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생의 시작
음악. 노래. 가수.
TV에서 보았던 가수들은 다 멋있었다.
휘황찬란한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던 그들은 어린 나에게는 TV에 나오는 사람들이었다.
결코 현실에서는 마주칠 수 없고, 행여나 마주치더라도 내가 우러러보아야 할 사람들이었다.
나에겐,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란, 특별한 사람들이었다.
2023년 11월 1일
원욱(작자)이와 내가 만든 음악이 세상에 나왔다.
듣는 이들은 많이 없는 것 같다. 주변사람들은 "노래 좋네."라는 듣기 좋은 소리를 해준다.
노래가 히트를 치건, 유명해지건,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만든 노래가 세상에 나와서 불특정 다수가 매체를 통해서 쉽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희망하고 동경했던 무언가를 이룬 느낌이 들었다.
결국에, 나는 어릴 때 내가 보았던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긴 했다.
박남정, 소방차, 이치현과 벗님들, 김학래, 송골매, 등 당시 토토즐과 가요톱 10에 나오는 거의 모든 가수들을 사랑했다. 라디오에 나오는 노래를 녹음해서 몇 번씩 다시 들으며, 공책에 가사를 적고 따라 부르고 테잎이 늘어지도록 들으면서 형과 함께, 이 가사가 맞는 가사니 아니니 하면서 싸웠던 기억도 있다.
김범룡의 "바람 바람 바람"을 들으면서 "왔다가 사라져간 바람"이란 구절을 "아빠가 사다줬던 바람"이라고 우기기도 했다. TV가 나오지 않은 한가한 낮시간에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공테이프에 녹음을 하곤 했는데 디제이의 목소리가 노래의 인트로와 겹치면 그게 너무 싫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아빠에게 졸라 통기타를 구해서 C- Am- G를 연습하고 F에서 포기했었다. 기타에 맞혀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F를 잡을 수 있어야 하는데, 난 F의 벽을 넘지 못했던 것이었다.
현진영, 서태지, 듀스, 박진영, 터보 등 댄스가수들이 TV를 물들일 때는 춤바람이 났다. 점심시간이면 교실에 있는 책상을 다 뒤로 밀고 친구들끼리 춤연습을 하곤 했다. 현진영과 서태지는 어릴 때의 우상이었다.
사춘기를 심하게 격었던 고등학교 1,2학년 시절에는 누워서 신해철과 윤종신을 들으면서 눈물을 훔칠 때도 있었다. 교복을 입고 있던 나이에 왜 그렇게 "교복을 벗고 ~~~" 하는 노래를 좋아했는지...
그렇게나 노래를 부르고듣고 춤을 추고 노는 걸 좋아했는데도 단 한 번도 가수가 되고 싶은 생각을 해보진 못했다. 가수는 특별한 사람만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지금 같이 팀을 하고 있는 원욱이(작자)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어릴 때부터 MIDI를 접하고 혼자서 음악을 만들고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 피아노를 배우곤 했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향해 달려왔었던 것이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그냥 동경만을 한 거다. 왜 그리 좋아하는 것을 시작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던 걸까? 난 무조건 저지르고 보는 성격인데 말이다. 주변 환경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메르스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월호 사건으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있던 시절, 치과에 방문하는 환자들도 많이 줄어들었다. 참고로 필자는 치과원장이다. 치과원장은 진료실에 환자가 없으면 , 원장실에 갇여서 인터넷이나 하면서 시간을 죽인다. 정말 답답하다. 그래서 어릴 때 F의 벽을 넘지 못하고 접었던 통기타를 다시 시작했다.
진정한 음악인생은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뒤의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이어 나가겠다
글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