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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바다 상어유영 Aug 21. 2022

(난임일기) 열번째. 내 생애 마지막 과배란

1월말부터 집 근처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네번 오전만 출근하는 거지만 돈을 받으면서 일한다는 건 막중한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다행히 고용주는 조용한 성격에 잔소리나 간섭이 없는 분이었다.

나같은 초짜 노땅을 취직시켜 주다니 감사한 마음으로 일찍 출근하고 시키지도 않은 물건들을 정리하고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다.


일을 시작한지 두달쯤 지났을 때 다시 병원에 갔다.

내 생애 마지막이 될 과배란이었다.

건강보험도 마지막 차수이고 결과가 어찌 되건 이쯤하면 할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하는 틈틈이 병원도 가고 저녁엔 필라테스도 하느라 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몽롱한 정신으로 마취에서 깼을 때 간호사가 알려준 갯수는 6개.

그리고 2일후 배아 이식을 진행한다는 연락이 왔다.

몇 개가 수정되었는지와 배아 등급은 이식할 때 시술실에서 알려준단다.

그날은 하루 휴가를 냈다. 고용주는 흔쾌히 휴가를 허용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시술실에 들어서면서 의사에게 물어봤다.

마스크 안에서 미소가 보였다. 최상급 3개를 이식한단다.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연속 두 이나 이런 결과를 받다니!!!

나머진 들을 것도 없었다.


기분 좋게 이식을 마치고 내 자리로 돌아와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며 배아사진을 들여다보았다.

혹시나 세쌍둥이가 되면 어쩌지......

대한, 민국, 만세의 얼굴이 어른거리면서 들뜬 걱정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세개의 배아에는 꽃, 별, 새싹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식한 날은 4월5일 식목일이었다.

사이좋게 엄마의 자궁에 뿌리내려 무럭무럭 자라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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