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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a Feb 23. 2024

(7) INTJ, 성과평가 담당자_1

밥에 대한 작고도 긴 이야기

여러분들은 밥을 좋아하시나요?
 

  한국인들은 대부분 밥을 좋아한다. 실제로 한국인에게 식사는 "밥 먹기"와 거의 동일한 의미로 간주될 정도이다. 삼겹살을 여러 판 구워 먹고도 밥에 된장찌개를 먹어야 "식사"를 한 것이고, 닭갈비를 먹어도 마지막에 밥을 볶아 먹어야 "식사"가 완성된 것이다. 이쯤 되면 밥은 한국인에게 있어 식사 그 자체이자, 식사를 했는가 안 했는가를 구별하는, 일종의 지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경악하는 순간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고깃집에서 고기를 배 터지게 먹었는데, 식당 종업원에 와서 묻더란다.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들은 당황했다고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먹은 건 식사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2년 전의 일이었다. (밥에 대한 한국인의 진심을 깨달은 그날의 일이다.)

  당시 내가 일하던 공공도서관의 사무실에는 MZ 세대 직원들이 꽤 있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으레 MZ 직원들(그리고 그보다 더 어린 국가근로학생)과 함께 각자의 방식으로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곤 했다.

  누군가는 위* 딜*이트에서 새벽에 배달해 준 음식을, 누군가는 집에서 싸 온 닭가슴살을, 나는 샐러드와 빵을 자주 먹곤 했다. 어딜 봐도 밥과 반찬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도시락"이 없었다. 그래서 난 생각했었다.

  "MZ세대는 밥을 싫어하는구나...."

  그래서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아니, 요즘에 먹방 같은 거 보면요. 자꾸 한국인은 밥심이다, 한국 사람들은 고기를 구워 먹어도 반드시 밥을 먹어야 한다, 밥배는 따로 있다,라고 하는데... 아니지 않아요? 왜 일부만 보고 자꾸... 한국인은 이렇다 저렇다... 쉽게 단정 지어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에? 맞지 않아요? 고기를 먹든 곱창을 먹든, 밥은 꼭 볶아 먹어야죠~"

  "점심에는 그냥 편하게 먹지만, 집에선 꼭 밥을 먹어요~"


  충격이었다. 그래서 계속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배가 부른데 밥이 어떻게 입속으로 들어가냐고... 밥 좀 안 먹으면 큰일 나냐고... 

  그런데 돌아온 답은 매번 같았다. 밥은 먹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MZ도 그래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그때 나는 이 말을 끝으로 대화를 끝냈더랬다.


  "나는요... 그동안 내 주변 사람들이 단체로 나를 속이고 있는 줄 알았어요~~~"


  그렇다. 나는 어릴 때부터 "밥심", "한국인은 밥을 먹어야지"라는 말을 줄기차게 들어왔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기억하는 한) 꾸준히 밥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밥이 싫어서 밥공기의 밥을 절반으로 덜어 날 때면, 항상 위와 같은 잔소리를 들어왔다. 그리고 잔소리를 들을 때마다 생각했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닌데 너무 호들갑이다... 모든 한국인이 밥을 좋아하는 건 아닐 텐데... 이 맛없는 밥을 다 좋아한다는 게 말이 되나?"


  그동안 나는, 이 한국에 동일 비중으로 두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해 왔다. 밥을 좋아하는 사람과 밥을 싫어하는 사람! (나는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말을, 지금 현재 트렌드의 지배자, MZ세대의 입에서 듣게 된 것이다. 뭔가 모르게 밥보다 빵을 좋아할 것 같은 세대가 "밥을 먹어야 식사다"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나는 왜 밥을 싫어하는가... 일반적인 한국인과 달리, 나는 왜 어릴 때부터 쭈욱 한결같이 왜 밥을 싫어해왔는가.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업무적으로... 그 이유는 뭘까...

  그리고 이 쓸데없는 탐구의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먼저 개인적인 고찰의 결과를 말씀드리고자 한다. 

  밥은 맛이 없다! 아니, 좀 더 적확한 표현을 하자면... 맛이 없는 게 아니라 무미(無味)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가진 혀로는 밥에서 그 어떠한 맛도 찾아낼 수 없었다. 

  누군가는 "씹다 보면 은근히 단 맛이 난다"라고 하는데, 밥을 오래 씹고 있어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 쫄깃한 떡도 아닌데 왜 입에 오래 머금어 씹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죽처럼 에멀전이 된 밥을 입에 머금고 있으라니... 생각만 해도 싫다.


  (또 누군가는 "반찬과 함께 먹으면 간이 딱 맞는다"라고 말한다. 그럴 거면 애초에 비빔밥처럼 비벼 먹지, 뭐 하러 입에서 섞는 것인가... 물론 비빔밥, 볶음밥, 덮밥처럼 밥에 다양한 양념 혹은 반찬을 섞어먹는 방식의 "밥"은 예외다. 나도 이런 밥들은 싫어하지 않는다.)


  어쨌든 이렇게 뜬금없는, 밥에 대한 개인적인 고찰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나는 쌀밥이 싫다. 왜냐하면 아무 맛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도대체 공공도서관 평가 업무와 밥이 무슨 상관이 있냐는... 생각이 드시는 분들... 

  당연히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다음 회에 이어질 매우 신박한, 밥에 대한 사회적, 업무적인 고찰을 읽으신다면, 그 의문은 눈 녹듯 사라질 것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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