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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장 Nov 29. 2023

3. 직장인 밴드 입성

오디션과 기타레슨

 통기타를 시작하고 F를 잡기 위해 일렉기타를 사고 연습을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노래 반주를 위한 기타가 아니라, 기타 자체를 잘 치고 싶었다. 밴드에 대한 갈망도 있어서 직장인밴드에 가입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필자는 그전에 보컬로 직장인 밴드 경험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형편없는 노래실력이었지만, 다들 반갑게 맞아주고 노래를 부르게 해 줬다. 기타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통기타 코드도 제대로 치지 못했지만, 당당히 강남에 있는 유명 직장인 밴드 오디션을 보기로 했다. 

합주실 사진. 사진은 글과 관련이 없습니다. 


 2016년인지 15년인지 정확히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여름밤 월요일 저녁에 압구정동으로 오디션을 보러 갔다. 나 외에 베이스 기타 한 명, 일렉기타 한 명이 더 왔었고, 총 세 명이 오디션을 보러 왔다. 베이스 기타 주자와 다른 일렉기타 주자는 실력이 출중했다. 누가 봐도 잘 치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정말로 통기타 코드 몇 개 보여주었다. 


 당시 오디션 현장에는 직장인밴드의 장이 있었고, 월요일에 연습하는 월요일 직장인 밴드 팀원들이 참관하고 있었다.


"동훈씨, 기타 얼마나 쳤어요?"


"한 반년정도 통기타부터 시작해서 치고 있습니다."


"그 정도면 뭐 거의 그냥 통기타 치는 실력이네요. 일렉은 아직 안 접해봤다고 봐야겠네. 여하튼 한 번 봅시다. 또 동훈씨 같은 초보를 원하는 팀도 있으니까 한번 기다려봅시다. "


"저 사실 이것보다는 잘 쳐요. 긴장해서 그런 거니까 감안해 주세요."


 

 창피함을 능청스럼으로 연기하고 당당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많이 당혹스러웠다. 일단 내가 생각보다 너무 기타를 못 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밴드의 장은 집에 가 있으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직장인 밴드를 하기에는 나는 처절하게 실력이 모자라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기타를 더 열심히 연습하자고 다짐하며 집에 돌아왔다.    


 그 주 금요일쯔음에 연락이 왔다. 월요일 팀에서 나랑 같이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을 했다고 했다. 기타가 한 명 필요한데 세컨기타로 같이 하면 좋을 듯하고 성격도 맘에 든다고 월요일에 조용필의 바운스 바운스, 장범준의 정류장(원곡 이적의 정류장) 등을 준비해서 오라고 했다. 역시 예전의 보컬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실력을 별로 보지 않는다. 

장범준

 새로운 월요일이 되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팀원들을 정식으로 첫 대면하러 갔다. 멤버는 여자 보컬 한 명 남자 보컬이 두 명인가 세명인가 그랬던 것 같고 리더인 기타, 그리고 여성 베이스 주자, 남자 키보드, 남자 드럼으로 이루어진 밴드였다. 주로 대중음악 중에서 신나는 곡과 서정스런 곡을 두루두루 연주하고 부르는 팀이었다. 실력은 내가 보기에는 출중했다. 그중 드럼은 프로 경력이 있던 사람으로 단연 돋보였다. 나이는 리더와 내가 제일 많았다. 다들 반갑게 맞아주고, 중간에 버벅대거나 하는 경우에도 이해를 해주었다.

 

 스스로 기타 실력에 모자람을 느껴서 매주 목요일에 기타 레슨을 받으러 다녔다. 홍대에서 메탈밴드를 하고 있는 선생님이었는데 기타 커뮤니티인 뮬의 수많은 레슨생구인글 중에서 단연 내 마음을 사로잡은 구인글을 보고 연락해서 구한 선생님이었다. 매주 두 시간에 한 달 25만 원의 레슨비를 내고 기타를 배우러 다녔다. 지금까지 여러 기타 레슨선생님들 중에서 1등 선생님으로 2시간 동안 아주 진을 빼놓게 가르쳐주었다. 

 일단은 리듬부터 시작해서 코드체인지, 각종 주법과 테크닉(해머링 온, 슬라이드 등)을 메트로놈을 켜고 연습을 하는데 엄청난 스트레스를 견디면 수업을 들어야 했다. 



"틱. 딱. 딱. 딱. 띡 딱........"


메트로넘 소리는 정말 싫었다. 박자가 틀어지면 

"다시."라고 외치는데 짜증이 목구멍까지 오르다가 가라앉는다. 


위플래쉬라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드럼 선생님에게 아주 혹독하게 가르침을 받는데, 영화를 보면서도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었다.  


취미생활을 하는데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니 때려치울까도 생각을 했지만, 실력이 느는 것이 내 눈에도 보였기 때문에 참고 계속 들었다. 







밴드생활은 전체적으로 맘에 들었다. 또한 우리 팀의 실력자 드럼의 민구(가명)는 내가 뭐가 맘에 들었는지 몰라도 나를 엄청 살뜰하게 챙겨주었다. 종종 연락도 하며, 양평에 있는 치과에도 놀러 오기도 했고, 프로경력이나 각종 대회에 가서 수상한 경험을 말해주며, 어떻게 기타를 연습하고 접근해야 되는지도 많이 알려주었다. 

민구랑은 연습 중간중간 밖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이 친해져서, 앞으로도 쭉 같은 팀 멤버로 활동을 하고 싶었다. 


일 년 정도 이 밴드에서 활동을 했었던 것 같다. 공연도 두어 번 하고, 밴드장님의 소개로 TV 출연도 잠깐 했었다. 그렇게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나의 첫 직장인 밴드는 갑작스러운 민구의 죽음으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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