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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H Jul 20. 2023

넷플릭스 다큐 ’미니멀리즘-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내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남편은 교포고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1.5세 또는 2세라서 나는 요즘 그들이 이해하기 쉬운 한국말을 골라 사용하고 있다. 단어도 초등학교 수준으로 쉬운 것만 골라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나의 한국어 실력도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영어로 대화하면 될 텐데 희한하게 그들 앞에서 영어 하는 것이 다른 문화권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부끄럽다.) 최근 일기와 글을 자주 쓰면서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면 좀 심각한 상태라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 나처럼 모든 공교육을 한국에서 받은 사람이 미국 오래 살다 보면 한국어도 못하고 영어도 못하는 0개 국어가 된다고 하나보다. 앞으로 소셜 활동을 줄이고, 좀 더 자주 책을 읽고 글을 써야지.


 쓸데없이 서론이 너무 길었네, 오랜만에 아기가 낮잠을 오래 자줘서 다이어리도 쓰고, 며칠에 걸쳐 나눠 보던 넷플리스 다큐‘미니멀리즘-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을 드디어 끝냈다. 막연하게 미니멀리스트로 살 거야!라고 다짐한 지 몇 주가 지나고 좀 더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찾아 읽고 유튜브도 찾아보고 있다. 오늘은 드디어 넷플릭스 다큐를 다 시청했다. 어린 시절부터 가난했던 두 친구가 만나 미니멀리즘에 대해 이야기하고 웹사이트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공유한 지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이들은 미니멀리즘에 대해 이야기하며 본인들이 이걸 어떻게 자신들의 인생에 접목시키며 살아왔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나는 미니멀리즘이란 최소한의 것으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저 비워내기에만 열중을 하고 있었는데, 정확한 목적의식 없이는 이 마저도 나중에 실패하게 된다고 이들은 이야기한다.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길은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버리는 것’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가치 있는 물건’을 ‘선별’해 내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이 과정을 위해선 나의 인생의 목표는 무엇이며 내가 추구하는 삶은 어떤 방향인지를 알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다.


 20대 초반 대학교에서 자화상을 그리면서 나에 대해 생각해 볼 많은 기회가 있었다. 교수님들이 주신 과제는 ‘나의 마음과 가까운 자화상’ 그리고 ‘나의 마음과 먼 자화상’이었는데, 대학교 친구들과 이 과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울고 웃었던 생각이 난다. 친구들과 생각을 나누면서 우리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꺼내 볼 수 있었다. 20대의 나는 페미니즘과 관련된 연구를 하는 패기 넘치는 대학생 그리고 대학원생이었고, 동시에 국회에서 근무하는 바쁘고 정신없게 사는 직장인이었다. 그러다 20대 후반에 미국에 오게 되면서 향수병 그리고 새로운 커리어 찾기와 사투를 벌이는 30대 초반을 보냈다. 20대의 나는 누구보다 자아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생각했다고 자부하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10년 전에 내가 알던 나와 너무 달라서 이제 다시 한번 ‘나는 누구인가’를 깊이 고민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결혼도 육아도 나와는 멀다고 생각했던 20대에 설정한 나의 인생 방향은 이미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는 지금의 나에겐 맞지 않는 설정이다. 그래서일까 결혼한 후 미국으로 오게 되면서 나는 줄곧 불행했고, 최근까지도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아이를 낳으면서 이대로 살면 안 되겠구나, 나를 어서 고쳐서 내 아이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생각만큼 쉽지 않은 여정이기에 큰 틀에서 맥시멀리스트였던 내가 미니멀리스트로 살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마음먹으니 남들과 비교하며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던 내 삶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사회적인 성공과 지위를 얻는 것이 중요했던 20대와는 다르게 행복한 가정, 그림 그리며 살 수 있는 내 작은 공간을 갖는 것을 내 30대 인생의 목표로 설정했다. 아직 세세한 목표는 무엇이 될진 모르지만 그 길을 가기 위해 지금 하고 있는 공부들을 차근히 해내야지. 20대 때도 내가 원하던 말년은 그림을 그리며 사는 것이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남편과 아이가 있다는 것 빼곤 인생의 목표가 같지 않았나 싶다. 그 길을 가기 위해 나의 중년은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어서 내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듯하다. 나의 현재 30대의 자아는 무엇인지, 20대엔 생각 못했던 지금 내 옆에 있는 남편 그리고 딸과 내 인생의 목적을 향해 어떻게 함께 살아 나가야 하는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여기에 플러스로 갑작스럽게 사업이 망해 폭삭 주저앉은 내 부모님의 생계까지도..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릴 수도 있었던 30대를 꽉 붙잡고 더 건강하고 행복한 나의 앞으로의 삶을 위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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