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 년 전 아버지를 따라 등산을 갔다.
아버지의 등산 코스에는 언제나 아름다운 우리의 유적이 한 곳 씩 들어있었다.
가기 전에 언제 그렇게 많이 공부하셨는지 언제나 막힘이 없이 설명해 주시곤 하셨다.
그땐 별로 흥미도 없고 고마운 줄도 모르고 귓등으로 건성 들으며 따라다녔다.
그날은 산에서 내려와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어린 나의 눈에도 참 아름답고 자그마한 절이 내 앞에 서 있었다.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쌍봉사를 다시 갔다
반짝 빤짝하게 빛나는, 나의 눈에는 예 전만큼 아름답지 않은 절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주변 환경도 너무나 변해 있었다. 소박했던 아름다움은 찾을 수 없었다. 크다고 새것이라고 다 아름다운 건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사물이 그러하듯 놓여있는 자리와 주위가 어울려야 아름다움이 그 빛을 발하는 거로구나 생각되었다.
다른 역사적 배경이나 설명은 생각나지 않아도
"내 생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탑이다"라고 하신
아버지의 말씀만 기억에 남아있다
다시 보니 조각이며 선이 정말 아름다웠다
그 사이 철책으로 두른 것 말고는 그대로이다
한쪽 발을 사뿐히 들고 여의주를 물고 있는 거북이도 그대로다.
너무 변해 버렸다.
높은 담으로 경계를 만들고
새 건물들도 경내에 많이 지어 놓았는데
이런저런 설명을 해 주시던 아버지가 안 계시는 것만큼이나 허전하다.
극락전은 그대로 옛 모습이 남아있다.
아버지께서 살아 계셨다면 무어라고 하실까... 궁금하다.
돌아 가신지 28년
지금 말씀해 주시면 잘 들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