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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희 May 04. 2024

캄보디아의 건국신화 '카운디냐 신화'

리뷰 앙코르 이야기 #3

'동남아시아 힌두교'라는 주제로 강연을 부탁받은 순간, 기억 속에 묻혀있었던 '카운디나 신화'가 떠올랐다. 대의 남아에 힌두교 사제가 넘어온 전설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다시 책을 꺼내 정리했던 부분을 살펴보니, 역시나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신화라는 사실이 재인식되었다. 이에 앙코르 이야기의 '캄보디아의 건국신화 카운디냐 이야기(앙코르 이야기 p.34~38)' 부분에 대한 리뷰를 쓰고자 한다.


씨엠립에 있는 용왕의 딸 석상



카운디냐 신화


'활을 가지고 동쪽으로 가라!'

인도의 사제 카운디냐는 꿈에서 계시를 받았다. 잠에서 깬 그는 신목 아래에 있던 신궁(神弓)을 챙겨 배를 타고 동쪽으로 향했다. 배가 다다른 곳은 용왕의 딸 소마가 다스리는 땅이었다. 소마는 외지에서 온 침략자에 맞서 싸웠지만 카운디냐가 가진 신궁의 위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승리한 카운디냐는 아무것도 걸치치 않고 있던 소마에게 옷을 건네었다. 그리고 소마와 혼인을 맺고, 땅을 함께 다스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라를 캄푸치아라 명명했다.

- 카운디냐 신화 요약


'카운디냐 신화'의 요약이다. 동남아시아고대국가인 푸난국의 건국신화로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 이야기에서 자신들의 뿌리를 찾는다.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야기의 구성이 단군 신화와 너무나도 흡사하 때문다. 건국신화라는 관점에서 카운디냐 신화와 단군 신화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은 유사점이 보인다.


1) 침략자이자 승리자인 세력은 남자로, 패배자이자 그 땅을 다스리던 세력을 여자로 묘사다.

2) 외부에서 온 남자와 그 땅에 있던 여자가 결혼한다는 점은 바깥 세력이 토착 세력을 흡수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3) 그리고 용왕의 딸이었던 소마는 뱀을, 웅녀는 곰을 숭상하는 애니미즘과 관련성을 지을 수 있다.

4) 카운디냐는 소마를 제압하고 옷을 건네었고, 단군왕검은 웅녀에게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은 외부 발전된 문화 유입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많은 건국신화들이 서로 유사하기 마련이지만, 카운디냐 신화는 단군신화와 비슷하여 먼 나라의 이야기임에도 친숙함이 느껴진다.



프레아 통 왕자 이야기


그리고 카운디냐 신화는 구전을 통해 전해지다가 점차 사랑이야기로 각색된다. 아래 이야기는 18세기에 작성된 '캄보디아 왕실 연대기(the Khmer Royal Chronicle)'에 수록된 '프레아 통 왕자 이야기'의 요약이다.


옛날 옛적에 인도에 '프레아 통'이라는 왕자가 있었다. 통 왕자는 멋진 나라를 만들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 나라를 만들 땅을 찾아다니던 왕자는 틀록 나무가 있는 멋진 섬을 발견했다. 섬에는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었고 나무 열매들도 많았다. 여기에 나라를 지어야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어떻게 사람들을 데려올지가 문제였다. 그런 고민을 하다가 틀록 나무 아래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

통 왕자가 깨어났을 때에는 이미 해가지고 보름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때, 바다에서 신비한 빛과 함께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섬으로 올라왔다. 통 왕자는 틀록 나무 둥지 뒤에 숨어서 지켜봤다. 바다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해변가에서 춤을 추며 파티를 벌였다. 사실 이들은 바닷속 용궁에 사는 사람들로 한 달에 한 번 보름달이 뜨는 밤 이 섬에 와서 몰래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나무 뒤에서 숨어서 지켜보던 통 왕자는 그 무리 속에 있는 아름다운 한 여인을 보게 되었다. 그는 첫눈에 반해 사람들 앞으로 나아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용왕의 딸인 나가 공주였다. 사실 통 왕자의 행동은 상당히 무례한 것으로 당장 나가 공주가 죽여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가 공주는 통왕자에게 반해서 그의 무례를 용서하였고, 결국 서로 사랑에 빠졌다.

통 왕자와 나가 공주는 결혼을 하기 위해 용궁으로 향한다. 용왕은 결혼을 승낙하고, 틀록 나무 섬 주변의 물을 모두 빨아 없애 넓은 땅을 만들어 선물하였다. 그 후로 통 왕자와 나가 공주는 왕국을 통치하며 행복하게 살았다.

통 왕자와 나가 공주로부터 태어난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것이 지금의 캄보디아다.

- 프레아 통 왕자 이야기 요약


'프레아 통 왕자 이야기'는 기본적인 틀이 '카운디냐 신화'와 매우 흡사하나, 용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앞선 이야기가 천년 넘게 사람들 사이에서 입으로 구전되다가 사랑이야기로, 즉 보다 인간미 있는(흥미로운) 이야기로 각색된 것이 아닐까 싶다.


프레아 통 왕자는 틀록(thlok) 나무가 있는 섬에 도착했다


역사는 이야기라는 형태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때, 그 생명력을 가진다. 2천 년 전, 카운디냐 왕자와 소마공주의 결합의 역사는 여전히 캄보디아의 살아있는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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