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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haela Dec 03. 2023

(1) ESTJ, 엄격한 책관리자, 수서자

수서란?

수서(收書): 도서관에서 문헌을 입수하는 과정


  수서(收書)를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책을 거두어들이는 행위'를 말한다.

  왜 책을 구입하는 행위를 '수서'라고 명명하기로 했는지에 대해선… 모르겠다.

  어찌 됐든 사서들은 "수서"라고 하면 (한자 풀이와는 별개로) 도서관에 비치할 책을 우선 선정하고 구입하여 등록번호까지 부여하는 절차로 알아듣는다.

  단언컨대 수서는 사서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 하고 싶어 하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수서 업무의 장점 때문일 것인데,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쇼핑하는 재미가 있다.

  거칠게 말해서 수서는 책 쇼핑이다.  수서자는 근무 시간에 합법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돈 쓰는 재미라는데, 수서자는 업무를 하면서도 쇼핑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둘째, 역사와 전통의 업무방식이 존재한다.

  수서 업무의 절차는 어떤 도서관이든 유사하다.


   ✔  구입하고자 하는 자료 선정

        > 자료선정위원회 개최

        > 구입


  물론 다른 방식으로 구입하는 자료도 있다. 예를 들어, 이용자 희망도서라는 제도!

  이용자가 비소장도서의 구입을 요청하면 수서자는 매주 간략한 심의 절차를 거쳐 신속하게 구입한다.

  이 두 가지 구입 수서 방식을 채택하는 것은 도서관계의 불문율이다. 약간의 변주는 가능하겠지만 수서자는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고 따르기만 하면 된다.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걱정할 것이 없다. 오랜 기간 쌓여 온 노하우들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셋째, 욕먹을 일이 많지 않다.

  수서 업무는 민원인과 직접 부딪힐 일이 적다. 희망도서를 처리할 때, 이용자와의 소통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에도 사람과 직접 대면할 일이 적다. 그래서 욕먹을 일도 적다.


  넷째, 누가 뭐래도 도서관의 중심 업무다.

  수서는 도서관의 핵심 업무다. 수서자의 태도와 역량에 따라 도서관의 장서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책이 즐비할지, 인기와 가치가 증명된 책들이 서가에 가득 놓여 있을지는 수서자에 달려있다. 즉 도서관에 대한 신뢰도를 끌어올릴 수도, 서서히 꺼뜨릴 수도 있는 업무가 수서다.


  그러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수서 업무의 단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항상 감사의 타깃이 된다.

  돈 쓰는 일은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 도서관의 예산 사용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는 언제나 수서자를 향해 있다. 수서자가 내 맘대로 책을 쇼핑할 경우, 엄청난 뒷감당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둘째, 역사와 전통을 거스를 수 없다.

  도서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절차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특히나 자료선정위원회라는 절차에는 신경 써야 할 일이 많다. 외부위원들과 함께하는 자료선정위원회. 회의에 상정되는 도서 리스트는 1,000건을 넘나드는데, 그 모든 자료의 내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파악하지 못했다면 자료선정위원회에서 자연스럽게 답변할 수 있는 스피치 능력이라고 갖고 있어야 한다. 이마저도 없다면... 모르겠다.


  셋째, 한번 욕을 먹으면 크고 길게 먹는다.

  앞서 희망도서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희망도서는 이용자들에게 일종의 혜택을 주는 제도다. 그러나 규정에 묶여 구입할 수 없는 도서를 신청하는 이용자들도 있다. 이건 담당자도 어쩔 수 없는 일. 그러나 이용자는 이러한 상황을 납득하지 못할 수도 있고, 또 오랜 기간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다.


  넷째, 도서관의 중심 업무가 아닌 것도 같다.

  수서는 도서관의 핵심 업무이지만, 또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늘 하고 있지만, 티가 나지 않는 집안일처럼... 수서는 도서관을 운영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잘한다고 해도 바로 티 나지 않는 업무다. 열심히 한다고 해도 관리자, 이용자 그 누구도 칭찬의 말을 해 주지 않을 수 있다.


그럼 수서는 어떤 사람들에게 딱 맞는 업무일까???


첫째, 외향형 인간

  수서자는 1년에 8~10회가량 정기적인 회의(자료선정위원회)를 개최해야 한다. 또한 회의 중 돌발적인 질문에 거침없이 답변해야 한다. 어떤 답변을 해야 할지 생각한 후 말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다. 우물쭈물하게 되면 더 많은 질문 세례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말로 자신을 표현하기를 즐기는 외향형 인간(E)이 수서 업무에 적절하다.


둘째, 철저한 일처리와 세심한 관찰능력을 갖춘 자

  수서자는 돈 계산에 철저해야 하고 광고에 현혹되지 않는 정확한 관찰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서점가에는 표지 디자인과 판형을 바꾸고 새로운 책인 것처럼 출판되는 도서도 있고, 개정 내용이 미미한 개정판 도서도 있다. 수서자는 이처럼 숨겨져 있는 도서정보를 찾아내고 적확한 판단으로 구입대상도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셋째, 원칙과 규정을 잘 지키는 자

  수서자는 자료구입기준과 장서구성원칙에 따라 도서를 선정해야 한다. 한번 구입한 도서는 최소 10년간 소장되기 때문에 원칙을 어기고 구입한 도서는 10년간 화근으로 남는다. 따라서 수서는 원칙과 규정을 칼같이 지키는 사람에게 적절하다.


  넷째,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행동하는 자

  수서는 1년 단위로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연초에 세운 계획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하고, 분기별 구입도서 수는 적절히 안배되어야 한다. 짜인 대로 임무를 클리어해 나가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은 수서 업무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럼, 지금까지 서술한 수서업무 분석 결과와 MBTI 성격유형의 구분요소들을 매칭한 결과를 살펴보자.



ESTJ: 엄격한 관리자, 사물이나 사람을 관리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관리자형!



  수서는 ESTJ 유형의 사람에게 적합한 것 같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꽤 그럴듯하다.

  물론 이 분석결과는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출된 것이므로 과학적인 근거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가끔 "경험"은 "과학"이라는 말보다 마음을 더 끌리게 만들기도 하지 않던가. 

  그냥 믿어보자, 수서업무는 ESTJ에게 적절하다.

  

<수서 업무의 부문별 지수>

사서지수 ★★★★★

민원접점지수 ★☆☆☆☆

야근유발지수 ★☆☆☆☆

직무스트레스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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