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부자 기린쌤 Aug 01. 2020

비로소 나다워지는 시간

하루 24시간 중 나다워지는 시간은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

나답다


EBS <나도 작가다> 공모전 마지막 주제인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을 보고 질문이 떠올랐다. 

'나답다'는 건 어떤 걸까? 무슨 뜻일까?


사전을 찾아보니 '나'는 남이 아닌 자기 자신을 뜻하고, 

'-답다'는 '성질이 있음' 또는 '특성이나 자격이 있음'을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그럼 사전적 의미를 합해보면 '나답다'는 자기 자신의 특성이나 자격이 있다는 뜻일까?



나다운 것


브런치를 처음 시작한 것도 나다움을 찾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일기장에 쓰는 게 어색해진 지금, 브런치를 통해 길게 글을 쓰면서 혼자서 생각을 깊게 하고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런치 시작 단계에서 별명을 지을 때도 '많은 역할들 중 나를 대표할 수 있는 건 뭘까?' 한참을 고민했다. 


나는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 집에서는 큰 딸이자 큰 언니이다. 학교에서는 대학원생, 직장에서는 언어재활사, 대외활동을 할 때는 20대 직장인, 친구들에게는 걱정 요정과 엄마 같은 친구, SNS에서는 기린쌤과 미쁜 사람이다. 이러한 다양한 모습은 사회적 역할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각 역할마다 성격도 다르다. 예를 들면 나는 집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장난도 많이 친다(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는데, 어느 순간 이런 내 모습을 느꼈다). 집 밖에서는 농담을 많이 하지 않고 장난도 많이 치지 않는다. 친구들과 있을 때는 이 두 모습 사이의 중간이다. 각 역할들의 성격이 겹치는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들도 있다. 


많은 역할과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나는 이 세상에 한 사람뿐이다.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게 무엇일지 나와 관련된 단어들을 떠올리며 생각해보았다. 


<가족> 가족들과 있을 때, 나는 큰 소리로 웃으며 장난도 엄청 친다. 이 모습이 가족들이기 때문에 보이는 나다운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들과 있을 때도 노력이 필요하다. 서로가 성격이 다르고 배려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 마음속에서 화가 난다고 해서 가족들을 생각하지 않고 화를 내지는 않는다. 


<내 방과 내 책상> 내 방은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다. 책장도, 책상도, 매일 쓰는 노트북도, 사진과 인형들로 채워둔 선반도, 깔끔하게 정리해둔 파일과 서랍도 있다. 이 공간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내 마음대로 꾸민다. 하지만 이 공간에서 일과 공부를 하기도 한다. 언어재활사로 일을 하면서 자료 준비를 집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인쇄된 논문들, 상담 관련 도서들, 교재교구들, 코팅기와 코팅지, 각종 만들기 재료들로 가득 차있다.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보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기보다는 일도 떠오른다. '이걸로 뭐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도 해야 하는데' 자꾸 생각이 다르게 전개된다. 


<글쓰기> 지금은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블로그에는 일상과 언어재활과 관련된 이야기, 브런치에는 평소에 하던 생각들로 에세이를 쓴다. 말을 할 때 나의 말투가 있듯이, 글을 쓸 때도 나만의 문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각 매체의 특성에 영향을 받아 글 쓰는 방법이 달라진다. 나답기보다는 형식에 맞추는 거 아닐까?


그럼에도 글쓰기가 나답게 해주는 느낌이 든다. 특히 혼자 조용히 앉아서 브런치에 글을 쓸 때면 나에게 몰입하는 것 같아 더 그렇게 느껴진다. 아. 여기서 포인트는 '혼자 조용히'가 아닐까?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 집에 있으면 가족들과 시끌벅적하게 지낸다. 그게 익숙해서 혼자 있을 때도 TV를 틀어두는 게 습관이 되었다. 출근길에 노래를 들으며 걸어갈 때,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가서 카페에 혼자 앉아 있을 때, 새벽이나 한밤 중에 가족들은 자고 나 혼자 깨어 있을 때가 있다. 이 시간에 멍하게 있기, 글쓰기, 노래 듣기, 책 읽기, 영상 보기 등을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의 특별함이 나를 나답게 해 준다. 이 시간의 특별함은 내 마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굳이 웃고 있지 않고, 울고 싶은 마음 숨기지 않고 울고, 화가 날 땐 마음껏 화를 내고, 신날 땐 몸을 흔들며 콧노래를 부를 수 있다. 굳이 계획을 세우지 않고, 하고 싶다고 느껴지는 걸 할 수 있다.


이처럼 나는 하루 24시간 중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에 비로소 나다워진다.

작가의 이전글 펑펑 울어도 괜찮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