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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중아 Feb 22. 2022

[20220219] 7. 북한산 족두리봉-향로봉-비봉

한장요약: 장래희망은 돌아이입니다!


일기예보상 토요일은 전국이 구름 가득.

멀리 원정 가봐야 뽀얀 곰탕 구경만 실컷 하고 올 것 같아 운동삼아 가까운 산에 가기로 한다.

오늘의 행선지는 북한산의 암릉미 뿜뿜한 족향비 코스.

유튜브에서 검색해보니 배경만 조금씩 바뀌고 주야장천 돌만 타던데 막상 가서 보니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였다.


불광역에서 일행을 만나 주택가를 끼고돌아 들머리를 찾아간다 (등린이는 혼자 못 찾아갈 듯).

생뚱맞은 빌라촌 사이, 꽃이 그려진 계단을 오르면 등산로가 시작된다.

그렇지만 등산로를 찾았다고 방심했다가 등산로가 아니라 잘 정비된 데크 바닥의 둘레길을 한참 걷고서야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닫고 다시 온 길을 되짚어 돌아가 등산로로 복귀한다.

그렇게 우여곡절 찾아낸 진짜 등산로는 예상했던 대로 초입부터 가파른 오르막 돌길이다.

잠시 옷을 정비하고 나서 30분 정도 쉬지 않고 오르니 족두리봉 도착.

등린이답게 처음 와 본 족두리봉이라 영문도 모른 채 꼭대기까지 열심히 기어올라 향로봉과 비봉까지 코스도 미리 눈으로 예습해 둔다.

다시 열심히 향로봉까지 돌길을 오르락내리락.

향로봉에 올라서야 왜 족두리봉이 족두리봉이라 불리는지 그 모양을 알 수 있었다.

가파른 돌길에 체력소모가 생각보다 컸던지 아침에 먹은 누룽지 따위는 이미 진 지 오래, 향로봉 아래에서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한다.

편육에 막국수, 김밥과 컵라면, 떡과 빵까지 허겁지겁 칼로리를 보충한다.

든든해진 몸과 마음으로 다시 비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비봉은 진흥황 순수비가 있어 비봉으로 불리는데, 헬기도 없었을 그 옛날 저렇게 큰 돌판을 어떻게 저 위로 옮겼을까 싶게 미끄러운 돌덩어리들이 쌓여있지만 산객들은(나 포함) 영차영차 참 열심히도 기어오른다.

발디디기가 여의치 않은 암벽(?) 구간도 많아 나보다 더 등린이스러운 초짜들 때문에 중간중간 병목도 발생한다 ㅎㅎ

진품은 박물관에 있고 복원된 비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인증샷은 찍어야지.

문수봉까지는 조금 무리인 듯싶지만 비봉까지 온 김에 사모바위까지는 도전하기로 한다.

얼마 전까지는 출입통제였다는데 오늘은 다행히 통제가 풀려있어 또 기어올라 인증샷 찰칵.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오르내리며 조금 겁이 줄어든 줄 알았는데 사모바위는 그리 높지는 않지만 큰 돌덩어리 하나라 한 번 쭈욱 미끄러지면 진짜 바로 골로 갈 기세라서 벌벌 떨고 있었더니 여기저기서 훈수가 날아든다.

뒤로 돌아 손으로 짚고 한발한발 조심히 내려오라는 파와 아예 정면으로 내려가면서 신발과 돌의 접지면을 최대한 넓혀주면 절대 미끄러지지 않는다는 파로 나뉘어 나는 이도저도 못하고 또 갈팡질팡.

결국 노련한 산꾼 아저씨 한 분의 에스코트를 받고서야 간신히 내려온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지난 관악산 눈길에서 살짝 놀란 오른쪽 허벅지 근육이 잠시 또 찌릿해졌다.

다시 비봉 쪽으로 돌아 비봉탐방센터로 내려오는 길.

비싼 등산화를 샀으니 신발을 믿고 중간중간 큰 돌에서 내려오는 연습도 조금씩 해 본다.

돌판을 내려오는 것 자체에는 크게 겁이 나질 않는데 봉우리에서 내려다보이는 확 트인 시야에 미끄러지면 공중낙하하겠구나, 라는 내적 공포심만 없으면 되겠구나 싶긴 하다 (하지만 천상 쫄보가 과연...).


짧고 굵은 꿀잼 운동 코스, 족향비.

다음에는 더 용감한 산객이 되어 족향비문으로 돌아올게!



[요약]

1. 코스: 불광역-족두리봉-향로봉-비봉-사모바위-비봉탐방센터 약 8km, 3.5시간 운행

2. 기온: -4/3, 풍속 3ms

3. 착장

- 베이스 레이어: 컬럼비아 옴니히트

- 미드 레이어: 코오롱 파워그리드 집넥

- 아우터: 코오롱 2l 고어텍스 자켓 + 아톰lt (다운힐)

- 하의: 블랙야크 기모 등산바지

4. 기타 준비물

- 방한: 장갑(필수), 핫팩, 기모 버프, 팜트리 동계 울 양말

- 장비: 등산스틱, 무릎보호대

5. 장점: 조금만 올라도 믿고 보는 북한산 조망

6. 단점: 가파른 암릉 업힐이라 체력소모 심함

7. 다음 방문 계획: 체력 더 키워서 족향비문까지!


[별점] (5점 기준)

1. 난이도: 3.5 (봉우리 오를 때 4족 보행 필수)

2. 풍경: 3.5 (북한산은 굽이굽이 예쁘다)

3. 추천: 3.5 (암릉 좋아하면 꿀잼 코스)


[오늘의 교훈]

1. 내 등산화를 믿어라! 슬랩 구간에서 쫄지 말고 앞으로 서서 발바닥 전체를 바위에 접지시키면 절대 미끄러지지 않는다.

2. 이제 8km 정도로는 근육통이 생기지 않는다. 등린이 졸업하고 이제 등춘기 정도 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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