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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a Mar 10. 2024

(7) INTJ, 성과평가 담당자_2

  정리해 보자.

  내가 밥을 싫어하는 이유?

  개인적으로 "밥"에서 아무런 맛도 느낄 수 없어서다!

  이유에 대해선 전편에서 충분히 서술한 것 같으니, 이제 관점을 바꾸고 시야를 넓혀보자.


  (드디어 때가 되었다!

  내가 밥을 더 견고하게, 체계적으로 싫어하게 된 이유를 밝힐 때!)

  

  밥 짓기에 필요한 제1재료는 "쌀"이다. 보리밥, 기장밥, 오곡밥 등 다양한 배리에이션이 존재하지만 누가 뭐래도 밥의 기본은 하얀 쌀밥이니, "밥=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쌀"이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도 생각한 적 없겠지만) 한반도 정주민의 주식인 쌀은 놀랍게도! 대한민국 사회에 "경쟁의 일상화"라는 엄청난 폐해를 가져왔다. 

  굉장히 생뚱맞은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다. 쌀과 경쟁이 무슨 상관이라고... 하지만 쌀을 주식으로 삼은 이후 한반도 정주민에게 일어난 긴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긴 이야기는 아래의 책에 담겨 있다. 



  책의 내용을 아주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쌀  =  '◡' 영양학적 완전식품(일부 비타민 제외) 

         + '◡' 가성비 좋은 주식

                   (단위면적당 생산량과 인구부양력 최상)

              T_T 쌀 재배 시 물과 노동력 많이 필요

                   (한반도의 4계절이 뚜렷하다는 것도 함정)

     ☞  한반도 정주민은 "두레(동네 협업 시스템)" 창출

           (※ 노동력 문제 한 번에 해결)

     ☞  생산력 향상 + 깊어진 친분 (●'◡'●)

     ☞  이웃사촌 (❁´◡`❁)


  여기까지는 완벽하다. 사극에서 본 것만 같은 그 옛날 농촌마을의 따스한 분위기...

  그런데..(책에 따르면) 

  추수를 하고, 집집마다 수확한 쌀의 양을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이웃 간 친분에 균열이 생긴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모두 함께, 같은 방식으로 일했는데, 왜 우리 집 수확량이 유난히 적지?'

  '혹시… 저 옆집 놈... 우리 집 일을 할 때에만 농땡이를 부린 거 아니야?'

  '나만 모르는 … 농사 비법이 있는 건 아닐까?'


  친분이 두터웠기에 질투와 질시는 심해진다. 

  그 와중에, 승부욕이 강한 일부 사람들은 몰래 연구하고 실험한다. 


  '내년 농사는 옆집보다 더 잘 지어야 해. 비료를 한번 바꿔볼까?'


  다음 해, 승부욕의 화신들은 성공한다. 쌀 수확량이 늘었다. 이제 살만하다.

  그들은 농사계의 탑티어가 된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는다.

  이윽고... 적자생존인지 성선택인지 모를 법칙에 의해 그들의 유전자는 대대손손 이어진다.

  즉, 농사계의 탑티어들은 질투와 질시에서 비롯된 경쟁의 승자다. 

  그리고 쌀농사가 계속되면서 한반도는 "질투와 질시의 문화 속에서 살아남은 강한 자"들의 땅이 되었다.


  그렇다!!! 한국인들은 질투와 질시의 문화 속에서 살아남은, 그 분야의 최적 유전자를 가진 자들이다.

  그래서인지도 모르겠다. 나를 비롯한 우리 한국인들이 숨 쉬듯 남과 비교하고 질투하는 이유 말이다. 


  "아... 나 100점 받았는데… 100점은 몇 명이지?"

  "맛있는 거 먹자,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날까?”

  "아... 남들은 이런 거 쉽게 하던데… 난 왜 이래..."


  한국인이라면 위에서 열거한 말들을 해본 적,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한 번쯤 생각해 본 적 있는지 모르겠다. 저 말들이 남과의 비교를 전제하고 있다는 사실!

  이쯤 되면 부인할 수 없다. 우리 한국인들은 숨 쉬듯 남과 비교하고 질투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인은 직장에서도 무한경쟁 속에 내던져져 있다. 공공도서관이라도 예외는 없다. 

  혹자는 '도서관에 경쟁이 있어?'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공공도서관끼리도 경쟁을 한다. 

  적어도 내가 속해 있는 도서관에서는 그렇다. 그리고 내 도서관의 모기관 산하의 모든 공공도서관들은 매년 치열한 경쟁을 한다. 대표적인 경쟁 중의 하나가 "성과평가"이다.


  OOO 산하 공공도서관들은 4월에 연간 "성과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따른 활동 결과를 모아 12월에 "성과 보고서"를 제출한다. 그리고 다음 해 2월, 성과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성과 평가의 결과는 3개의 등급(S, A, B)으로 나뉘어 발표되고 이 결과는 부서원 전원성과상여금 등급에 일부분 반영된다. 모든 시합의 끝맺음이 시상식이듯 성과 평가의 경우도 동일하다. 도서관별, 부서별 점수를 매기고 점수대로 줄을 세운 다음 1등에게는 상을 준다. 일견 잔인해 보이지만, 그래도 조금 인간적으로 보이는 부분도 있다. 점수를 낮게 받았다고 해도 벌칙은 없고, 모든 부서, 모든 도서관의 등수는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성과평가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으니, 바로 성과 평가 담당자에게 부여되는 과도한 책임감과 부담감이다.


-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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