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츠누마 포도박물관_일본 야마나시현 코슈시 오래전 일본 야마나시현 코슈시에 있는 가츠누마山梨県 甲州市 勝沼 포도 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포도 생산지이며, 수백 종의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 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포도의 언덕에 있는 이 작은 박물관의 입구에서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를 만났다. 물론 후쿠자와의 사진이 붙었거나 직접 관련한 것은 없었지만, 19세기 서구에서 와인을 배우고, 이곳에서 와인회사를 창업한 일본의 젊은 청년의 사진을 만날 수 있었다.
Fukujawa Yukichi福澤諭吉, 1835, 1, 10 ~ 1901, 2, 3 Tokyo, JAPAN 일본은 후쿠자와의 서구문물에 대한 필요성이 당시 일본 젊은이들에게 전해졌고, 많은 청년들은 서구의 문물과 문화를 배우기 위해 떠났던 것이다. 미래를 보는 눈은 한 개인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그 결과 오늘날 일본의 문명과 문화를 선진화시키는데 기여한 것이다.
그는 ‘학문의 권유’에서 “믿음의 세계에는 거짓이 많고, 의문의 세계에는 진리가 많다.”라고 하였다 일본의 최고액 지폐인 만엔권에 그려져 있는 인물인 후쿠자와 유키치 말이다. 그가 국부처럼 대접받고 있는 것은 오늘날에 비롯된 일이 아니다. 20세기 벽두에 그의 사망 소식을 들은 일본 국회는 이 재야 지식인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는 극히 예외적인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었다.
그는 1868년 도쿠가와의 지배를 종식시킨 메이지 유신 때 정부 요인이 아닌 민간인으로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서구 사상의 도입을 위해 앞장섰고 그가 거듭 표현한 대로 일본의 '힘과 독립'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했다.
후각에 관한 말을 하면서 난데없이 후쿠자와를 논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후쿠자와에 대해서 옹호하거나, 칭찬할 뜻은 전혀 없다. 아니 그를 저주해도 부족할 것이다. 또한 그를 알면 알수록 작금의 현실과 너무나 닮은 반복되는 역사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스러울 뿐이다.
다만 그의 미래예측과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해 주목하고자한다.
그에게 문명이란 지선(至善)이 아니라 선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일 뿐이며, 진보의 순간순간을 일컫는 것이라 했다. 건강하다고 해도 병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듯이 문명화되었다 하여 결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권장한 선책지는 문명을 이로움으로 전환시키는 것이었다. 후쿠자와는 다양한 수사학을 사용하면서 문명에 이르는 방법은 하나가 아님을 역설한다. 어떤 화살을 쓰건 표적을 맞추는 것이 목적이듯, 강이 어떤 모양으로 흐르건 결국 바다로 모여들듯, 어떤 제도를 어떻게 활용하여 ‘안락과 품위의 진보’를 이룰지는 저마다 놓인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오늘날 일본은 국내의 향료시장의 많은 부분을 장악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향료회사를 가지고 있고, 일본 디자이너의 향수를 국제화시켰다.
21세기 컴퓨터 산업에서 유일하게 빠져 있는 향기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로 시장 선점의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이다.
Case Study
1. 머지않은 미래에 누구나 모니터 앞에서 베네치아의 거리를 걸으며 물의 냄새를 맡고, 게임 중에 폭발하는 화약 냄새와 여인의 향기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화면에 나타난 피자와 햄버거도 냄새를 맡으며 주문하는 시대가 올 테니까 말이다.
2. 교도소나 학교, 군대 등 집단 사회에 대한 향기 치료 등 향이 관련되지 않는 분야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건강을 위한 각 나라의 가장 깨끗한 자연의 냄새를 캔에 담아 팔 것 같다.
3. 거리에는 커피숍 대신 향기를 마시는 향기 바가 즐비할 것이고, 향기 바는 향기를 맡을 수 있는 다양한 메뉴와 자신만의 오더 향과 감성 조절 향기주3 의 판매로 세상은 온통 즐거움과 웃음으로 가득 찰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스스로를 가두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잊은 채 말이다.
이웃 일본이 이미 동 서양의 향을 세계적 수준으로 접목시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정착시키고 그것을 향 산업을 접근시켜 놓았음을 보면, 향기가 단순히 냄새에 국한하다는 우리의 생각은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 다만 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후각에 어떻게 접근하고 준비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만 남아 있을 뿐이다.
2030년 어느 날 아침 백두산 천지의 향기가 나를 깨우고, 방안에 있는 대형 모니터가 켜지면서 금발의 앵커가 내게 이런 말로 아침 인사를 할 것 같다.
굿모닝 코리아
Olfactory Director, 2020
주)
1. 임종원. 『후쿠자와 유키치』. 한길사, 2011.
2. Ibid.
3. 사람의 기분을 변화시키는 향기로, 웃게 하기도, 슬프게도 만드는 인간의 감성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향기를 말한다. 이것은 향기에 사람이 지배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