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전하는 편지
안녕,
요즘 우리 꽤나 잘살고 있다고 이제서야 우리 인생을 사는것 같다며 대화를 나눈지 언 며칠 전.
며칠후 바로 내 마음이 무너졌어.
미국에 와서 내가 종종 느끼는 새로생긴 마음 표현이야.
'마음이 무너진다.'
전에는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찢어진다.' 정도의 단어를 써왔던거 같은데
미국에 와서는 마음이 무너진다는 말을 자주 쓰는것 같아.
왜 마음이 무너진다는 말이 나올까.
그리운 마음을 억누르며 하루하루 벼터가며 살아오다가 어느 한순간 눈물이 팡 터질때
내 마음이 무너졌구나.. 느끼곤 해.
이 기분은 뭐랄까 슬프거나 화나거나 이런 한가지의 감정으론 형언할수 없는 감정이거든.
조금이나마 설명해 보자면, 무너지는 기분은 마치
장거리 하던 전 남친(현 남편)과 헤어지는 길 공항에서 인사나눌 때
결혼식 끝나고 엄마아빠랑 공항에서 헤어지고 비행기에 혼자 있을 때
그리고 엇 비슷하지만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오는 느낌과 비슷한거 같아.
물론 항상 우울하고 무너지는 날만 있는 건 아니야.
가끔은 사소한 커피 한잔만으로도 가슴 벅차게 행복할때도 있거든.
이렇게 꿋꿋하게 타지에서 잘 살아내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며 뿌듯하고 자랑스러울 때도 있어.
그런데 꼭 한번씩 이렇게 무너진다.
전에는 내가 이러는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해결하려 했었는데,
결국 정답은 없는것 같아.
내가 무너지는대는 분명 한가지 이유만 있을 것 같진 않거든.
이제 미국에 산지 3년 반정도 된것 같은데, 아직도 적응 중인것 같다.
아니 어쩌면 평생을 적응하는 중 일지도 모르겠지?
내 감정을 다 받아내 주느라 옆에서 고생하는 우리 남편도 참 불쌍하지.
앞으로 평생동안 이걸 다 받아줘야 할 생각을 하니 안쓰럽네.
(나보다 연하인데 생각하는건 훨씬 어른이라 가끔은 내가 참 부끄러워)
결혼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눈깜짝할 새에 해버렸고, 그 한번의 선택이 이렇게 평생을 좌지우지할 줄이야.
사랑에 눈이 멀어 그땐 몰랐지 뭐.
이제는 무너지면 무너지는대로 흘러가듯 살아보려 해.
내가 왜 이럴까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을 찾으려 하기보단 그 무너지는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답이 없는데 답을 찾으려 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쓸모없는 에너지 낭비니.
가끔 무너질때마다 나의 완충제가 되어준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더라고
그 중 당연 너도 포함이고.
보고싶은 세레나,
무너지지말자!
무너져도 괜찮아~, 내가 있잖아!
061521.
줄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