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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바다 상어유영 Feb 26. 2023

(육아일기) 제왕절개의 아픔

인류가 지금껏 유지된 건 임신과 출산이 자연스러웠고 나도 인류의 하나니까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내 안에 내재되어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아뿔싸!


수술하고 나온 첫 날은 별로 안아파서 '생각보다 쉽네?' 했다.

통증이 온다하면 무통주사를 누르면 참을만했기 때문이다.

제왕절개의 고통은 둘째날 소변줄을 빼면서부터 시작이었다.

수술 다음날 새벽에 혈압과 체온을 재러 온 간호사는 소변줄 뺀 이후부터 소변량을 체크하라며 녹색 간이변기를 주고갔다. 

아니나 다를까 어제 저녁 금식이 풀려 먹었던 물과 미역국이 몸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전동침대 상체를 높여봤지만 움직이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다. 

배를 갈랐기에 코어에 힘을 주기가 힘들었고 침대 밑에 발을 디딜땐 헉 하는 신음소리가 나왔다. 

옆침대 환자에게 미안하거나 부끄러운 마음 따윈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한발짝 디딜 때마다 뜨거운 신음이 입에서 연신 나왔고 변기에 도달했을 땐 다시 앉아야하는 고난이도 행동에 남편 목을 감아 겨우 앉았다. 

정말 이런 고통은 난생 처음이었다.


변기통 앞에서 누군가가 나를 보는 건 초등학교때 친구랑 같은 칸 화장실에 들어가서도 하지 않던 행동인데 지금은 수치심 따위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소변통을 변기에 장착하고 일이 끝난 후 소변량을 체크하는 것도 정말 내가 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뒷일은 남편에게 맡겨두고 나는 초죽음이 되어 침대로 돌아왔다.

건조한 병실 공기 탓에 연신 빨대로 마셔댔던 물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화장실 신호가 올때마다 두려움 그 자체...


그래도 어미가 되어서인지 아이가 보고싶고 궁금해서 오후부터 걷기 연습을 시작했다.

신생아실 면회는 점심과 저녁 하루 두번. 

왜 내 아이를 병원이 허락하는 때만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들고 약간 화가 났지만 병원에서 환자는 철저한 약자니까 따를 수밖에......

첫날 면회는 남편 혼자 갔고 둘째날은 어떻게든지 가보려고 지지대을 잡고 끙끙거리며 나왔다. 

눌러댄 마약성 진통제 때문인지 머리가 어질하고 허리는 휘청한다.

그래도 끙끙대며 병실 복도를 남편과 함께 걷고 또 걸었다. 

수술 후 많이 걸어야 회복이 빠르다고 선배님과 의사가 얘기했더랬지하며 이를 물고 걸었다.

내 옆 침대 산모는 출산 다음날부터 거의 뛰다시피 하던데 이게 자연분만의 선물이구나 싶었다.

자연분만은 선불이고 제왕절개는 후불이라더니......


출산 전 모유수유 교육에서 애를 낳자마자 바로 젖을 물리라고 들어서 간호사실서 유축기도 빌리고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젖이 돌 기미는 전혀 없었다.

점심을 먹고 아이를 보러 가서 기다리는데 유리창 너머로 우리 새싹이가 잠든채로 카트에 실려나왔다.

전날밤 남편이 찍어온 동영상을 보고 또 봤지만 실물로 보니 너무 작고 예쁜 아이가 자고 있었다. 

정말 내가 이 아이를 낳았단 말인가...... 

아이를 안고 만져보고 싶었지만 면회는 3분 남짓으로 끝났다.

돌아오면서 남편이랑 연신 아이에 대해서 얘기했다. 

마치 신기한 보물을 발견한 탐험대마냥 신나서 말이다.


출산 이틀째 용기를 내어 직접 수유를 신청했다.

간호사가 아기를 데리러 간 짧은 순간의 기다림.

새싹이를 안고 나와 나에게 건내줄 때 아이를 어떻게 안을지 몰라 안절부절하던 그 순간.

조그맣고 여린 생명이 눈도 못뜬 채 오물오물 젖병을 빠는 모습을 보면서 

혹시나 기억할까 싶어 뱃속에 있을 때 많이 불러준 무한반복 돌림노래를 나직히 불렀다.

노래를 부르면서 나는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채로 어쩡쩡한 자세로 아이를 안고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들은 그 울음소리의 감동과는 또 다른 따뜻한 감동이 내 속에서 피어올랐다.


세상에 있는 좋은 걸 다 해주고 싶은 걸 표현한 게 사랑이라던가.

사랑이라는 말로는 이 마음을 다 못 담지만......

사랑해~ 새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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