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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희 Apr 26. 2024

말을 해. 말을 해야 알지!

사춘기

마음을 표현하려면 언어가 필요하다. 언어가 부족하면 섭섭함, 아쉬움, 실망, 소외감, 슬픔, 억울함 등 다양한 감정들이 ’짜증‘ ‘화‘로 단순하게 뭉뚱그려진다. 적절하게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응어리가 되고, 그 뭉친 에너지는 폭발하듯 욱하는 방식으로 드러나기 쉽다.


아이가 마음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되도록 돕고 싶었다.

“뭐 속상한 일 있어?”

“…”

“엄마한테 말해 주기 힘들어?”

“…”

“괜찮아. 말해봐.”

“…”

“말을 좀 해보라고. 말을 해야 알지.”

“…”

“어휴 답답해.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엄마 답답해 죽으라고!”

문제는 조급한 성격이다. 돕고자 하는 열망이 조급한 성격과 만나 재촉이 되고, 그 재촉이 결국 아이의 말문을 닫게 만들 때가 있었다.

사춘기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하다는 하소연을 종종 듣는다. 나도 그렇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마음이 불편한지, 행복한지 늘 궁금하다. 그래서 질문을 던지는데, 대답이 돌아올 때 까지 진득하게 기다리는 게 쉽지 않다.

아이가 마음을 표현할 적절한 단어를 찾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특히, 에고가 단단해지는 10세 이후에는 ‘이런 말을 하면 엄마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이 더해져 쉽게 말문을 떼지 못한다

​아이의 “몰라”는 성의 없는 대답이 아니라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어.’를 가까스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대답을 기다리는 것 만큼, 끝까지 듣는 것도 어렵다. 속단하는 마음, 가르치고 싶은 마음,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싶은 마음을 참고 아이의 말을 경청하는 것. 나에겐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어쨌든 아이를 키우며 내 자신을 끝없이 돌아보게 된다.  덕분에 내가 조금씩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 리즈의 고요한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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