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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 지식채널

7. 공유지의 비극

공유지(Common Pool Resource)란,
인간이 공동으로 소유한 땅, 지하자원, 바다, 하늘, 공기 등을 말한다.
여기서 최대한도로 이익을 얻는 것이 합당한 것이며 그렇게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얻게 될 것인가?
그 대답은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 주1) 이다.


 결국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이 공유지에 가해지는 부담이 늘어나고 개인의 합리적 최대화는 전체의 파국으로 이어지게 된다. 공유지의 비극은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공유지의 자유는 곧 모든 사람들에게 파멸을 가져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동체의 모두가 사용해야 할 공공자원을 사적 이익을 주장하는 시장의 기능에 맡겨 두면 남용하게 되고 그로 인해 자원이 고갈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것은 시장실패의 요인이 되며 이러한 자원에 대해서는 국가의 관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해결책은 강제의 필요성을 수용하는 것이나, 아니면 이해당사자가 모여 일정한 합의를 통해 이용권을 제한하는 제도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공유지의 비극을 가축 사육으로 예를 들면, 100 마리의 양을 기를 수 있는 제한된 공유지에서, 100 마리 이상의 양을 기르면 결국 목초지는 과도하게 풀이 뜯겨 재생산이 되지 못하고 점차로 황폐해져 간다. 축산업자들은 너도 나도 공유지를 이용할 것이고, 자신의 부담이 들지 않는 공짜이기 때문에, 공유지에 양을 계속 풀어놓기만 하지 줄이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풀이 없어진 초지에는 양을 기를 수 없어 축산업자들 전체가 손해를 보게 된다. 결국 개인들의 이익 추구에 의해 전체의 이익이 파괴되어 공멸을 자초한다는 개념을 말하였다.주2)


 하딘이 논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어업경제학자인 고돈(Gordon)이 1954년에 해양자원을 예로 ‘공유자원’의 남획이 발생되는 메커니즘을 지적하였다.주3)이 시나리오는 하딘의 목초지 사례와 기본적으로 같은 맥락이지만, 중세 유럽의 삼포제주4)에서는 하딘이 제시한 사례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하딘이 지적한 공유의 비극론은 그 후 20년간 전개된 조사 연구를 통해서 크게 수정되었고, 이 연구는 퓌니(Feeny)의 논문주5)에 의해 집대성되었다. 여기에서 하딘이 제시한 사례는 현실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며, 다만, 하딘의 사례가 일어나려면 ‘전혀 관리가 되지 않은 공유지라면’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주6)


 냄새의 공유지는 공기이고, 하늘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 모두를 포함한다.

냄새는 공유지에서 발생되더라도 공유지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냄새는 한 곳에 머물지  않으며 끊임없이 바람을 통해 공간과 공간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유지에서 공유지로, 공유지에서 사유지로 어디든지 상관없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사람의 후각을 깨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유지의 남용과 오용으로 인한 비극은 곧 냄새 비극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 상황은 생각조차 하기 싫을 정도다.

그러나 냄새도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 심각성은 상상을 초월하는 매우 위험한 것인데도, 사람들은 냄새에 대하여 매우 관대하다는 사실이다.  




1. 놀이공원과 양돈장

 봄이 오면 용인에 있는 놀이공원에서 상쾌한 봄바람과 자연의 냄새를 만끽하고자 하지만, 건너편 산에서 흘러오는 바람은 즉각 후각의 상상을 깨뜨려 버린다. 향기가 아니라 악취였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돼지를 키우는 양돈장이 있기 때문이다.

 분당 수서 간 도로의 복정동 구간에 이르면 옆 사람의 눈치가 보인다. 혹 방귀 냄새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에...


2. 스파게티 레스토랑과 이면의 공공도

 도산공원 인근의 아주 맛있게 스파게티를 만드는 집이 있다. 그런데 뒤편의 주방 환풍기 쪽을 지나가면,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악취, 토마토 썩은 냄새가 난다.


