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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 Mar 21. 2024

1. 나의 모든 불행

나는 불행의 기준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불행하다고 느낀 시작은.


돌이켜 보면 항상 불행하다고 여겨왔던 것 같다.

무언가 하려고 마음먹을 때마다 돈과 시간이 없다며 내 환경을 탓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행운이 찾아오지 않는다며 불평만 했다.

업무를 잘못해 혼나도 그게 왜 내 잘못이냐며 상사를 욕하고 신세한탄을 했다.

친구들과 사이가 안 좋아져도 친구 탓이고, 연인과 헤어지는 것도 내 환경 탓을 했다.


내 탓은 어디에도 없었다.


세상 나처럼 불행한 사람이 없다는 듯이 살았다.

그러니 남들은 모두 행복한 것 같았다. 

나만 불행한 시궁창에 있는 것 같았고 간혹 남들의 불행을 알게 되더라도,

'그 사람은 다른 행운이 있으니까 그 정도 불행은 괜찮잖아'하면서 내가 더 힘들다고 생각했다.

불행의 기준도 '나'면서 나보다 남이 더 힘든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결론은 나보다 불행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생각은 내가 하고 싶은 게 생길 때마다 가차 없이 앞을 막아섰다. 


'지금 그걸 해서 뭐 할 건데. 나는 재능도 없잖아. 그리고 일하기도 바쁜데 할 시간이 있나?'


시도조차 해본 적 없이 부정적인 생각을 죄다 끌어모아 안된다고 하며 시작하지 않는다.

그냥 하는 것도 없다. 그냥 있을 정도의 여유가 마음속에 없었다. 

부정적인 마음은 내 몸을 통제하고 다시 내 생각을 지배하며 아주 뿌리 깊게 박혔다.

그 뿌리는 점점 커져서 모든 걸 망가뜨리고 있다.



지금은 저 때의 남 탓이 후회된다. 후회도 되도록 안 하려고 하지만, 조금 더 빨리 노력했더라면 하는 생각은 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나는 이제 내 탓을 한다. 

내가 게을러서 못한 것이다. 돈이 없으면 돈을 벌기 위해 머리를 써야 하고, 

시간이 없으면 빨리 일어나고 늦게 자면 된다. 

투자를 해야 돌아오는 게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발리기만 하고, 나만 안된다고 단정 지었다.

'노력하는 만큼 돌아온다. 간단하다.'

전에는 그 간단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생각이 바뀐 지금은 모든 걸 내 탓을 한다. 그렇다고 자책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노력을 부족하게 했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 중이다.

이 노력이라는 것은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을 뿌듯하게 여기게 되고, 

조금 더 노력해보고 싶은 욕망을 생기게 한다.

그냥 얻어지는 결과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노력하는 만큼 다시 돌아오는 것이며,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안다. 노력의 결과를 느끼고 나면 쉽다. 

다만, 시작이 힘들다.

 




애초에 내가 불행의 기준이라고 여기던 생각은 어디서 온 걸까?

'남들은 다 나보다 행복해'라는 기준으로 인해 스스로를 힘들게 했던 그 생각은 무슨 씨앗으로 자라났을까?

불행의 씨앗을 찾고 싶지만 두렵다.


아직 불행의 씨앗은 찾지 못했지만 언젠가 두려움을 이기고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우울함의 모든 근원이 된 내 불행은 이제 우울함과 같이 작아질 것이다.

우울함이 사라져도 모든 일에 내가 기준이 되는 일은 없어지길 바란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많다. 지금 힘든 것도 조금만 지나면 잊힐 시간이다.


힘든 과거를 붙잡고 놔주지 않으니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이제는 힘든 과거를 조금씩 흘러가게 두고 있다. 

이미 지난 일 때문에 힘든 시간이 있더라도 나아질 가능성은 많다. 

그것은 과거에 살고 있지 않아야 가능하다.


불행의 시작점을 찾고 나면 나는 더 성장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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