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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기적의 물

현자의 돌!

나는 별수 없이 금을 만들거나 은을 만드는 돌이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만 하였다.
실제 때때로 그 돌을 보았고 내 손으로 그 돌을 다루어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샤프란 꽃 색깔과 같은 색깔을 띤 가루로 된 것으로 무게도 나갔고 가루로 된 유리처럼 빛이 났다.
한 번은 그 결정의 사분의 일 정도를 받은 적이 있다.
난 이 결정을 1온스의 600분의 1이라고 명명했다.
이 결정 하나의 사분의 일을 종이에 말아서는 도가니 안에서 뜨거워진 8온스의 수은에 던져 넣었다.
그러자 바로 수은들이 어느 정도 시끄러운 소리를 내더니 흐름을 멈추고 응고되어 노란 덩어리 같은 침전물을 남겼다.
이것을 따라 붓고 풀무질을 계속하자 8온스와 11 결정이 조금 안 되는 순수한 금이 나왔다.
따라서 그 가루 1 결정만으로도 19186온스의 수은을 그와 동일한 양의 최상의 금으로 변성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주1)

현자의 돌은 궁극의 물질이며, 이로부터 물질이 생겨난다. 연금술사들은 이것의 도움으로 비천한 금속을 귀한 금속으로 변환시켜 마지막 생성물을 만들어내려고 했다. 원 물질을 수은 물에 액화시킨 후, 부패, 탈색, 변색, 환원, 응고 등 일곱 단계를 거치면서 탄생된다.

많은 연금술사들은 이 기적의 물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들은 끝내 기적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다만 그 부산물로 철학과 화학, 의학 등의 발전만을 가져왔을 뿐이다.

연금술은 아들에게 '나의 포도원 어딘가에 금을 묻어 두었다'라고 이야기한 사람에 비유될 수 있다. 아들은 땅을 파서 금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포도 뿌리를 덮고 있는 흙무더기를 헤쳐 놓음으로써 다음 해에 풍성한 포도 수확을 이룰 수 있었다. 수확된 포도 알 중 하나가 알코올이라 할 수 있다.

연금술 저서를 보면, 석탄은 원래 안티몬의 검은 황화물을 의미하며, 고대에는 화장품으로 쓰였다. 그런데 나중에는 '휘발성 물질' 혹은 '정신'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로부터 알코올Alcohol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으로 보아 알코올은 연금술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이 틀림이 없다.

향수의 역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준 알코올은 높은 온도에서 맨 먼저 증류되는데, 아마도 몇몇 연금술사들은 이것을 엘릭시르elixir 자체로 생각하고 먹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혼동은 알코올의 이름, 즉 '생명의 물'이라는 뜻의 아쿠아 비타에Aqua Vitae에서 볼 수 있다. 연금술, 스스로 기적과 진리를 만들어내려고 하였던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어리석음으로 점철된다.




고대로부터 사람들은 종교의식이나 미용 또는 심신의 치료 같은 다양한 목적을 위해 꽃, 잎, 뿌리 등 식물은 물론 동물로부터 얻어진 독특한 향들을 사용해 왔다.『구약성서』와『신약성서』의 여러 곳에서 기분을 즐겁게 하는 향들, 특히 유향이나 올리바늄Olibanum, 몰약(myrrh)에 대한 언급이 있다.


무라사키 시키부는 11세기 일본의 궁정을 그린 고전 『겐지 이야기』에서 추측 게임(Guess Game)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는데, 이 게임에 참가한 일본의 귀족들은 특정한 향을 맞추는 유흥을 벌인다. 심지어 예언자 마호메트도 종종 거친 듯한 목소리로 달콤한 꽃 추출물, 특히 헤나Henna의 고어인 캄파이르Camphire에 대하여 칭송의 노래를 한다. 호메로스, 플리니우스, 플루타르크에서부터 당나라의 시인 두보와 셰익스피어, 보들레르에 이르기까지 향을 통하여 권력과 영광과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으며, 때로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향의 사악함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라벤더는 머리를 맑게 해 주고, 허브 향을 가진 로즈메리는 신경을 안정시키고 소화를 돋우며, 민트류는 강장과 소화, 소독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향은 단지 좋은 냄새만 가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심신에 도움이 되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중세의 가톨릭 수사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수도원의 수사들에 의해 향이 처음 개발되었고,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만발한 정원의 관리를 수도원에서 담당할 만큼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식물학자로서의 필수 지식뿐만 아니라, 화학에 대해서도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1508년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Santa Maria Novella 수도원의 도미니크회 수사들은 방향성향(Aromatic Scents)과 치료제(therapeutic elixirs)의 개발을 위한 실험실을 설치했다. 이 실험실은 17, 18세기에 들어서 향 개발로 유명해졌다. 이곳에서 개발된 향들은 조그마한 병에 담겨 상자에 저장되었다. 어떤 것들은 겉에 금 또는 유채색 장식물이 달려있고 낙인이 찍힌 책과 같은 형태로 저장되었다. 이것은 초기 프랑스 향수 상인들 중의 한 사람인 요한 마리아 파리나Johann Maria Farina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1685년 쾰른에서 태어난 요한 마리아 파리나는, '아쿠아 미라블리스 Aqua Mirabilis(기적의 물)‘라고 명명된 오드콜로뉴 Eau de Cologne를 생산,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이탈리아 수도원에서 개발된 것과 유사한 시트러스(감귤류) 향이 강한 물질이었다.