3. 공간적 분리의 후각적 공유

 옆집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나보다, 묘한 고기 기름과 고기 탄 냄새는 시리도록 허기진 뱃속을 자극한다. 그래도 그들은 붙잡혀 가지 않는다.


4. 화학공장과 지역사회

 화학공장에서 나는 냄새로 인근 아파트 주민이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냄새로 인해 창문을 열 수 없다고 한다.


5. 후각적 문화 상대성

 미국의 한 유학생이 김치와 오징어를 먹다가 이웃집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였다는 기사가 나왔다.


6. 공공재로서의 식수와 영업권

남한강 인근의 음식점에서 버려진 오물로 인해 강물에서 악취가 진동을 한다. 우리는 그 물을 마신다.

유럽의 도시들은 대체로 지저분했다.
수로는 대부분 뚜껑 없는 하수구에 지나지 않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특히 런던의 플리트 강은 악취로 악명이 높았다.
인근 카르멜의 수사들은 플리트 강의 악취가 지독해서 제단에 피우는 유향 냄새를 덮어 버리고 심지어 수사들의 죽음까지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주7)

 

 공간에서의 악취는 인간을 포함한 생물의 배설물이나, 부패해서 생기는 냄새, 그리고 공장이나 공업제품에서 발생하는 냄새를 말한다.

 특히 도시의 악취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류가 도시화되기 시작하면서 자연은 파괴되고 점차 도시의 냄새는 오염이 되어 갔다. 문명의 발전이 인간을 좀 더 살기 좋게 만들어 주었지만 사실은 인간의 감성 퇴화를 촉진시키고, 자연의 혜택인 치유로부터 멀어지게 한 것이다.


 이미 각국에서는 냄새도 환경이라는 주제로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하고 있다.

CASE1. 마스킹 

자동차 연료에 향기를 첨가하여 배기가스의 냄새를 없애는 마스킹(masking)을 하였다. 


CASE2. 마이크로 향기캡슐

지하철 객차의 바닥에 향기 왁스를 입혀 승객들이 움직일 때마다 바닥의 마이크로캡슐 향기를 터트려 객차 안의 나쁜 냄새를 중화시켰다.


CASE3. 보일러의 후각적 개조

저급 가정용 보일러 기름에 향기를 넣어 기름의 악취를 제거하고 있다. 

등등


 이제 사람들은 냄새를 구별하기 시작하였으며 좋은 냄새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향수의 사용으로 자기의 냄새를 감추고 사적인 공간에서 아름다운 향기를 드러나게 하였으며, 차량이나 가정에서 그리고 실내의 공간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냄새의 공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냄새는 당장은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맑은 공기, 좋은 냄새, 그리고 편안한 호흡․․․․․ 그 답은 숲과 공원이다. 숲은 공기를 정화하고 좋은 냄새를 끊임없이 인간에게 공급해준다. 만일 이 지구상에 숲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미 나쁜 냄새로 인해 호흡이 어려워지고 결국 죽게 될 것이다. 도시의 냄새가 좋지 않은 것도 도시 곳곳에 냄새를 정화시키는 숲이 없기 때문이다. 숲만이 도시의 냄새를 다시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숲이 살아있는 도시의 공원화가 절실해진다.

백향목 숲을 둘러싼 엔릴과 훔바바, 길가메시의 전투백향목 숲을 둘러싼 엔릴과 훔바바, 길가메시의 전투

 길가메시 서사시주9)에서 길가메시는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 남부 메소포타미아의 백향목 숲을 파괴했다. 수메르의 최고신으로 땅의 안녕을 영원히 돌보아야 할 엔릴은 침입자들로부터 숲을 보호하기 위하여 반신반인인 훔바바를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전사 길가메시가 훔바바를 죽이고 숲을 쓸어버린다. 


엔릴은 나무들을 잘라낸 이들에게 저주를 내린다.

‘너희들이 먹을 양식을 불이 삼킬지어다. 너희들이 마실 물이 불이 들이킬지어다.’

 

 이 이야기는 신화에 불과 하지만 여전히 저주는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음이다.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가나안 땅인 레바논의 백향목도 사라진 지도 오래다.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나무가 모조리 베어져 지금은 국기에만 쓸쓸히 남아 있을 뿐이다.


