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장 Nov 28. 2023

2. 악기를 시작하다.

통곡의 F코드


통기타는 참으로 매력적이다. 통기타 연주에 노래를 덧대기만 해도 완벽한 한곡이 되고, 때때로 풀사운드의 반주소리보다 통기타 한대의 반주가 더 매력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어릴 때 포기했던 기타를 다시 들고 연습을 시작하는데 역시나 F의 벽은 높고 높다. 



F가 들어가지 않은 곡부터 시작한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Knocking on Heaven's door 같은 명곡에 코드도 별로 없고 노래가 아주 좋다. 

그러나 언제까지 F가 없는 곡만 칠 수 없어서, 연습을 하지만, 띠리리링 소리가 아니라 차르르르 소리는 나를 미치게 한다. 


꼼수를 쓴다. 일렉기타 줄이 얇아서 F가 잘 잡인 다고 한다. 

양산형 일렉기타도 좋지만, 마침 주변에 유명한 일렉기타 공방이 있다. 윌로우스기타라는 일렉기타 공방이다. 일단 한번 찾아가 보자고 맘을 먹고 별 연락 없이 방문을 했다. 사장님 외에도 손님이 두어 명 있었는데 깔끔한 내부에 여러 대의 기타가 걸려있고, 큼지막한 앰프도 두대나 설치되어 있었다. 

f도 못 치는데 사장님이 자꾸 이것저것 쳐보라고 한다.  사장님이 추천해 준 기타를 들고 장가장가하고 쳐보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어찌 그런 실력으로 사람들 앞에서 쳐볼 생각을 했는지... 창피하다. 


사장님이 이런저런 기타를 쳐보게 하고 마지막으로 오래된 펜더기타 한대를 들고 오더니 가격이 2000만 원 정도 하는 기타라고 하면서 이것도 한번 쳐보라고 했다. 가격을 미리 들어서인지 정말 그런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 기타를 쳐볼 때는 심장 박동이 조금 더 빨라지는 것 같았다. 


'어! 소리가 이건 좀 묘한 것 같은데.' 하는 생각과 동시에 


" 사장님, 이런 소리 나는 기타를 만들어줄 수 있나요?? 제가 드릴 수 있는 금액은 100만 원 정도예요. 2000만 원짜리 소리는 안되더라도 비슷하게 나면 참 좋을 것 같은데요. 기타 모양은 텔레가 참 멋있는 것 같습니다. 잡음은 없으면 좋겠어요. 험버컨가 그런 픽업을 쓰면 잡음이 안 난다고 하던데 그렇게 만들어 줄 수 있나요?"

 

"그럼요, 같은 소리를 만들 수 없지만, 비슷하게 울리는 소리는 만들 수 있습니다. 원하는 소리가 뭔지 알 것 같아요. 색깔은 어떤 색깔이 좋을 까요?" 


"전 정맥혈 색깔이 좋습니다. 산소가 없는 피색깔인데 짙은 자주색??"


그렇게 해서 만든 기타가 지금까지 치고 연습하고 녹음도 하는 이 기타다. 


여차저차해서 일렉기타를 들고 F를 친다. 잘 쳐진다. ㅎㅎㅎ

기타 실력은 세네 달이 지났지만, 아직 딩가딩가 수준이었다. 

유튜브도 보고 여러 가지 책을 사서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연습을 했다. 

'이제 노래 반주는 좀 되는 것 같은데' 하는 생각에  점점 욕심이 커졌다.


' 직장인밴드, 기타로 한번 나도 해 보까' 하는 발찍한 상상을 해본다. 

 

이전 01화 1. 가수는 좀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거 아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