JMFancien.jpg
나는 새로운 향수를 만들었다.
그것은 이탈리아의 아침을,
야생 나르시스를
그리고 비가 온 뒤의 오렌지 꽃을 떠올리게 만든다.
또한 나의 감각과 환상력을 강하게 해 준다

1708년 자신이 만든 새로운 향수인 이 ‘기적의 물’에 관해 요한 마리아 파리나 Johann Maria Farina는 자신의 형에게 쓴 편지에 묘사하고 있다. 주2)


'기적의 물'은 르네상스 시대에 연금술사에 의해 개발된 알코올을 기본으로 하는 가벼운 향의 일종으로, 처음에는 약용적 특성으로 인한 치유력으로 유명해져서 인기를 끌다가, 18세기 후반에 와서는 원기 회복제로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이것이 너무 범람하자 조향사들의 경쟁 거리가 되었으며, 1810년 나폴레옹이 조향사들로 하여금 제조 방식을 공개하도록 하는 칙령을 공포했으나, '기적의 물'을 오드콜로뉴(쾰른의 물)라고 이름만 살짝 바꾸어 법령을 피하였다. 그러나 오드콜로뉴는 단순히 이름만 바뀌었을 뿐인데도, 그 후로는 기적의 물이 되지 못하였다.

기적은 현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마음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간절히 바라는 믿음에서 출발한 것이 아닐까.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라“(히브리서 11:1)

라고한 성경의 구절을 빌지 않더라도, 믿음은 그 자체로서 충분한 것이다.

태풍의 눈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 이가 있다.

"태풍의 눈에는 바람이 없다. 그러나 그 눈이 없으면 태풍이란 바람도 불지 않는다. "

그렇다면 바람이 없는 태풍의 눈에서 바람이 비롯된다.

태풍의 눈은 태풍이 비롯된 원인 그것이다. 따라서 바람이 있어야 태풍이고, 바람이 없으면 태풍이 아니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바람이 자는 날은 태풍이 생겨나는 날이 라고 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차게 부는 태풍도 바람 한 점 없는 태풍의 눈에서 비롯된다.

태풍의 눈, 그것은 기적과도 같다. 아무런 미동 없이 일상에 존재하다가 갑자기 세찬 바람을 몰고 와서 상식과 현실의 벽을 무참히 깨뜨려 버리기 때문이다.


기적 중에는 모세가 홍해를 가르고,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수천 명을 먹이고도 남았다는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등 신의 영역인 초자연적 현상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적은 아주 낮은 확률이기는 하지만 가능한 현실을 말한다.

죽을병에 걸렸다 말끔히 치유되었다는 어느 환자, 놀기만 하던 꼴찌 학생이 세월이 흘러 고시에 패스하였다는 얘기들은, 그 결과로 인하여 기적이란 이름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 결과가 있기까지의 분명한 과정인 기적의 또 다른 면은 중요시되지 않는다. 기적은 강한 믿음과 노력, 그리고 영혼의 힘이 있다면 누구에게든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작은 유리병 속에 갇혀 있는 기적의 물을 세상 밖으로 날려 보자. 많은 이들이 그 향기를 맡으며 작은 기적을 만날 수 있도록


Olfactory Director


주)

1) 위키 백과. http://ko.wikipedia.org/. 얀 밥티스트 반 헬몬트(1579-1644)의 현자의 돌에 대한 경험의 글

2)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쾰른의 향수 제조회사 (출발~! 독일 유학) | jcbum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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