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국시 100일 미사
오늘 약대국시 100일 미사 주인공인 6학년이 대구가톨릭대학교에 편입한 때가 2021년이죠? 저도 그때 우리대학에 왔으니 이제 4학년이 되어 같이 졸업할 때가 된 듯 합니다.
2021년 봄은 이상했습니다. 체리로드에 벚꽃이 만개했지만 학교에는 학생이 한명도 없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이죠. 혼자 길을 걸으며 어서 이 혼돈의 시간이 끝나기를 기도했었습니다.
2022년 약대 교목실을 맡게 되면서 방황이 끝나고 변화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레지오 동아리에서 만난 김현서, 정용석, 강진규 같은 친구들, 그 뒤를 이은 학생들과 함께 교리반, 성경공부, 소풍에 엠티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아끼고 돌볼 사람이 생겨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3년동안 약대에서 스물아홉명이 교리공부를 하고 세례를 받았고, 열두명이 견진성사를 받았고, 여덟명이 창세기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무엇보다 조성환 마르티노와 오영은 학생의 혼인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모두가 선물이고 은혜입니다.
그런데 오늘 미사에서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사실 이처럼 유쾌하고 행복한 일이 아닙니다.
저는 한때 <가톨릭사상> 수업시간에 강의지원시스템에서 스마트출석을 했었습니다. 보통 1분 30초의 시간을 주고 랜덤으로 뜬 숫자를 불러주면 학생들이 입력하여 출석을 했는데 수업 때마다 출석한 학생과 교실에 있는 학생이 한두명 차이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한번은 스마트출석 후에 학생들의 이름을 직접 부르며 출석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세명의 학생이 교실에 없었습니다. 온라인으로 거짓 출석을 한 것이죠.
저는 그 학생들에게 연락해서 한명씩 면담을 했습니다. 이유야 여러가지이겠지만 부정출석을 한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하는 학생들을 용서했습니다.
그러면서 유혹은 늘 가까이에 있을텐데 똑똑한 학생들이 사소해 보이는 일에서부터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면 언젠가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의 생명까지 위협하게 될 수 있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삶은 선택이고 여러분은 각자 선택의 결과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어려운 선택을 해야했고, 그 때문에 성공을 했지만 시련과 고난도 겪었을 줄을 압니다. 여기까지 온다고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오늘 1독서 뒤에 읽은 화답송은 구약성경의 150편 시편 가운데 첫번째 시편으로 모든 시편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시편 1편은 악인의 길과 의인의 길에 대해서 말합니다. 생명의 빛을 따르는 시냇가의 나무와 같은 의인이 될 것인가, 아니면 바람에 흩날리는 검불 같은 악인이 될 것인가는 선택임을 말합니다.
여러분의 미래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때론 반복일수도 있고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매일의 선택이 모든 것을 좌우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는 더 높은 차원이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분의 길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사이의 선택이었다면 이제부터 여러분은 하고 싶은 일만이 아니라 하기 싫은 일도 선택하는, 해야 할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해도 되지 않은 일도 선택하는 더 수준 높은 길을 걷기를 바랍니다.
"인생은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자기를 창조하는 과정이다."(조지 버나드 쇼)
이 말처럼, 여러분이 스스로 선택하고 창조하는 삶으로 나아가기를 응원합니다. 그래서 100일의 시간을 학창시절 마지막 몰입으로 기꺼이 선택하십시오.
그 과정에서 윗자리에 앉고 남에게 인정받기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보다 낫기를 바라는 인간의 본성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의로움과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는 참된 약사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 길은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를 가져다 줄 것이며, 그 안에서 여러분은 참된 자유와 행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길을 계속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