 아침마다 파차마마에 의해 새로 태어날 때 그 영혼도 새로 태어나기를 바란다.

가장이 죽으면 처 자식도 같이 죽여 함께 부활하기를 바랐던 것 같다.



산에서 내려오다가 라마 가족을 만났다. 

이렇게 척박한 환경에서 

이렇게 예쁘다니..



소금사막 안에 섬처럼 조그만 산이 있다.

애리조나에서나 볼 수 있는 선인장이 숲을 이룬다.



이 날이 땅의 여신 파차마마의 생일이라고 주민들이 모여 이 산꼭대기에서 예쁜 라마를 잡아 피를 땅에 붓고 

제사를 지낸 후 먹고 마시고 축제를 한다.

이 사람들은 땅에서 많은 것을 얻어내기 때문에 그 감사한 마음으로 신을 섬긴다.

욕심을 내어 너무 많은 것을 땅에서 취하면 파차마마가 화를 낸다고 믿는다.

요즘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땅에서 빼내 오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점심을 먹고 



다시 우유니사막 한가운데로 향했다.


전날 가이드가 약속을 어기며 일정을 줄이려 해서 여행사 주인 조니에게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일출과 일몰을 보여 주기로 했는데 일출도 안 보여주고 일몰도 안 보여 주려고 해서 일어난 일이었다.

폐허가 된 마을(Pueblo Abendonade)도 일정에 있었는데 슬그머니 지나쳐 버려 왜 안 가느냐고 물었더니 

우리가 머물렀던 마을이 그거라고 둘러대 나를 기분 나쁘게 했던 가이드는 점심 먹고 사막에 잠시 들른 후  바로 시내로 들어가자고 했다. 

우리는 일몰을 보아야겠다고 하고 그는  그곳에 가려면 가솔린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가솔린이 떨어지면 너의 사장이 우리에게 와서 보충을 해 주더라도 일몰은 보아야겠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결국 우리는 일몰을 보았고 차의 기름은 떨어지지 않았다.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어두워져 길을 잠시 헤멜 때는  좀 불안해지기도 했다.






작가의 이전글 우유니 소금사막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