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24일만에 집에 돌아왔다.
우리 가족이 셋이 되어 처음으로 집에서 함께하는 뜻깊은 날이기도 했지만
육아와 집안 일에 서투른 초보 엄마 아빠는 저녁밥을 먹기 전에 이미 녹다운 되어버렸다.
해가 바뀌어 46살과 50살이 된 엄마 아빠는 체력이 떨어지고 육아에 무지하지만
우리의 선택으로 태어난 새 생명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에 삶의 무게와 방향이 바뀌었다.
우리 부부는 저녁을 먹으며 새싹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아파서는 안되며 끊임없는 자기 관리로 아이에게 부모의 늙음으로 어떠한 부담도 지워서는 안된다고 비장하게 밥상 결의를 맺었다.
조리원에서 받은 퇴소교육에서 생후 2달간 아이에게는 3시간마다 수유를 해야 탈수를 예방하고 뇌발달이 제대로 된다고 배웠다.
다른 건 몰라도 '3시간 수유'는 철칙처럼 지켜야했기에 식탁 위에 노트를 두고 수유하는 사람이 시간과 양을 기록했다.
남편은 출근을 해야해서 새벽 수유는 전적으로 내 몫이었다.
처음에는 긴장한 탓에 핸드폰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번쩍번쩍 떠졌다.
하지만 내 체력은 딱 3일만에 바닥이 났다.
아이의 배꼽시계는 2시간30분 마다 어김없이 울렸고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면 거의 4~50분이 걸렸다.
아이를 눕히고 1시간30분쯤 지나면 또 다음 수유텀이 돌아오는 것이었다.
누워도 바로 잠이 들지 않은 날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중간중간 모유도 먹여야 했기에 피곤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배고파 깨어 칭얼대는 아이는 단 1초도 기다려주지 않았다.
고요한 새벽에 우는 소리로 자는 사람을 깨우고 싶지 않아서 재빨리 능숙하게 아이를 케어하고 싶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탓에 손은 더디고 마음만 급했다.
새벽 시간 고요한 나의 사투는 산후관리사님이 출근하는 9시에 끝났다.
그제야 아이를 맡기고 차려주신 아침을 먹고 모자른 잠을 보충하기 위해 자리에 누웠다.
오전에 한두시간 자고 나와 멍하게 점심을 먹고 오후에 또 방에 들어가 누웠다.
하지만 그렇게 자는 걸로는 피곤함이 가시지 않았다.
머리는 멍하고 몸은 피곤한 상태로 산후관리사님이 계신 9시~17시30분까지 나는 방관자가 되어 관리사님이 아이를 돌보는 걸 지켜보기만 했다.
머릿 속엔 온통 산후관리서비스가 끝나면 혼자 저걸 어떻게 하지?
과연 살림하고 애까지 키우는 걸 감당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만 맴돌았다.
나를 위한 밥 한끼 조차 먹기 힘든데 육아에 대해 공부하고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생각하는 건 사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