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마음을 표현하려면 언어가 필요하다. 언어가 부족하면 섭섭함, 아쉬움, 실망, 소외감, 슬픔, 억울함 등 다양한 감정들이 ’짜증‘ ‘화‘로 단순하게 뭉뚱그려진다. 적절하게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응어리가 되고, 그 뭉친 에너지는 폭발하듯 욱하는 방식으로 드러나기 쉽다.
아이가 마음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되도록 돕고 싶었다.
“뭐 속상한 일 있어?”
“…”
“엄마한테 말해 주기 힘들어?”
“…”
“괜찮아. 말해봐.”
“…”
“말을 좀 해보라고. 말을 해야 알지.”
“…”
“어휴 답답해.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엄마 답답해 죽으라고!”
문제는 조급한 성격이다. 돕고자 하는 열망이 조급한 성격과 만나 재촉이 되고, 그 재촉이 결국 아이의 말문을 닫게 만들 때가 있었다.
사춘기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하다는 하소연을 종종 듣는다. 나도 그렇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마음이 불편한지, 행복한지 늘 궁금하다. 그래서 질문을 던지는데, 대답이 돌아올 때 까지 진득하게 기다리는 게 쉽지 않다.
아이가 마음을 표현할 적절한 단어를 찾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특히, 에고가 단단해지는 10세 이후에는 ‘이런 말을 하면 엄마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이 더해져 쉽게 말문을 떼지 못한다
아이의 “몰라”는 성의 없는 대답이 아니라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어.’를 가까스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대답을 기다리는 것 만큼, 끝까지 듣는 것도 어렵다. 속단하는 마음, 가르치고 싶은 마음,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싶은 마음을 참고 아이의 말을 경청하는 것. 나에겐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어쨌든 아이를 키우며 내 자신을 끝없이 돌아보게 된다. 덕분에 내가 조금씩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 리즈의 고요한 하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