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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희 Sep 24. 2023

#2 정글 속에 숨은 피라미드

'앙코르 이야기' 다시 읽기

2023년 9월 17일, 한국의 '가야'가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문화면 뉴스 페이지는 이 소식으로 가득 채워졌다. 한국에서 열여섯 번째로 등재된 세계유산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였다. 그런데 캄보디아에는 더 큰 경사가 터진 듯하다. 바로 '코켈(Koh Ker)' 사원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이다. 이로 인해 지금 캄보디아 곳곳에서는 축제분위기이다. 앙코르가 세계유산에 등재되고 급격히 불어난 관광객으로 많은 외화가 들어왔기에 세계유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조금 더 복덩이로 보는 눈이지 않을까 싶다. 크메르 유적을 전공한 저자 입장에서도 기쁜 일이다. 이번 등재는 크메르 유적으로 치면 라오스의 왓푸 사원을 포함하여 다섯 번째 세계유산이며, 캄보디아에서는 네 번째 세계유산이다.


코켈 세계유산 등재 문서 표지 ⓒ 유네스코



코켈 사원에 대해서는 '앙코르 이야기'의 11번째 주제, '정글 속에 숨은 피라미드(p94-101)' 편에서 다루었다. 책에서는 대표적인 유적 중심으로 짧 이야기를 축약했지만, 사실 코켈 유적은 좁은 지역에 수많은 사원들이 밀집되어 있는 유적군이다. 하나하나 살펴보자면 또 할 이야기가 많다.


코켈의 좁은 지역에 밀집된 유적 지도(빨간 점들이 모두 유적지들이다)


코켈 유적군은 크메르 예술 중 10세기 초반의 예술만을 수집해 둔 것과 같은 일종의 테마파크와 같은 곳이다. 크메르 유적을 많이 보지 못한 사람 입장에서 보면 그저 돌로 쌓아둔 유적으로 다 거기서 거기 같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유심히 보면 명확히 다르다. 사원에 사용된 석재 하나하나가 앙코르에 사용된 것에 비해 훨씬 커서 사원에서 느껴지는 힘이 훨씬 강하다. 또한 코켈에서 출토된 유명한 조각들도 많은데 앙코르의 조각들에 비해 강한 느낌이 든다.


(좌) 코켈 양식의 가루다상, (우) 코켈 양식의 발리와 수그리바


당시 앙코르라는 강력한 문화적 중심이 있었음에도 고대 크메르인들은 코켈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배경에는 앙코르 제국의 왕권을 둘러싼 정치적인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921년, 왕족이자 유능한 정치인이었던 자야바르만 4세는 자신의 조카 하르샤바르만 1세가 왕위를 이어받는 것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하르샤바르만 1세의 왕위를 인정하지 않고, 앙코르에서 멀리 떨어진 코켈에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였다. 졸지에 한 나라에 두 명의 왕이 생긴 것이다.


9~10세기 앙코르 왕조 왕위 계승관계 및 통치 거점



앙코르에서 80km 떨어진 곳에 새로운 거점을 마련한 자야바르만 4세는 자신의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역량을 총 동원해서 코켈에 앙코르 이상의 신들의 도시를 구축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하늘에 닿을 듯이 높은 피라미드(프랑)와 신들을 모신 사들을 빽빽하게 지었다. 앙코르보다 그 이상을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였기에 석재도 크고 좋은 것을 사용한 것같다. 신상들도 팔다리와 몸통이 훨씬 두툼해서 앙코르의 신들과 싸워 이길 듯 하다.


코켈 사원의 피라미드 프랑


코켈의 통치는 오래가지 못했다. 944년 자야바르만 4세의 아들 하르샤바르만 2세로부터 왕위를 찬탈한 라젠드라바르만 2세는 수도를 다시 앙코르로 되돌렸다. 코켈의 짧은 영광의 시간은 갑작스럽게 나타났다가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2023년 9월 17일은 코켈이 밀림 속으로 되돌아가 조용히 잠든 이래로, 가장 시끌벅적한 날이 아니었나 싶다. 비록 코켈 인근의 마을사람들과 함께 축하하지는 못하였지만, 멀리서 축하의 마음만을 보낸다.


프라삿 덤레이의 코끼리 조각상



추신: 8년 전 취미로 만들었던 코켈에서 찍은 영상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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