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시간
매일 저녁 우리는 무거운 몸으로 둘러 앉는다. 그리고 하루를 돌아본다.
학생들은 먼저 자신의 노트에 하루에 대한 느낌, 스스로의 평가를 적는다. 그리고 원하는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발표를 한다.
모두의 발표가 끝나면 그날 활동에 가장 많이 기여한 학생인 MOM(Man of Match)을 뽑는다. 그날의 MOM의 한마디가 있고나면 사진 나누기를 한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그날의 사진들을 추려 공유하고 같이 보고 웃는다.
이 모든 일에는 맥주가 곁들여진다. 나는 인보공부방 다녀오는 길에 시내 이마트에 들러 몽골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인 골든 고비 맥주를 네 박스 샀다.
셋째날 저녁에는 나누기 장소를 바꿔 지식에르뎀 유치원 마당에서 노을을 보며 하루를 마감했다. 그리고 그날은 하루의 노트를 발표하는 사람의 고마운 점, 좋은 점, 사랑스러운 점을 원하는 사람이 먼저 이야기했다.
보드카 한잔을 마시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들으면 눈물이 난다. 바람은 시원하고 노을은 곱고 눈물은 아름답다.
우리 학생들은 사랑스럽다.
일단 잘 먹는다. 수녀님은 매일 아침 한사람도 빠짐없이 나와서 식사하고,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밝은 학생들이 참 좋다고 한다. 무엇보다 우리 가운데 아무도 담배를 피지 않아 수녀님이 우리를 좋아하는 것 같다.
두번째로 에너지가 넘친다. 끝까지 맡은 일을 다하는 열정과 아이들과 몇 시간이고 뛰어노는 젊음, 먼저 다가서는 마음이 좋다.
주일에는 소피아 성당을 다녀왔다. 그리고 서둘러 전날 밑작업을 해 놓은 벽화작업을 오후 1시 30분부터 시작했다. 좁은 계단에서 페인트와 신나 냄새를 계속 맡아가며 우리 학생들은 밤 10시 30분까지 저녁 식사 20분을 빼고 열정을 쏟아부었고 마침내 그 일을 해냈다. 대견하고 고마웠다.
해외봉사는 추억이 아니라 기억을 남기는 일이다. 사라져 버리는 여행의 추억이 아니라 기억하면 미소와 힘이 나는 그런 헌신의 시간이다.
우리 학생들은 여기에 하나를 더 해냈다.
기억만이 아니라 기록을 남겼다. 우리가 지식에르뎀 학교에 그린 벽화는 두고 두고 남아 오가는 아이들과 방문객들이 보게 될 것이다. 그들이 우리 학생들의 아름다운 마음도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