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단식 전도사들은 늘 이렇게 말한다.
“낮엔 마음껏 먹어도 돼요.”
낮에 마음껏 먹을 수 있다면, 저녁엔 얼마든지 참을 수 있지 않을까? 일찍 자면 되잖아.
결심한다. 오전 11시 ~ 저녁 7시 까지 8시간 먹고 나머지 16시간은 안 먹기로.
처음 며칠은 쉽다.
모든 일이 처음 며칠은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욕 충만한 그 며칠이 지나면 슬슬 일곱시 전에 많이 먹어둬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 마음껏 먹어도 된다고 했으니까. 밥을 잔뜩 먹고, 평소에 안 먹던 디저트까지 일곱시 땡 칠 때까지 먹는다.
배 부르게 먹었으니 공복감은 없다. 하지만 문제는 공복감이 아니다. 공허감이다.
중간에 생각없이 집어먹던 빵 쪼가리들, 리떼 한잔, 고구마 한 조각. 삶의 구석구석을 채워주던 짧은 위안의 순간들. 그 것들을 누릴 수 없는 시간의 공허감은 생각보다 크다.
나는 아침이 밝기를, 열한시가 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11시 땡 치면 또 신나게 먹는다
결과적으로 11시 ~ 7시 사이 마음껏 먹은 음식들로 인해 위가 한껏 늘어난다.
그리고 그 무렵. 다이어트에 종지부를 찍어줄 인물들이 반드시 등장한다.
갑자기 제주에 놀러온 지인들. 주말에 집에 와서 명륜 진사갈비 가고 싶다는 아들. 밤에 시장통닭 사들고 온 남편…. 그들에게 “나는 다이어트 중이니 혼자 먹어.”라고 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음식 앞에 앉아 젓가락을 들지 않는 것은 더 어렵다. 부페에 가서 1인분의 돈을 내고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게 하루 이틀 예외를 두는 날이 늘어난다. 이 핑계 저 핑계로 저녁에 간헐적 단식을 포기하고, 다음 날 아침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이 반복된다.
다시 말해 낮에 실컷 먹고, 밤에도 실컷 먹는 날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결국 다이어트 후 3kg가 늘었다.
리즈의 고요한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