 오늘날에도 길가메시는 계속해서 탄생되고 있다. 아마존의 원시림과 아프리카, 아시아 곳곳의 숲이 파괴되고 있다. 숲은 반이 넘게 사라졌다. 90% 이상이 없어져 버린 곳도 있다. 이 땅에도 주택, 골프장 건설과 산업자재를 위하여 숲은 이제 우리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나 자신이 환경주의자나 생태주의자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숲을 통하여 나쁜 냄새를 정화시키고 좋은 냄새를 호흡함으로써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자 는 것뿐이다. 결국 공유지에 있어서 냄새의 새로운 해석과 관리는 더 이상 냄새의 비극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학자가 외쳤던 숲에 대한 진정성에서 우리가 가야 할 분명한 길을 보여주고 있다.

숲을 위해 싸웠고,
지금도 싸우고 있는 이 전쟁은 옳고 그름 사이에서 영원히 계속될 투쟁이다.
우리는 나무를 지키기 위해 두 눈을 부릅떠야 하고,
추구해야 할 가치가 있는 선하고 고귀한 것들을 언제나 기쁘게 찾아가야 한다.
  

 주11)


 창조주의 뜻을 어겨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처럼, 우리에게 맡긴 이 땅을 우리의 이익만을 추구하다가, 황폐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이 땅에서 마저 쫓겨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나만이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Olfactory Director



주) 

1) UCSB 생물학과 교수인 가렛 하딘(G. J, Hardin)이 1968년 12월 13일 사이언스지에 실은 논문.

2) 위키 백과. http://ko.wikipedia.org/

3) 공해상의 어업자원은 자유롭게 유영하는 존재임으로 특정 개인과 어업단체, 국가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의 것도 아님으로 어업자가 마음대로 어획한다. 어획에 대한 압력이 있을 때는 괜찮지만 초과해서 계속 잡게 되면 그 자원은 고갈이 된다는 것이다. 

    아키미치 토모야.『자연은 누구의 것인가』. 이선애 역. 새로운 사람들, 2007, p30.

주4) 중세의 개방 경지 제도에 있어서의 농지 경작법의 한 형태이다. 대개 8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전 유럽에 걸쳐 지배적이었던 경작 제도로 이 제도는 곡초식 농법과 달라 개방 경지에서만이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 특징은 동곡과 춘곡과의 윤작과 정기적인 휴경(목초지)을 결합시켰고, 경작지 전체를 대략 3 등분하여 순환시켜 목초지(휴경지)를 방목지로서 공동으로 이용하였다. 

주5) 1990년『휴먼 에컬러지(Human Ecology)』지에 게재된「22년 후의 ‘공유의 비극론’」이라는 논문 

주6) 아키미치 토모야.『자연은 누구의 것인가』. 이선애 역. 새로운사람들, 2007, p31.

주7) 콘스탄스 클라센, 데이비드 하위즈, 앤소니 시노트저.『아로마, 냄새의 문화사』.김진옥 역. 현실문화연구, 2002, p79.

주8) 어떤 향기로 다른 물질의 악취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냄새를 조율하여 좋게 만드는 방법.

주9) 길가메시 서사시는 B.C. 3천 년경부터 구전되던 신화다. 이 작품은 19세기에 와서야 비로소 고고학자들에 의해 발견, 해독되었다. 역사적 가치뿐 아니라 원형적 영웅서사시로서 문학적인 가치도 뛰어나다. 메소포타미아의 도시국가 우룩을 통치하던 왕으로 3분의 2는 신이고, 3분의 1은 사람인 비극적 영웅이다.

주10) 데릭 젠슨, 조지 드래펀.『약탈자들』. 김시현 역. (주)실천문학, 2007, pp22-23

주11) 존 무어가 한 말, 그는 미국의 박물학자로, 미국의 삼림보호를 최초로 주장(1895.11.23)하였다. 

    데릭 젠슨, 조지 드래펀.『약탈자들』. 김시현 역. (주)실천문학, 2007,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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