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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바다 상어유영 Aug 24. 2023

(육아일기) 육아형 인간

그 동안의 소회

새싹이가 태어난지 135일째 되 날

혼자서 아이를 태워 소아과를 고 백화점에서 그토록 원했던 점심과 커피 한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죽도록 힘든 시간이 언제였나싶게 육아에 적응한 내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사십줄에 아이낳고 이삼십대처럼 키우겠다던 나의 용기가 얼마나 무모했었는지를 알게됐다.


긴장이 풀려서였는지 134일째 되던날 분유포트를 세척한다고 끓인 구연산물에 분유를 타서 줬다.

알았을 땐 이미 분유를 먹고난 후였는데 당황한 나머지 아이를 안아 거꾸로 잡고 손가락을 입에 넣어 혀를 자극했는데 아이는 울기만 할뿐 토하지 않았다.

연신 울어대는 아이를 안고 미안하다고 울면서 발을 동동 굴렀다. 구급차를 불러야하나 병원을 가야하나 생각만하다가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나와같은 경험을 한 엄마들이 꽤 많았다. 

다행히 아이는 분유를 조금만 먹었고 구연산은 식용으로도 쓰기때문에 이후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괜찮다고 했다.

이때 깨달았다.

아~ 내가 육아에 어느정도 익숙해졌구나......

마음을 놓으니 실수를 하는구나 싶었다.


문득 돌이켜보니 힘겨웠던 지난 백여일간은 내 성격이 한몫했다.

육아와 아이에 대한 무지함과 두려움, 그 상대가 너무나 나약하고 여려서 만지는 것조차 부담럽고 우는 것말고는 스스로를 표현할 수 없는 대화불능의 상대가 주는 막연한 걱정.

든 것을 내가 알아야하고 통제하에 둬야하는 내 성격의 단면이 고스란히 보였다.

아~ 이래서 내가 힘들었구나

지금은 그나마 아이에 대해 파악했고 어느 정도 예측이 되며 몸에 익어 부담이 덜어졌구나 싶었다.


육아를 해보니 아이를 키운다는게 결국은 나 자신을 키우는 것과 같다는 걸 알게됐다.

대상이 아이일 뿐 그 속에는 내가 고스란히 있었다.

아이에게 나를 투영하여 걱정하고 조바심내고 울다가 웃었다가 하는 거였다.


아이는 나의 의지와 노력과는 상관없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귀여워지고 있다.

내 두려움의 심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난 백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로 기억이 될 것 같다.

아이를 이미 키워낸 엄마들은 모두 그 힘든 시간을 까맣게 잊기 때문에 또 아이를 낳고 키운다고 한다.


나는 잊기전에 이렇게 기록에 남기련다.

누가 나에게 둘째를 낳을거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무조건 노다.

나는 육아에 적합한 인간형이 아닌 걸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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