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밴드에서 공연도 두 번 하고 팀원들과 연습이 끝나고 가볍게 맥주도 마시면서, 그야말로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민구는 부산으로 출장을 갔고, 출장 중에 전화를 해서 기침을 하다가 늑골이 나갔는데, 기침이 멈추지 않아서 통증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했다. 혹시 모르니 병원에 가보라고 권유했고, 부산의 병원에서 약 2주간 입원을 한다고 했다. 2주 후에 돌아오면 형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들의 문화를 보여준다고 해서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민구는 서울에 와서도 기침이 멈추지 않자, 아산병원에 들러 다시 검사를 했다고 한다. 폐암 4기 진단이 나왔다. 나에게 전화를 해서
"형, 저 지금 아산 병원이에요. 기침이 어쩐지 멈추질 않더니 폐암이래요. 형 저 퇴원하면 나중에 저랑 형이랑 따로 다시 팀 만들어서 대회도 나가고 음반도 내고 합시다."
"........ 암이라고? 하......... 그래 조만간에 형이 한번 갈게. 치료 잘 받고 있어."
다음 날 저녁이 일이 끝나자마자 민구를 보러 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를 사들고 병원에 방문했다.
"민구야, 아직 형도 안 읽은 책이니까, 병원에 있는 동안 다 읽고 퇴원해서 다시 주라."
"오... 형님. 센스 넘치시네. 우리 아부지가 출판사 한 걸 또 어떻게 알고, 제가 그렇게 안 보여도 책 정말 좋아하거든요. "
근 한 달 정도 안 본 것 같은데 민구는 살이 엄청 빠져 있었다. 가냘프고 약한 모습이 보기 싫어서 퇴원하면 보자고 말하고 "기사단장 죽이기"는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하면서 집에 왔다.
2주 뒤에 민구의 어머니에게 문자가 왔다.
민구가 죽었다고 한다.
정말 짧은 인연이었지만, 민구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반복해서 즐겨 읽지만, 아직 "기사단장 죽이기"는 보지 않았다.
신규팀원이었던 나는 잘 몰랐지만, 내가 들어가기 전에 밴드 팀원들과 불화도 조금 있었던 듯했다. 다들 민구의 비보를 듣고 가슴 아파했지만. 아무도 민구의 병문안을 가지 않았던 것이다. 설명하기 힘들지만, 뭔가 불편함이 생기는 듯했다. 밴드의 연습은 당연히 제대로 되질 않았다.
그다음 주에 새로운 드럼의 멤버가 들어왔다. 민구의 자리에 새로운 팀원이 차지하고 있는 모습 또한 불편했다. 그렇다고 죽은 사람의 핑계를 대면서 밴드활동이 더 이상 어렵다고 말하긴 힘들었다.
마침 오랫동안 준비하고 노력했던 캐나다 치과의사 시험에 최종적으로 합격을 하고 한국인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수업을 준비하고 있어서 그 핑계를 대고 밴드를 탈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