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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부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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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든 남학생

봄이 오는 소식

며칠전 동료 신부님이 학생이 내게 남겼다는 쪽지를 하나 주었다. 거기에는 예쁜 글씨체로 또박또박 쓴 이름과 전화번호가 있었다.


"이 학생이 신부님을 애타게 찾고 있답니다."


낯선 이름을 한참 들여보다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 그 여학생은 '자기가 아니라 자기 남자 친구가 신부님을 찾고 있어서' 대신 쪽지를 남겼다고 했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남친이 반갑게 전화를 받고는 자기 소개를 했다.


군위성당에 있을 때 성인 예비자 교리반에 첫영성체를 위해서 온 중학생이 있었는데 그 꼬마가 어느새 대학생이 되어 우리학교에 입학한 것이다.


부모님의 반강제에 못이겨 가기 싫은 교리반을 끝까지 들어야 했던 아이가 어느새 대학생이 되었다니 신기했다.


전화로 약속을 하고 중앙도서관 앞에서 만났다. 그는 여자친구와 함께 다가와 카네이션 한다발을 건넸다. 쑥스러워하면서도 반갑게 웃는 얼굴을 보니 그 시절이 떠올랐다.


"신부님께서 제가 힘들 때 붙들어 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른스럽게 말하는 대학 새내기,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연인이 되어 같은 대학까지 왔다는 그의 여자친구, 둘이 서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부모가 된 듯한 묘한 감동이 밀려왔다.


곧 벚꽃이 피고 봄바람이 살랑거리겠지…나는 이미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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