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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골 Nov 02. 2023

새로운 우상에 대하여

니체 읽기 AZ 11


 차라투스트라는 국가를 이렇게 말한다.

“선량한 사람 고약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독배를 들어 죽어가는 곳을 나는 국가라고 부른다. 선량한 사람 고약한 사람 가리지 않고 모두가 자기 자신을 상실하게 되는 곳을 나는 국가라고 부른다. 그리고 모두가 서서히 자신의 목숨을 끊어가면서 그것을 불러 ‘생’이라고 말하는 곳, 그곳을 나는 국가라고 부른다.”


 ‘생’을 죽이는 국가가 어떻게 우상이 되었는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한다.

“국가는 저 낡은 신을 극복한 너희까지도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다! 너희는 싸움에 지쳐 있고, 지친 나머지 이제 새로운 우상을 섬기게 된 것이다!”

 지친 몸은 의지할 데를 찾다가, 끝내 아무거나 집히는 대로 집어 들고 우상으로 삼으려 든다. 국가는 더욱더 사람들을 지치게 하여 쉽게 우상의 자리에 오른다.


“너희가 그에게 경배만 한다면 이 새로운 우상은 너희에게 무엇이든 주려 들 것이다.”

 국가는 복종을 대가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줄 듯이 거짓말하여 사람들을 꾀어낸다. 그 거짓말은 소문처럼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가고, 그렇게 국가는 쉽게 우상의 자리에 오른다.



 무엇이 국가가 우상이 되도록 보채는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한다.

“여기 존재할 가치가 없는 자들을 보라! 저들은 창조하는 자의 업적과 현자들의 보물을 훔쳐낸다. 저들은 저들의 도둑질을 불러 교양이라고 하지.”

 베끼고 모방하는 자들이 창조하는 자들의 것을 훔쳐 치장한 다음 유통한다. 국가는 그들에게 명성을 부여하기에, 그들은 국가라는 우상을 숭배하도록 포교에 앞장서게 다.


“저들은 자신들의 담즙을 토해내고는 그것을 불러 신문이라고 한다. 저들은 서로를 게걸스럽게 먹어대기는 하지만 제대로 소화시키지는 못한다.”

 그들의 포교 활동은 온갖 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간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한다.

“악취에서 벗어나라! 존재할 가치가 없는 자들이 벌이고 있는 우상숭배를 멀리하라!”
“악취에서 벗어나라! 이 인간제물들이 내뿜는 후텁지근한 김을 멀리하라!”
“국가라는 것이 끝나는 곳, 거기에서 존재할 가치가 없지 않은 사람들이 비로소 시작된다.”

 국가라는 우상을 숭배하지 않는 사람만이 헛되이 제물이 되지 않는 삶, 존재할 가치가 있는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정동호 옮김, 책세상, 2000.

원제: Also sprach Zarathustra (1885)


방송

김준산 외, 〈니체 강독 2편〉, 《두 남자의 철학 수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1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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